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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군북면 향수뜰공동체 ⓒ 월간옥이네
 
학교는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의 필수 조건이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이야기 되는 지역, 특히 면 지역에서 작은 학교의 존재가 남다른 이유다.
 
작은 학교 유지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반대로, 지역사회의 유지에도 학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작은 지역일수록 학교는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기 때문.
 
학교가 건강한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가까이에 있다. 충북 옥천에서도 가장 작은 학교, 군북면 증약초등학교 대정분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모인 '향수뜰행복돌봄공동체(이하 향수뜰돌봄공동체)'다.
 
지난해 결성된 향수뜰돌봄공동체는 향수뜰권역 건물(군북면 대정리)을 활용해 대정분교 학생들의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를 마친 후 이곳에서 학생들은 제과제빵, 아동미술, 간단한 체육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보드게임이나 컵타(컵을 쌓는 놀이) 등 오락 활동도 빠지지 않고, 때로는 함께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향수뜰돌봄공동체가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단체라는 데서 의미가 깊다. 이들의 활동은 올해 6월 청주에서 열린 충청북도 지역공동체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의의를 인정받기도 했다. 자발적인 주민이 모여 꾸린 공동체 활동이라는 점, 평일에는 비어있는 권역 유휴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 어린이들의 저녁식사까지 책임져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해결했다는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이런 활동을, 1년이 넘게 이어올 수 있을까.

나누고 채우며 만들어가는 돌봄 공동체
 
충북 옥천군 군북면 향수뜰공동체 ⓒ 월간옥이네
 
향수뜰돌봄공동체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은 모두 7명. 이 중 상시적으로 돌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요(!) 인력은 4명 정도다. 대정분교 학부모회장이면서 돌봄공동체의 대표이기도 한 최미화(42)씨를 비롯해 김미영(36), 김명숙(42), 향수뜰권역 사무장을 맡고 있는 박은경(46)씨 등이다.

이 지역 토박이로 자라 자녀까지 모교에 진학시킨 경우 혹은 외지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와 살며 자녀를 대정분교에 보내고 있는 경우 등이다. 각자 지역에 정착한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돌봄'만큼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였다. 농사를 짓거나 다른 일을 하며 경제 활동을 해온 이들이 돌봄공동체로 뭉치게 된 이유다.
 
"일 때문에 바쁜 부모들이 많다 보니 방과 후가 늘 고민이었어요.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부분도 걱정이 많았고요. 그런데 돌봄을 함께 하면서 많이 해소됐어요."
 
김명숙씨의 말이다. 김씨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다. 때문에 비장애인 자녀의 언어발달이 늘 고민이었다고. 그는 돌봄공동체가 단순히 방과 후 시간을 책임지는 것 외에, 자녀의 말하기 발달 과정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미영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베트남에서 시집 와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는 미영씨는 "일을 마치면 대충 오후 5시가 넘는데 그때까지 아이들을 봐줄 공간,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하다"며 "품앗이 돌봄으로 만나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 동네 어르신들과도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돌봄, 교육 공백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 지역 공동체 결속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이것이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돌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향수뜰권역 차원의 공간 사용 허락이 있었고, 옥천행복교육지구 사업 예산 등을 통해 식비나 간식비, 프로그램 활동 강사비 등을 충당할 수 있었던 것. 여기에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현재까지 이어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돌봄 공동체를 제안했던 향수뜰권역 박은경 사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감자나 옥수수를 쪄서 간식으로 갖다 주시거나 일이 있을 땐 와서 거들어 주시기도 하는 등 여러 모로 도움을 주고 계신다"며 "마을 주민들의 이런 관심 덕에 저희도 계속 기운을 얻어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향수뜰돌봄공동체가 그저 고맙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다. 우재순(82, 와정리 거먹골)씨는 "이만큼 행복한 동네가 어디 있겠냐"고 말한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니 애기들 웃음소리가 동네에 가득해요. 젊은 엄마들은 우리 늙은이들도 잘 챙겨주고, 그러니 우리도 자꾸 뭘 더 갖다 주고 싶고 그러지 않겠어요. 없어서 못 갖다 주지."

이곳에서 어린이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이홍순(74, 와정리 세거리)씨는 "지난해 귀촌했는데 여기에 좋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함께 일을 돕고 있다"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니 하루도 알차게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향수뜰공동체 ⓒ 월간옥이네
 
현재 향수뜰돌봄공동체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대정분교 학생은 6명(전교생은 총 7명). 여기에 대정분교 병설유치원생 2명과 증약초 본교에서 오는 학생 2명까지 모두 10명이 이곳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적은 수의 학생이지만 마을 안에서 돌봄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을 닦고 있다고 평가받는 향수뜰돌봄공동체. 이들은 당장의 돌봄 문제를 넘어 대정분교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활동이 작은 학교의 통폐합을 막을 방파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활성화가 꾀해지길 바란다는 소망도 전했다. 최미화 대표는 "폐교를 막자는 것이 처음 돌봄공동체로 모인 학부모들의 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대정국민학교를 졸업해 제 아이까지 이곳에 보내고 있는데, 사실 분교가 됐을 때도 엄청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툭하면 폐교(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니 다들 기운이 빠지죠. 어떨 땐 울기도 하고요. 그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모이게 된 거죠."
 
최 대표는 "어차피 학생도 없는데 그냥 문 닫아버리자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며 "하지만 폐교는 곧 그 마을 공동체의 붕괴, 마을 소멸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살리려는 저희의 활동은 곧 마을을 살리는 길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지역 안팎, 다양한 단체와 기관에서 학교 살리기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향수뜰돌봄공동체는 마을 빈 집을 수리해 귀촌 가정에 임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정분교에 진학을 원하지만 살 집이 없어 이주가 어려운 귀촌 희망자에게 임대하고, 이를 통해 대정분교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 박은경 사무장은 "우선은 돌봄공동체 자체적으로 빈 집을 장기 임대하고, 수리 역시 저희 공동체에서 맡아 진행하려고 한다"며 "작은 학교 살리기에 있어 주거 공간이 제일 중요한 만큼, 저희 활동이 실질적인 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내년에는 주민참여예산제 등에 지원해 귀촌 가정 주거 공간을 마련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박누리
월간 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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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2020.10

월간 옥이네 편집부 (지은이), 월간옥이네(잡지)(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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