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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낙조 노을은 하늘도 채우고 갯벌도 채우고 물길도 채운다. 그리고 물길 위에서 태양은 다시 살아난다 ⓒ CHUNG JONGIN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 움푹 들어간 순천만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보이는 것이라고는 드넓은 뻘밭을 뒤덮고 있는 갈대 바다다. 순천만에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듯 갈대가 일렁인다. 저물어가는 햇살을 받으며 춤추는 갈대 군무를 보노라면 누구라도 넋을 잃는다. 그사이 드러난 갯벌에 백로와 가창오리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순천만의 갈대밭 저물어가는 햇살을 받으며 춤추는 갈대 군무를 보노라면 누구라도 넋을 잃는다 ⓒ CHUNG JONGIN
 
순천만의 갯벌과 갈대 드러난 갯벌에 백로와 가창오리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 CHUNG JONGIN
   
11월 초, 순천만의 가을 갈대밭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보고 싶어 순천만을 찾았다. 순천만을 배경으로 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는 보잘것없는 무진의 명산물을 안개라 했으나 새벽의 순천만을 보지 못한 나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단연 무진의 명산물이다. 그리고 무진, 순천만은 보고 살필 것이 넘쳐났다.
 
원형의 순천만 순천만은 16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갈대밭 군락지다 ⓒ CHUNG JONGIN
 
순천만은 원형에 가까운 만으로, 크기가 16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갈대밭 군락지다. 연안이 죄다 뻘밭이고 수심이 얕아 해상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몇 백 리나 되는 뻘밭을 나가야만 수평선이 보이는 곳이다.

소설의 표현처럼 항구로 발전할 수도 없고 농사지을 만한 평야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야 했던 이곳 순천만은 2006년 연안 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어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인정되었다. 

2008년에는 순천만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었다. 빨대처럼 텅 비어 있는 통기형 구조인 갈대 줄기와 뿌리 덕에 갯벌은 살아 숨을 쉬므로 썩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갈대밭 군락지인 순천만 습지 순천만에서는 바다 대신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 바다가 보인다 ⓒ CHUNG JONGIN
 
아치형 목조 다리인 무진교는 갈대숲 탐방로의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무진교를 건너니 양옆으로 갈대밭이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바람에 갈대들이 마주치며 사각거리고 갈대밭 사이의 수로에 있는 오리들이 조약돌처럼 보였다.

1.2km의 탐방로는 나무데크로 되어 있어 편안하게 갈대숲을 만끽할 수 있다. 데크 아래 뻘밭을 자세히 보니 짱뚱어가 보였다. 관광객들은 갈대 속에 숨어 있는 탐방로 곳곳에 설치된 쉼터에서 다리 쉼을 하며 낯선 이들의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있었다.

갈대밭 사이에 놓인 나무데크 길이 끝나고 개울을 건너는 예쁜 출렁다리를 만났다. 나지막한 산이 보이고 농경지도 보였다. 출렁다리 아래의 갈대는 녹색 줄기에 하얀 솜털을 피고 있어 이제까지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용산전망대 길목에서 마주친 환상적인 경관 물길 오른편에 컴퍼스로 둥근원을 그린 듯 기하학적인 갈대밭이 신비로워 보인다 ⓒ CHUNG JONGIN

갈대밭을 뒤로하고 그 유명한 순천만의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서의 낙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몰 시각에 맞추어 용산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출렁다리에서부터 1.3km 편안한 오르막길로 가는 용산전망대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나 해가 산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려면 1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겠다.

기울어 가는 태양은 산 위의 구름과 산 아래 습지를 부드러운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환상적인 경관에 자주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갖다 댔다. 물길 오른편에 컴퍼스로 둥근원을 그린 듯 기하학적인 갈대밭이 신비로워 보였다. 간척사업의 결과물이라 하는데, S자형 물길과 어울리며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한 셈이다.
 
용산전망대 순천만 낙조 감상을 위해 모여든 인파 ⓒ CHUNG JONGIN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바다와 수평선 순천의 바다는 참 멀리 있구나 ⓒ CHUNG JONGIN

과연 용산전망대는 낙조 감상을 위한 명당이었다. 부드러운 산자락 아래 S자형 물길과 뻘밭으로 붉은 노을이 잔잔히 물결처럼 퍼지고 있었다. 노을은 하늘도 채우고 갯벌도 채우고 물길도 채웠다. 그리고 물길 위에서 태양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니 드디어 수평선이 보였다. 순천의 바다는 참 멀리 있구나.
 
순천만의 저물어가는 태양 저물기 시작하는 우리의 생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생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 CHUNG JONGIN
 
태양이 점점 산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산자락에 둥글게 걸쳐 있다가 도넛 모양이 되었다가 한 조각만이 간신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물기 시작하는 우리의 생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생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태양이 산 너머로 사라지니 용산전망대에 모였던 사람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태양은 사라졌으나 노을은 여전히 무대의 조명처럼 산과 갈대밭을 비추고 있었다. 붉은 노을은 산을 검푸르게 만들었고 그 아래에 나부끼는 갈대는 하얗게 빛났다. 
 
사라져가는 노을 속의 무진교 순천만과 작별하기 위해 다시 만난 무진교 ⓒ CHUNG JONGIN
 
무진교 아래 고요히흐르는 강물 푸르스름한 기운을 받은 빛이 푸른 강물 위로 갈대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 CHUNG JONGIN
   
다시 무진교를 만났다. 순천만과 작별할 시간이다. 무진교 아래 강물이 조용히 흐르고 푸르스름한 기운을 받은 빛이 푸른 강물 위로 갈대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순천만의 옛이름은 '여자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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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국 생활 후 한국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