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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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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을앞두고 있다. ⓒ 이희훈

"도살장 가는 기분이다. 토론 이후 이준석을 따르는 혐오 세력이 나를 얼마나 갈가리 찢어낼지 걱정이다."

13일, 박경석(6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전화기가 내내 울렸다. "토론회 잘하고 오라"는 지인들의 응원 전화에 그는 '도살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20여 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활동을 벌인 그는 "이준석 덕분에 방송국에서 토론회도 한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저쪽(이준석)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긴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토론회 이후 혐오세력이 결집할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싶어 새벽 1시까지 전장연 관계자들과 토론을 준비했다"는 그는 백발을 질끈 묶은 채 활동 지원가와 함께 혜화역으로 향했다. 

이날, 박 대표와 이 대표는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장애인 이동권 등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앞서 전장연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MBC에서 조건 없는 100분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일정과 형식 등에 이견이 생겨 결렬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준석을 딱 두 번 봤다"라면서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혜화역에 왔을 때 기습시위를 하며 2~3분여 봤고, 국회에서 한 번 봤다. 이렇게 길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로 걸려 오는 협박 전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 10분 토론을 위해 박 대표는 낮 12시 30분,  전장연 사무실이 있는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렸다. 승강장 6-2 앞에서 그는 잠시 벽을 가리켰다. 이곳은 전장연이 2021년 3월 16일부터 장애인 콜택시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등 권리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했던 장소다. 

"21년간 장애인 인권, 이동권 등 시위를 했지만 혐오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출된 적은 처음이다. 지금도 하루에 몇 차례씩 전장연 사무실로 협박 전화가 걸려 온다. 장애인들은 아직도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데, 시위도 집회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나."

곁에 있던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이 "어제도 '거기 X신 단체 맞냐. 언제까지 시위 할거냐'라며 조롱섞인 전화가 걸려 왔다"라면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는데도 시위 하지말라며 욕설이 섞인 전화가 많이 온다"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이 "협박 전화가 잦아진 건 지난 3월 이후"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나 국토교통부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하지 않는다"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책정을 요구했다. 

전장연이 대선을 앞두고 한달 여 중단했던 출근길 시위를 재개 한 건 지난 3월 24일이다. 다음 날(3월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한다 ▲국민의힘은 전장연의 요구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고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는 게 요지였다. 

이후 이 대표는 20여 차례 "전장연이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 잡는다"는 등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는 3월 28일 전장연과 만나 이들의 요구를 청취했고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인수위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일시 중단했다. 현재 전장연은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매일 삭발식을 하며 인수위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36분 거리, 71분 만에 도착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훑어보던 박 대표가 서울역에서 하차했다. 비장애인이라면 4호선 혜화역에서 출발해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 JTBC가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36분(최단거리 기준)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 박 대표는 "혜화역에서 서울역 4호선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구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쉽지 않아 서울역 KTX 타는 곳을 지나 돌아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공항철도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두 차례 순서를 기다린 그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방향의 공항철도를 탄 시간은 출발한지 40여분이 지난 오후 1시 1분이었다. 

"장애인에게 지하철은 그나마 이동이 편리한 공간이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다 죽는다. 리프트를 타다 죽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 폭이 넓어 이 사이에 바퀴가 끼어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지하철을 타던 장애인이 또 죽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박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7일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탑승한 50대 지체장애인 염아무개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뒤로 넘어져 숨졌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1호선에서 8호선 구간에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지만, 사고가 난 9호선의 경우 차단봉 설치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돼 있다. 박 대표는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함으로 보는 거 같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서울시의 관리책임 소홀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 출연을 앞두고 흡연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토론회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기만의 공정·정의의 기준으로 말을 할 텐데, 20년을 넘게 수십명이 죽어가며 싸워온 우리의 투쟁을 가볍게 여길까 사실 무섭다."

오후 1시 30분, JTBC 앞에 도착한 그는 토론 전 담배 한대를 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JTBC <썰전 라이브> 대기실, 옆방에 미리 도착한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박 대표가 이 대표의 대기실 앞에 섰다. 유리문 너머로 이 대표가 가볍게 거수경례했다. 

이준석 "전장연 사무실에 내 동판 세워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 :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경석 : "저는 생방송 토론이 처음이라...이 대표님이 많이 말씀해주세요."
이준석 : "박 대표님이 많이 말씀하셔야죠. 저는 맞장구 쳐 드릴게요. 아, 다 해드린다는 건 아니고요, 말 되는 거에 한해서 입니다. 박 대표님, 사실상 제가 전장연 도와드린거 아닙니까. 전장연 사무실 앞에 제 동판 좀 세워주셔야 해요. (웃음)"


토론이 시작되기 전 10분여 박 대표와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되기 전 여의도 가는 길에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시위하시는 거 많이 봤다"라면서 전장연의 시위·요구안을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박 대표는 "감사하다"라며 "잘 아시는 분이 왜 우리(장애인)를 그렇게 대하시냐"라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가 "(박 대표님처럼) 박력있는 활동가가 있어 참 많이 당황스럽다. 왜 하필 출근길 시위를 하셔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 10분, 토론회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시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 토론회 자리를 빌려 시민들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서 많은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린다"라며 "전장연은 감히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서민들의 일상의 바쁜 출근길을 방해했다. 전장연은 혐오적인 욕설도 감수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고 21년을 외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앞두고 있다. ⓒ 이희훈
 
이어 "이준석 당 대표는 전장연의 외침을 정파적이고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갈라치고 왜곡하고 계시지만 전장연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시민 여러분 21년의 외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부여해 달라.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시민의 힘밖에 없다. 시민여러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준석 당 대표님. 집권 여당이 된 걸 축하드린다. 그렇지만 이번에 갈라치기에 대한 문제는 꼭 사과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JTBC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포함해 총 160여 분간 토론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장애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단 한번도 장애인을 혐오한 적 없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토론 내내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이들은 장애인 정책과 예산을 주제로 "5월 초 다시 만나 토론하자"라고 약속했다. 토론이 끝난 후, 박 대표가 이 대표에게 "전장연이 인수위에게 전달한 요구안을 꼭 검토하고 의견을 달라"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가 '도살장에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토론회는 이날 오후 6시에 끝났다. 

토론회를 본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박 대표의 SNS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박경석 대표 : "지금 같이 살자"

이준석 대표 : "기다려라,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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