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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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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현황 ⓒ 넥스트스트레인
 
1987년, 지구에 사는 현대 인류에게 공통된 할머니가 있고 그 할머니는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연구가 <네이처>에 발표되고 나서, 세계는 연이은 기사로 떠들썩했다. 이른바 '아프리카의 이브'가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1만 세대쯤 전에 살았던 나의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것과 그 할머니가 다른 모두의 할머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것은 모든 생명체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왔으며, 이전의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된 조상이 있다는 진화 원리를 배경으로 한다. 나와 내 동생에게는 우리 엄마라는 공통 조상이 있고, 엄마와 이모에게는 할머니가, 할머니와 이모할머니에게는 증조할머니가 있고, 하는 식으로 따라 올라가는 것인데, 그렇게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의 할머니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나와 6촌 언니가 같은 증조할머니로 이어져 있는 구조를 전 지구로 확대해 놓은 것과 같다.

인류 발생 이후 꾸준히 족보가 이어져 왔다면 그 할머니를 찾아내는 일이 쉽겠지만, 글로 기록된 인류의 역사는 기껏해야 수천 년이다. 그런데, 우리의 생물학적 이해가 깊어지면서, 기록으로 남지 않은 인류의 계통학적 역사가 우리의 디옥시리보핵산(DNA)에 장부처럼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 것이다.

모든 인간의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라는 DNA 조각이 존재하고, 이것이 엄마로부터 자녀들에게로 전달된다는 것과 DNA는 일정한 비율로 돌연변이를 얻으면서 전달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동생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는 엄마로부터 온 것이고, 엄마와 이모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는 할머니에게서 온 것이고 하는 식으로 미토콘드리아 비교를 통해 인류 모두에게 공통된 할머니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이러스는 DNA나 리보핵산(RNA) 조각이 단백질 옷을 입고 있는 단순한 구조로, 생물체 내로 침입해 들어가게 되면 그 생물의 생체 공장을 가동시켜 자신들의 자손들을 복제해낸다. 복제된 자손들이 다시 단백질 옷을 만들어 입고 밖으로 나와 다른 생물로 옮아가는 식으로 세대가 이어지는데, DNA 바이러스나 RNA 바이러스나 그 유전체가 일정한 비율로 돌연변이를 얻으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복제된다는 점에서 우리 인간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새로 복제된 바이러스에는 엄마 바이러스가 있고 할머니 바이러스도 있다. 그러니까 그들이 얻었던 돌연변이는 그대로 복제되어 지금 막 생겨난 자손 바이러스에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모든 바이러스의 게놈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를 찾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바이러스의 가계도를 그릴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통도

지금 전 지구적 공포가 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는 발생 이후 지금까지 세대에서 세대로 복제해가며 전 세계로 퍼졌는데, 우리가 그 모든 바이러스의 게놈을 안다면 그들의 가계도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들의 가계도를 알게 되면 그들의 공통 할머니가 언제쯤 살다 갔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의 확산 동선과 속도 등을 추적할 수가 있다. 이것은 이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생물학적 정보로서뿐만 아니라, 방역에도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4월 10일 기준 세계 60개국에 걸쳐 염기서열화된 3640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이용해 그 계통도를 그려 보여주는 곳이 있다. 넥스트스트레인(https://nextstrain.org )이라는 개방형 온라인 바이러스 연구 커뮤니티다. 세계 바이러스유전학 전문가들이 바이러스 게놈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모으고 분석해서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비영리 단체이다.

넥스트스트레인은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 바이러스 정보공유망)에 공유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의 계통도를 그려 업데이트하고 유전학적 분석 및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 등을 제공하여 바이러스 학자들과 역학자들 모두에게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진화생물학적 이해
 
[도표1] 2019년 12월 17일 이전부터 2020년 3월 25일 이후까지 코로나19 계통도가 시간을 따라 그려져 있다. 유럽(초록 노랑 계열)과 북미(빨강 계열) 데이터는 각각 점으로 계통도 위에 표시되어 있다. 중국 우한이 봉쇄된 2020년 1월 23일이 파란선으로 그려져 있다. ⓒ 넥스트스트레인

넥스트스트레인에서 그린 가장 최근의 코로나19 계통도(도표1)는 흥미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 선으로 그려진 계통도는 게놈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가지치기해 나갔는지를 추정해 보여주고, 사용된 개별 게놈 데이터는 동그란 점으로 표시해 보여준다.

그 개별 게놈 데이터가 수집된 지리적 위치에 따라 중국(보라색 계열), 유럽(초록 노랑 계열), 북미(빨강 계열) 등 색을 달리해 나타냈다. 보라색 계열의 가지에서 회녹색 계열로 번져나가고 그 뒤로 다시 붉어지는 가지들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번져 나와 유럽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퍼져나간 것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도표에 파란색 선으로 표시된 2020년 1월 23일 중국 우한이 봉쇄된 시점에 이미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 등으로 번져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번져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여러 나라들이 중국만 봉쇄하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 얼마나 큰 오류였는지를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에서의 입국을 봉쇄했지만 지금 엄청난 수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로 연일 보도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도표 하단에 보라색 가지에서 뻗어간 붉은 가지들, 즉 중국에서 바로 넘어온 큰 줄기뿐 아니라, 도표 상단에 회녹색 계열에서 크게 번져간 붉은 가지들, 즉 유럽에서 넘어와 크게 번진 줄기를 보면 그 양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으로의 코로나19 유입은 중국에서뿐 아니라 유럽을 통한 감염 경로가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뉴욕의 코로나19 확진자 대부분이 유럽에서 넘어온 바이러스에 감염된 케이스들로 보인다'는 내용의 기사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것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긴밀하게 서로 연결된 현재의 국제 관계나 사람들의 이동에 대한 이해 없이 근원지만 봉쇄하는 방식의 방역 접근은 위험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도표2)를 보면 비슷한 양상이 현재 일본에서도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우한 봉쇄 직후에 일본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들은 중국(보라색)에서 바로 넘어온 계열들로 나타나지만, 3월 11일 전후로 발견된 바이러스들의 경우는 유럽(초록 노랑)과 미국(빨강)을 통해 유입된 경우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이 계통도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강력하다. 바이러스의 진화생물학적 이해를 통해 바이러스의 전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우리의 방역 체계를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도표2] 2019년 12월 17일 이전부터 2020년 3월 25일 이후까지 코로나19 계통도가 시간을 따라 그려져 있다. 일본(보라색 계열)의 데이터는 각각 점으로 계통도 위에 표시되어 있다. 중국 우한이 봉쇄된 2020년 1월 23일이 파란선으로 그려져 있다. ⓒ 넥스트스트레인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스페인에서 영장류 게놈을 연구하는 진화 생물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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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고 있는 연구자입니다. 바르셀로나의 폼페우 파브라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박사 후 연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사이언스타임즈에 객원기자로도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