[현장] 낙동강 들판 점령한 '모래 무덤'

오늘 오후 경북 구미시 고아읍 일대. 너른 들판 곳곳에 모래가 쌓여 무덤처럼 땅 위로 솟아 있습니다. 그 사이 사이에는 건설장비가 서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논은 1년만에 황량한 모래 무덤이 돼버렸습니다.

이처럼 4대강 사업 낙동강 주요 공사구간 주변 논밭은 농작물 대신 하천에서 퍼올린 모래가 차지했습니다. 낙동강의 준설양이 너무 많아서 쌓아둘 공간이 없자 시공사들이 농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2년 동안 농지를 빌린 겁니다. 시공사는 2년 뒤 농지를 돌려줄 때 팔고 남은 준설토로 농지 규격화 작업을 해주기로 농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농지임대에 찬성했지만, 일부 농민들은 2년 동안이나 모래로 채워졌던 논밭에서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동환 / 농민, 구미시 도개면] "지금 낙동강 주변 땅이 거의 옥토 아닙니까. 보시다시피 다 모래로 채우고 위에 복토를 1m 정도는 해줘야 농사를 짓는데 (시공사에서) 얼마나 해줄지 의문스럽고."

또한 이번 조치가 소작농이나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축산농가에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동환 / 농민, 구미시 도개면] "남의 땅 임대해서 농사 짓던 사람은 쪽박 차는 거예요. (임대해서 농사 짓던 사람은 2년 동안 농사 지을 땅이 없어지는 거예요?) 없죠. 주인이 보상금도 반 이상 가져가려고 하고요. 임대차 계약도 주인이 언제든지 파기하면 되잖아요. 파기하고 주인이 보상금을 받아가려고 해요. 그러면 정부에서 '짓던 사람이 우선이다, 아니면 지주가 우선이다'라고 명확하게 끊어줘야 하는데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봐서 들어오라고 합니다. 법적 근거도 없이요."

[김현철 / 농민, 구미시 도개면] "지상물 보상하고 소 이전비, 마리당 얼마씩 (줄 테니까) 다른 데로 이전해라. 소는 어떻게 하냐. 팔지도 못하고 시세가 떨어졌는데. 또 어디가서 축사를 지으려고 하면 터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자기들이 알 바 아니다, 무조건 나가라'라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찾은 구미시 옥성면과 상주시 중동면 하천 주변 농지에도 이미 많은 양의 준설토가 쌓여 있었습니다. 파헤쳐진 강변에서도 모래가 덮어버린 논밭에서도 옛 모습은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인위적인 준설은 생태계 파괴 뿐만 아니라 주변 기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태건 / 상주환경농업협회 부회장] "강 깊이가 7m, 10m가 되면 틀림없이 가을에는 안개가 많이 낄 겁니다. 벼농사에도 지장이 있습니다. 양은 많이 나오는데 무게가 덜 나간다거나 고추에 탄저가 많이 낀다거나 감이 잘 안 익는다던지."

낙동강 준설은 단기적으로는 농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작물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본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율스님] "이익의 문제는 가장 나중에 다뤄져야 합니다. 공익과 가치가 우선입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익이냐 아니냐만 얘기합니다. 그런 접근 방법 자체가 재앙입니다."

어제 뗏목 대장정으로 시작된 <오마이뉴스>의 '낙동강은 강이다-발로 쓴 4대강 대재앙 보고서' 특별 기획은 오늘 짚어본 대규모 준설토 처리 문제에 이어 내일은 함안보 농지 침수 문제를 취재해 트위터 생중계와 동영상, 기사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9.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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