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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부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온 오마이뉴스는 오는 2월 22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연쇄 인터뷰] 차기 주자에게 듣는다, 당신이 꿈꾸는 20년 후'를 선보인다. 여야 차기 주자들에게 현안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앞으로의 꿈을 묻는다. 개인의 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꿀수록 그들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첫 순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편집자말]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홍성민
 
- 20여 년 정치인생 중 서울 총선은 처음이다. 좀 다른가?
"제일 다른 것은 이동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기름이 덜 먹는 선거가 도시 선거다. 다만 새로운 문제에 훨씬 많이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에너지는 덜 소모될지 몰라도, 사람의 에너지는 더 많이 소모된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불안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반면, 중국 이외 지역의 치사율은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위생관념이나 생활태도, 그리고 한국의 의료 수준과 정부의 관리 체계는 손색이 없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관리를 해나간다면 큰 불안 없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낙연 대망론] "총리 경험은 그 다음 일의 장애가 아니라 보탬이 될 것"

- <오마이뉴스>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8개월 넘게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30%에 육박했다. 개인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너무 과분하다. 제가 특별한 능력이나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기대와 사랑을 주실까… 제가 알 도리는 없지만, 보도나 평론들을 보면 안정감, 균형감, 신뢰감을 국민께서 느끼시는 듯하다. 그런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이 기대하는 지도자상에 근접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호남 후보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해석한다. 돌아보면 호남은 DJ 이후 정권 창출 또는 교체의 열망을 영남 출신 후보를 통해 실현하려 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역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피로감이 있고, 진짜 호남 출신 인물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열망이 호남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현상을 지역으로 나눠서 보는 방식이 과거처럼 유효하진 않을 수 있다."

- 그런 해석은 과거 프레임이다?
"네. 지역을 뛰어 넘는 많은 문제가 이미 우리 사회에 생기고 있다."

- 반대로,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지역 프레임이 과거처럼 강고하지도 않고, 그런 식의 분석이 과거처럼 적중하지도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남아있겠지만, 많이 완화됐다. 지역 구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갈등 양상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더 많이 직시할 때가 됐다고 본다."

- 혹시, 내가 너무 일찍 떴다, 이런 생각도 하는가.
"하하하. 제 계획에 있던 것이 아니다. 삶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 총리가 된다는 것도 제 계획에는 없었고, 총리가 되어 국민의 기대와 신망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그랬다. 과분한 영광이고 때로는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국민의 기대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지금까지는 총리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제는 진짜 본인 정치를 해야 하는데.
"총리 경험이 장애가 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총리란 대통령을 돕고, 자기를 감추고, 또 의전에 치중하는 자리라는 기존 이미지에 따라 그런 생각이 형성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2년 7개월 13일 동안 총리로 일하며 과거 총리와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도 많았다. 특히 내치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제 책임 하에 임했다. 그 결과 또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총리 경험은 그 다음 일의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탬이 된다고 본다."

-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가.
"(웃음) 아직 국회의원 후보도 아닌 사람에게 다음 대선을 물어보는 게 이상하다. (이 전 총리는 현재 서울 종로 지역구 예비후보 신분이다. – 기자 주) 다만 이럴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께서 당장 보시는 것은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걱정된다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힘든 일을 해결해 드리고 내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 그럴 만한 역량이 있거나 신뢰감을 주는 것, 이것이 2년 후 대선에서 국민이 바라시는 지도자상이 아닐까."

[4월 총선과 종로 빅매치] 말을 아끼다

- 이른바 종로 빅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많다. 솔직히 됐으면 좋겠나, 안됐으면 좋겠나? (인터뷰는 7일 오전 진행됐다. 이날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빅매치가 완성됐다.)
"장단점이 있다. 이른바 빅매치가 된다면 제가 전국을 순회하며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좀 덜해질 것이다. 대신 종로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고."

- 그래서 됐으면 좋겠다는 건가.
"(웃으며) 이미 일찍이 말씀 드렸다. 신사적 경쟁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그 말도 자꾸 하면 결례가 될 수 있으니 이 정도로 하는 게 좋겠다."

- 황교안 대표와는 개인적 인연이 있나.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빌딩을 찾아 악기상가를 둘러보다 세수대야와 양은냄비로 제작된 기타를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 총리로서는 후배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한참 선배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황 대표에게 충고를 한다면?
"아이고, 그거야말로 건방진 이야기다. 제가 그럴 처지가 아니다."
 
