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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총선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해 지자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16일 오전 0시 55분]

여야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운명이 15일 확연히 엇갈렸다.
 
KBS·MBC·SBS 방송3사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동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최소 153석에서 최대 178석,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최소 107석에서 최대 133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경합 지역이 많은 만큼 최종 개표 결과가 예측과 달라질 순 있지만, 민주당의 단독 과반 승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현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 성격이 강한 총선에서조차 참패한 통합당은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맞붙어 '미니 대선'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종로구에서도 이 위원장은 웃었고 황 대표는 울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 35분 기준 개표율 44.52%인 상황에서 2만6541표(66.23%)를 얻으면서 1만4888표(35.46%)를 얻은 황 대표를 제치고 당선을 확실시했다. 이로써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 위원장은 남은 2년 간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를 맞게 됐다.
 
호남에서 출발해 종로 찍고 전국 누빈 이낙연    
 
제 21대 총선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해 지자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낙연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날개'를 달게 됐다.
 
이 위원장은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으나 호남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미약하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목됐다. 4선 국회의원·전남도지사·국무총리 등 이력에도 '중앙 정치' 역량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이러한 한계론을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이 위원장은 '잠룡의 배출지'란 정치적 무게감이 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또 이후엔 종로를 벗어나 전국을 누비면서 민주당 후보 지지유세를 벌였다.
 
이 위원장의 선거 막판 동선만 봐도 그의 활약은 입증된다. 지난 10일엔 충남 천안시와 대전, 충북 옥천·논산·부여를 찍었다.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인 11일과 12일엔 서울 동작·서초·강남과 인천시 곳곳을 훑었다. 지난 13일엔 경북 포항과 구미, 안동을 거쳐 충북 제천단양과 서울 광진구까지 누볐다. 이 후보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만 해도 40여 명에 이른다.
 
민주당이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이 위원장 특유의 안정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도 주목 포인트다. 당의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장은 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로서의 무게감을 드러내면서 지역구에 매몰되지 않고 그 존재감을 중앙에서 피력할 수 있었다.
 
이 위원장 측도 이번 총선을 차기 대선을 앞둔 '전초전'으로 보는 편이었다. 한 캠프 관계자는 투표 전날(1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종로 선거는 이미 승자가 결정됐고 어떻게 이기는 지가 중요하다고 봤다"라며 "(황교안 대표와) 10%p 정도 격차를 벌려야 의미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네거리에서 광진갑 전혜숙 후보, 광진을 고민정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주당은 지금 '이낙연 체제'로 선거를 치른 것 아니냐"라면서 "만약 낙선했거나 미래통합당이 1당이 됐다면 한계론이 분출됐겠지만 민주당이 압승한 이상 '이낙연 대세론'은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 위원장이 차기 대권 가도에서 앞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여권 내 다른 주자들을 두어 명 더 부각시켜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그건 이 위원장을 (대권 구도에서) 젖히려는 의도보다는 '대권주자는 한 명보다 여러 명이 더 낫다'는 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당내 견제세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친문(친문재인) 주류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본선 경쟁력이 약한 호남 후보(이낙연) 대신 영·호남 개혁세력의 연대를 이끌 수 있는 영남 후보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 입장에서는 비교적 약한 당내 기반과 친화력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첫 시험대서 낙제점 받아든 황교안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KBS·MBC·SBS)와 한국방송협회가 진행한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반면 황교안 대표의 앞날은 어둡다. 그동안 야권 차기 대권주자 1위로서 적잖은 무게감을 발휘했던 그였지만, 이번 총선이야말로 '정치인 황교안'의 첫 시험 무대였기 때문이다.
 
우선 황 대표 개인의 출마 결단부터 새로운보수당 등과의 통합 과정, 이후 공천 논란까지 모두 종합한 '선거 패배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했지만 1개월 넘게 지역구 결정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위원장과의 맞대결을 피하는 '험지 고르기'라는 당 안팎의 빈축을 샀다.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과의 갈등,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명부 번복 사태 등은 '황교안 사천' 논란을 샀다. 선거 막판 차명진·김대호 등 일부 후보들의 막말 논란과 징계 해프닝 등이 불거진 것도 지도부 책임으로 돌려질 공산이 크다.
 
한 당 관계자는 "황 대표 측이 통합 및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대권 경쟁자들을 쳐내는 쪽으로 집중했다는 당내 인식이 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오랫동안 헌신한 당원들은 통합 이후 공천 과정을 보면서 잘못된 공천이란 생각이 크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 본인의 역량을 놓고 맞상대인 이낙연 위원장과 비교되는 것도 문제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만 아니라 전국을 누비면서 '리더'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 반면, 황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올인'하는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종로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특히 이는 선거 초반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n번방사건) 관련 "호기심 입장 회원" 발언이나, 비례대표 투표용지 관련 신체 비하 발언 논란 등 황 대표의 실언이 부각된 탓도 크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당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우려가 든다"(지상욱 중성동을 후보), "중앙당 차원에서 메시지를 단일화해 제시해주길 바란다"(문병호 영등포갑 후보), "중앙당 차원에서 제발 헛발질하지 않도록 건의해달라"(이은권 대전 중구 후보) 등 공개적인 우려 표명이 잇따르기도 했다.
 
황 대표의 추락은 야권의 차기 대권구도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 당시 얻었던 121석 수준의 성적표가 나온다면 황 대표는 대표직 사퇴는 물론 정치 무대에서도 퇴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거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없는 야권 상황을 볼 때,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황 대표는 이날 밤 11시 40분께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서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고 불민이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16일 새벽 0시 50분 기준 전국 개표율 77.2% 상황에서 예측되는 통합당 획득 지역구 의석수는 90석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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