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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산과 바다, 오름, 밭과 돌, 풀과 나무, 하늘, 바람 그리고 사람까지… 제주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제주를 수십 차례나 다녀왔건만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날 받아 놓은 중학생처럼 말이다. 제주앓이다. 이런 제주앓이는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제주의 수많은 아름다움 가운데 오늘은 산방산(山房山) 이야기다. 종(鐘) 모양의 화산(火山)인 산방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우뚝 솟아 있다. 산 높이는 395m에 불과하지만 듬직하고 위엄이 있다. 산방산 주변은 넓디 넓은 평야지대인데 단단하고 거대한 암석덩어리가 솟아 오른 모양이라서 더욱 위압적이다. 

지난 5월 29일 오전 10시 43분부터 12시 45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면서 산방산의 여러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산방산 대정읍 하모리 알뜨르비행장 근처에서 바라본 산방산 ⓒ 윤형권

산방산 남서쪽 중턱에 산방굴(山房窟)이 있다. 굴 내부 천장에서 맑은 물방울이 사시사철 떨어지는데, 산방산을 지키는 '산방덕(山房德)'이라는 여신(女神)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산방덕이 산방산 아래 마을에 살고 있는 고성목이라는 청년을 흠모해 결혼했다. 그런데 산방덕을 탐낸 고약한 사또가 고성목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고 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산방덕은 굴로 돌아와서 바위로 변했고, 그때부터 산방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제주오름, 손민호). 산방산에 얽힌 전설은 여럿이다. 산방산이 여느 산과 다르다는 방증이다. 
 
밭과 산방산 6월 제주 밭은 메밀, 옥수수, 감자(제주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고 부르고, 감자는 "지슬"이라고 부른다), 귀리 등 온갖 작물로 풍성하다. ⓒ 윤형권

산방산은 다도(茶道)의 대가 초의선사와도 관련이 깊다. 추사 김정희가 산방산에서 멀지 않은 대정읍 모슬포 근처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추사의 절친 초의선사는 추사를 만나러 제주까지 와서 여섯달 동안 머물렀는데, 초의선사가 산방굴에서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대정읍 하모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산방산 산방산 오른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 한라산이다. ⓒ 윤형권

제주의 돌담은 화산암으로 쌓는다. 화산암은 밭과 밭의 경계를 표시할 때도 쓰이고 묘지를 둘러싸는 돌도 화산암이다. 바람과 여자 그리고 돌이 많아 제주를 '삼다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흔한 돌인데도 허락없이 육지로 반출하면 안된다. 제주 화산암은 제주 밖으로 반출을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제주 화산암은 제주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공동운명체다. 제주가 생겨날 때 땅속에서 붉은 물(마그마)이 솟아 오른 것이 돌이 되었다. 그 돌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영역을 표시하는 데 쓰였다. 애월읍에 있는 항몽유적지 항파두리성도 화산암으로 쌓았다. 제주 화산암을 반출 금지한 것은 바람직하다.
    
돌담과 산방산 제주 화산암은 제주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공동운명체다. ⓒ 윤형권

현대사의 비극, 4.3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을 보고나서야 제주 사람들은 감자를 '지슬'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1948년 10월 이승만 정권은 제주 해안에서 5㎞를 벗어난 곳을 통행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총살에 처한다는 소개령을 내렸다.

이런 영문도 모르는 순박한 주민들은 산속에 숨어 감자를 나눠 먹으며 일상사를 나눈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며 두고 온 돼지가 굶어 죽지는 않을까, 장가는 어떻게 가나 등을 걱정하며 웃는다. 영화에서 감자 아니, 지슬이 그토록 슬프게 보여서인지 6월 제주의 밭에 흔하게 피어 있는 하얀 감자꽃이 꽃으로 보이질 않았다.      
 
산방산과 지슬꽃 "지슬"은 제주말로 감자를 말한다. "지슬"이라는 4.3사건을 다룬 독립영화가 있다. ⓒ 윤형권

제주 산방산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답다. 한라산과 산방산, 용머리해안을 한 장면으로 보는 맛도 즐겁다.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까지 한자리에서 먹어보는 즐거움과 견줄만하다. 아래 사진은 송악산을 지나 '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 근처에서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한라산을 한 장면에 담은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도 바라보는 곳에 따라서 모양도 제각각이고 느끼는 감정도 각각 다르다. 절친한 사람도 가끔은 멀리서 바라봐야겠다.
 
송악산에서 바라본 산방산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뒤로 보이는 산이 한라산이다. ⓒ 윤형권

산방산이 들으면 서운하다고 하겠지만, 산방산 일부인데도 산방산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 있다.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해안은 용이 산방산에서 바다로 내려오다가 머리를 치켜든 모습이다.

산방산은 경사가 급해서 사람이 오를 수가 없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산이다. 용머리해안은 해안가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서, 사람이 용의 턱밑까지 다녀올 수 있다. 위엄이 있고 듬직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사랑받는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용머리해안 사진 왼쪽에 산방산이 있고 오른쪽이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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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인 윤형권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6년)로 활동하다가 언론사에서 6년 간 근무 후 세종에서 광역지방의원으로 6년 간 봉직했다. 지금은 행복을 찾아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