-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진영 통합 움직임이 있다. 보수 통합, 될 것 같은가.
"잘 모르겠다. 보도되는 것 이상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뭔가 선거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모색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 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공식 출범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 유권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을 넘어서 선관위에 고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탈·불법적 요소가 많은 것 같은데.
"그동안에도 선관위가 일정한 판단 내렸고 이번에 또 다른 탈법이 나온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법적 판단으로 정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경우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 위성정당 전략이 효과는 있을까?
"저는 국민을 믿는다. 그런 데에 현혹되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총선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질 경우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러지 않을 거라 본다. 옳지 않은 일이다."

- 옳고 그르고를 떠나 정치는 현실인데.
"현실이어도. 자기들이 비판했던 일을 자기들이 한다는 것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지도부나 당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통합 흐름도 있다.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를 막고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것도 코멘트 하지 않겠다. 선거를 앞두고 누구나 모색을 하게 돼있으니."

- 안철수 신당의 영향력에 대한 전망은?
"그 또한 잘 하시겠지. 특별히 코멘트 할 건 없다. 보수 통합이든, 제3세력 통합이든, 누구의 신당이든, 각자 잘 할 문제라고 본다."

- 총선은 보통 여당 중간평가 성격이지만 이번 총선은 여당 심판론과 함께 야당 심판론도 팽팽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잉태된 문제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에 따른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정부가 문재인 정부이다.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또 탄핵 이후의 과정에서 표출된 국민의 요구와 분노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는 분들은 더 해결하라고 말씀할 것이고, 너무 그 일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어느 쪽을 심판하느냐인데, 저는 이번 선거가 그것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그렇다면?
"서로 누구를 심판하느냐를 뛰어넘어 우리가 가고자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미래의 준비가 이번 선거에 스며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더 빨리 갈 수 있고 역사의 과정을 더 단축할 수 있다. 총선은 회귀적 선거다 평가적 선거다라는 정의가 있지만, 이를 뛰어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한번 실현했으면 좋겠다."

- 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의 목표는?
"숫자로 말하는 것은 잘못하면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할 것이다."

- 범 개혁세력, 또는 개헌 세력의 3분의 2, 즉 개헌선 확보도 가능할까?
"쉽게 말할 수 없다. 개헌세력이 얼마라는 것이 곧바로 개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20대 국회에서도 그랬다. 다만 (개헌이라기 보다) 개혁이 더 필요하다, 개혁을 더 빨리 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대적 다수 의석이었으면 좋겠다."

- 예전에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다당제가 보장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결과도 다당제로 이어질까?
"조사들을 보면 제한된 범위지만 지금보단 다당제화 되지 않겠나."

[문재인, 노무현, 김대중] "문 대통령 리더십은 신념과 배려"

-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궁합이 잘 맞았나.
"참 좋았다.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관용과 배려 덕분이었다. 일하는 동안 참 편했다. 결과도 비교적 좋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 가까이서 본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신념과 배려로 정리할 수 있다. 중요한 문제에 자신의 신념이 확고히 정리돼 있다. 그러면서도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관계된 사람, 그 사람이 직접적인 부하이더라도 배려를 하는 것. 이건 다른 지도자에게 거의 없는 매력이다. 예를 들면 저를 호칭할 때 한 번도 '님' 자(字)를 뗀 적이 없다. 제가 아랫사람인데도 항상 '총리님'이라고 말했다. 비서실장과 대화할 때도 대통령님 본인을 말할 때 '저'라고 칭했다. 사람에 대한 배려다."

- 그래도 문 대통령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유머를 좀 더 하셨다면 어땠을까. 전 유머만 해서 탈이지만. (웃음)"

- 후보자 대변인, 당선자 대변인으로서 노무현 대통령도 가까이서 모셨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은?
"신념과 감성. 신념이 확고하신데 대단히 감성적 접근을 좋아하신 분이다. 스스로 그렇게 노력하셨다. 툭 터놓고 상대방 가슴에 바로 들어가도록. 새로운 장르의 정치문화를 만드신 분이다. 그 때문에 본인이 많은 상처도 받았지만, 결코 버리지 않으셨다. 아주 매력적인 분이었다."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해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는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분의 생애와 사상, 말로 하면 너무 긴 시간이다. 그러나 제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절묘한 균형이다. 이것은 모든 지도자에게 필요한 숙제다. 특히 개혁을 추구하는 지도자일수록 김대중 대통령의 균형 감각이 더 필요하다."

