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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 출신이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 호맹(Romain)이 한국 풍경 촬영기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풍경 사진은 물론, 이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편집자말]
내가 아는 한, 한국의 초목은 차분함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준다. 빽빽하게 우거져 혼돈의 분위기를 준다고나 할까? 이 환경에서 유일하게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의 소재는 바로, 안개다. 이는 내가 안개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을 둘러싼 산의 초목은 사실 꽤 어린 편이다. 아주 과거에는 나무가 건축 재료로 많이 사용됐을 것이다. 이후 현대에 와서도 한국전쟁과 함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같은 산이라 해도 도시를 마주 보고 있는 편과 아닌 편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다.

도시를 바라보는 부분의 초목은 꽤나 왜소하고, 키가 작으며, 아주 밀집해 있는 반면 반대 부분에서는 널찍이 떨어져 있는 굵직굵직한 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밀집해 있고,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숲 사진을 찍을 때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다.

하지만, 안개가 있는 날은 예외다! 자욱한 안개가 집중을 방해하는 많은 요소를 깔끔하게 덮어준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안개를 자주 만날 수 없기에, 아쉬운 대로 비가 와서 구름이 낮게 깔려 있거나 눈이 왔을 때 촬영을 나가곤 한다.

여기가 바로 '원더랜드'일까 
 
눈이 가진 마법을 보여주는 사진. 눈은 모든 도시를 덮어싸고, 신경 쓰이는 소란으로부터 등산객을 보호해준다. 또 눈을 밟으면서 나는 뽀득뽀득 소리는 신선하고 부드럽다. ⓒ Romain
 
이곳이 어디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려온 보드라운 눈이 만들어낸 구름 속에서 길을 잃은 듯 한산한 이곳, 마치 '원더랜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근처의 언덕과 지평선을 상상해볼 수는 있겠으나 그러지 말기를.

이어지는 사진은 형태, 빛, 그리고 소박함에 집중해 작업한 것들이다. 시야를 방해하는 어떤 것도 없다. 이 세계에는 깊이가 없으며 가로, 세로 두 개의 축이 있을 뿐이다.
 
폭설은 이 곳에서도 여전한 가운데 이렇게 소나무 몇 그루가 바위에 마구가 달려있는 듯 눈에 띈다. 이 각도에서 이는, 아주 강한 바람에 맞서 윗등을 말고 저항하는 높은 파도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은 존재하지 않으나, 아마도 이런 바위는 파도의 느린 버전일지도 모르겠다.? ⓒ Romain
    
여기서 바위를 피해 가는 길은, 곧장 지나가면 될 정도로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 Romain
 
같은 방향을 향해 파도 모양을 이루며 서있는 이 세 그루의 나무를 보라, 아무래도 같은 가족인 듯하다. ⓒ Romain
   
나무, 바위, 눈을 제외하고 위 사진들의 공통점을 말해보자면, 하얀 배경이다. 촬영기술 쪽에서는 "주체와 대상의 분리(subject separation)"라고 칭하는 이는, 많은 자연 사진작가가 주제를 배경에서 돋보이게 하기 위해 셀 수 없이 쓰는 테크닉이다.

위의 사진에서 안개가 없었다면 당신은 어떤 모습보다도 맞은 편의 능선을 보았을 것이다. 당신의 시선은 그곳에 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안개만이 배경과 주제들을 떨어뜨려놓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빛이나 색 대비라는 도구를 쓸 수도 있고, 배경에 블러 효과를 주는 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배경을 날리고 명암을 조절하는 데 가장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여기저기 걷다보면, 지붕과도 같은 솔잎과 눈 아래 숨겨진 유물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어루만지는 순간 당신은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던 마법과 같은 힘을 깨워버릴지 모른다! ⓒ Romain
   
나무들이 어디에 마법같은 신호가 있는지 보여주려하고 있다. 다가서면, 다른 차원의 세계로의 문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 Romain
   
바로 이거다!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창이 보인다 ⓒ Romain
 
눈은 정말이지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는 정말 명백히 눈만의 마법일까? 신화 속 만들어진 짐승의 모습을 형상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의 특징도 제대로 발견해낼 수 없을 것이다. 하늘과 땅 모두가 같은 색깔의 외투를 걸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영혼이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거닐게 될 것이다.

소박하지만, 발걸음을 붙잡는 이 풍경 
 
이 사진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반고흐가 그린 장면 같기도 하다. 나무의 껍데기마저 반 고흐가 그의 캔바스에 칠했던 물감과 비슷한 두께를 지녔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사진 속의 혼돈은 무언가 그럴듯해 보인다,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나 할까? ⓒ Romain
 
이 쌍둥이 같은 나무들은 종방향 대칭을 이루고 있어, 기하학 수업에서 연구될 법하다. 바람이 그들 각각에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불어온 듯한 모습이다. ⓒ Romain
 
이 나무와, 함께 있는 바위 사이 어떤 협상이 오갔는지 상상해본다. "네가 바람으로부터 나를 막아준다면, 나는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줄게... 하지만 내가 아주 크고 넓은 소나무가 되면 말이지." ⓒ Romain
 
길을 따라오며 나는 정돈된 혼돈, 그리고 공생이란 또 다른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등산의 목적에 다다라 이를 담게 되었으니... 단연 그 주제는 '소박함'이었다. 한번 보고 지나갔지만 마음의 눈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보고픈 장면, 이는 당신의 발걸음을 그 상상의 공간으로 재촉할 것이다.  
 
등산의 목적이자, 이번 촬영 글의 주제인 소박함과 차분함을 조용하게 보여주고 있는 나무. ⓒ Romain
 
긴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하다. 이 글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고, 이 아름다운 겨울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게끔 불꽃을 지펴주었기를 바란다. 

번역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겨울산의 모습은 물론, 다양한 풍경 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을 포함해 도시 야경 등 멋진 한국의 사진이 다양하게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댓글이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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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