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작전! '신문고를 막아라'

"둥~ 둥~ 둥~"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 우뚝 솟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북을 치고 있다.
조선시대 억울한 일을 임금에게 호소하기 위해 백성들이 치던 '신문고'를 청와대가 멀리 보이는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들이 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보조 살리기 신문고를 울려라'는 행사를 벌이려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 중에서 경찰의 봉쇄를 뚫고 세종대왕동상 앞까지 들어온 이들은 모두 4명. 나머지 참가자들은 횡단보도도 건너지 못한 채 경찰에 가로막히거나 근처까지 왔다가 휠체어에 탄 채 들려나가야 했다.
그러나 경찰의 봉쇄를 뚫고 광장에 들어온 장애인들의 '신문고' 울리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법집회'라며 경고하고 나선 종로경찰서 측은 3차례 경고방송을 마친 뒤 북채를 뺏어갔다.
장애인들은 "국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건데 그것도 못하게 하면 어떡하라구..."라며 항의했지만, 휠체어를 탄 몸으로 제대로 저항할 수는 없었다.
겨우 생각해낸 것은 '신문지 뭉치'. '신문지 뭉치'는 훌륭하게 '북채' 역할을 대신했고, 다시 광화문광장에는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해 경찰에 뺏기고, 다시 등장한 것이 우산. 물론 이것도 얼마가지 못하고 뺏겼고 이날 광장에서는 더이상 북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권우성 | 2010.05.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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