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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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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이름없이 죽었다라'고 합니다. 왜 이름이 없겠습니까. 발달장애 자녀 ○○이. 이름이 ○○였습니다. ○○아 미안하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32도, 그늘 하나 없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검은 옷을 입은 70여 명의 사람들이 '종이 영정'을 들고 모였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었다. 그들은 목이 멘 채로 6월 초 광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난 ○○씨의 이름을 외쳤고, "우리 자녀 이름을 외쳐주세요"라는 말에 각자 자신의 자녀 이름을 외치며 눈물을 쏟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코로나19 사각지대...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정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의 사각지대에 놓여 죽게 된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부모를 추모하고, 정부에게 발달장애인 돌봄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지난 3일 광주 광산구 임곡동의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A(60)씨와 그의 아들 B(2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발달장애인이었고, 평소에는 주간보호센터에 맡겨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돌봄시설이 전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주변 관계자에 따르면 올 초에 A씨는 홀로 B씨를 돌보는 일을 힘겨워했는데, 엎친데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것이다.

A씨는 결국 아이들 돌봐줄 곳을 찾다가 B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만, 몸무게가 10kg 이상 줄어든 것을 보고 결국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올 3월에도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고등학생이라서 긴급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터라 20km 거리의 통학이 어려운 데다가 코로나19 감염 위협 때문에 어머니가 집에서 아들을 돌보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광주와 제주에서 일어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죽음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코로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코로나 재난상황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방치한 정부의 인재(人災)다"라고 강조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 이 나라는 언제까지 장애인과 가족을 계속해서 저 세상을 보낼 거냐"며 "많은 가족들도 이상한 생각(죽음을)을 한다. 그런 생각 안 해도 살 수 있는 나라"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유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주지부장은 고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사망) 전 날에 말했던 '회장님 나 갈게'라는 말이 몸서리치게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 죽음이 어떠한 아픔에서 비롯된 것인 줄 알기에 오열하며 또 오열한다"며 절규했다.

"학교 가면 학교 가서 문제. 졸업하면 졸업해서 문제... 1년 365일, 60살이 되도록 이 어머님 하루도 마음 편치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자식을 끌고 정신병원에 데리고 갔겠습니까.  그 엄마는 어떤 비통한 마음으로 자식과 애달픈 길을 택해야 했을까요. 

저는 비통합니다. 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살고 싶어서 여기에 왔습니다. 살고자 왔습니다. 남은 우리의 인생길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없다고 하면 저희들이 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닐 겁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 예산 100억 원 삭감한 정부의 제3차 추경안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숨진 A씨의 심경을 대변하며, 뉴스를 들은 직후 자신이 느낀 충격과 슬픔에 대해 말했다.

"왜 아이를 죽였냐고요? 사람들은 에미가 되어서 왜 자기 의지가 없는 아이를 죽였냐고 묻습니다. 왜 우리가 아이와 같이 죽어야 합니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내가 고통스러워서 나의 고통을 소멸시키고 싶은데, 나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은 남겨진 아이인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같이... 뉴스가 나온 날 우리 모두들 자기 자식의 눈망울을 쳐다본 사람이 없습니다. 

(...) 내 새끼에게 '네가 있어서 내가 슬프고 네가 있어서 내가 힘들다'고 말하기 싫습니다. 그래서 '네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너의 존재로 나의 삶은 빛나고 있다'고 매일 외칩니다. 이렇게 사랑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세상이 우리들의 아이를 보듬어주십시오. 그들이 독립된 인격으로 살아 갈 수 있고,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세요."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연대 활동가도 어머니가 술을 드시고 지체장애인인 자신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고속도로 어디선가 차가 멈춰서서 저희 모자가 죽지 않았다. (광주 모자의 죽음과) 차이는 그뿐"이라고 밝혔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손가락질 합니다. 장애인 자녀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죽는 것을 물어봤냐고... 그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몇 십년 간 국가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서, 내 자녀가 내가 이땅에 없으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소주 세병 마시고 달리는 슬픔, 너희는 이해하고 말하는 거냐고."

이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 예산 100억 원을 삭감한 정부의 제3차추경안을 지적하며 "죽음 앞에 예산 삭감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위한 9가지 입법안과 더불어 발달장애인을 위한 ▲ 복지서비스 확대 ▲ 노동권 보장 ▲ 교육권 보장  ▲ 주거권 보장  ▲문화체육관광향유권 보장 등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심각해진 발달장애인 부양 문제를 알리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날 A씨와 함께 활동했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가 A씨가 살아생전 아들을 향해 쓴 시를 낭독했다. "이 아름다운 인생길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단다"라는 구절이 담긴 '선물'이라는 시였다. 

선물

아들아
너라는 선물이 내겐 왔을 때
엄마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단다.
너무 기뻐서 말이야
너는 아들로 나는 엄마로
마음껏 행복했지.

안타까움이 왜 없었겠어
어디서 잘못된 거지?
내가 뭘 잘못했지?
허공으로 날아간 물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때 난 알았지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
난 그냥 선물을 받은 것뿐
너라는 최고의 선물을

아들아.

엄마는 이 아름다운 인생길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단다.

사랑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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