- 본인은 누구와 가장 비슷한가?
"제가 감히... (웃음) 건방진 일이고요. 제 청년 시절부터 긴 영향을 주신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대학 1학년 때 그 분이 대통령 후보가 됐고, 학교 교실보다는 그분의 연설자리가 더 재밌었다. 제 청춘이 그렇게 시작됐다."

[윤석열과 추미애] "검찰, 설령 정의를 위해 공권력 행사하더라도 인권 침해 없어야"

- 검찰의 최근 일련의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양면이 있죠. 물론 검찰은 위법의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하고 또 성역은 없어야한다. 동시에 수사엔 강제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항상 있다. 설령 정의를 위해 공권력을 행사하더라도 과도하고 부당한 인권침해는 없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걸 위해 우리가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또 형사소송법도 만들어진 게 아닌가. 그 양면의 가치를 (검찰이) 소홀함 없이 지켰으면 좋겠다."

- 그 말은 현재 검찰 수사에는 후자, 즉 과도하고 부당한 인권침해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그런 당위를 말한 것이고, 구체적으로 뭐가 어쨌느냐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한 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기록했다. 나도 이 결과를 접하고 좀 당황스러웠는데. 정치인도 아니고, 검찰총장은 정치와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 자리인데...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웃음) 그것도 제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래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여전히 윤 총장을 신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청와대가 검찰과 명확하게 날을 세우는 것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국민들은 조금 헷갈린다.
"(웃음)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하길 바라실 거다."

-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을 비공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 또한 양면의 가치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개함으로써 보호받아야할 개인의 영역까지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일정한 범위에서 절제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을 수 있다.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조화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형사사법제도의 성숙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논쟁거리라 본다."

[인간 이낙연의 키워드] "어떠한 가치와 정책에도 반드시 그늘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빌딩을 찾아 낙원아파트 주민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남소연
 
- 지금 답변을 들어보면 양면성이나 균형, 이런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평소 발언을 봐도 주요 키워드가 균형과 공정성인 것 같다. 그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떠한 가치와 정책에도 반드시 그늘이 있다. 그 그늘을 최소화하며 추구해야한다. 누군가가 상처 받건 말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건 말건, 그대로 추진해도 좋은 가치와 정책은 없다. 그 방향이 맞고 옳다면,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늘을 치유하며 가야한다. 그 점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그것이 성숙한 정치고 행정이다."

- 하지만 기계적 공정성은 이미 기득권을 가진 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오히려 불리하지 않겠는가.
"옳은 말이다. 공정과 중용이라고 해서, 산술적인 한 가운데를 말하는 건 아니다. 강자와 약자의 충돌이 있을 때 당연히 국가는 약자를 도와야 한다. 강자의 편에 선다면, 그런 정부를 위해 세금을 낼 이유가 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강자는 안그래도 강해지게 돼있으니까. 그걸 억제하고 약자를 돕는 데 비중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합리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 또 하나의 키워드가 실용성으로 보인다.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얻자, 문제가 있으면 하나씩이라도 해결하자, 그게 실용성이다.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현장에서 왜곡되거나 취지에 역행하는 현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대했던 결과에 근접하며 하나씩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속도가 덜 날 수도 있다. 그런데 꼭 한꺼번에 두 걸음을 가야만 하는가. 그러다 만약 안되면 한 걸음도 못 가 후퇴할 텐데. 두 걸음을 가기 위해서라도 한 걸음을 먼저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 예를 들면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개폐정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안됐다. 당시 이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조금이라도 수정해야 한다는 두 주장이 있었다. 그 때 후자를 택했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런데 실용성은 매사 이해나 가치의 충돌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산불, 이는 가치의 충돌이 아니다. 제가 공직자들한테 귀가 따갑게 한 말이 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만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이 나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심지어 기억마저 없어진다. 사진집도 다 타버린다.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리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위로만으로 눈이 떠지지 않는다. 눈앞이 캄캄한 분들에게 가서는 눈이 보이도록 해야 한다."

- 어떻게?
"그래서 8단계로 나눠 말씀을 드렸다. 임시주거는 이렇게 하겠다, 주거 복구는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 또 다른 어떤 지원이 가능하다, 생업은 이렇게 하겠다... 손으로 써서 일주일에 세 번 찾아가 설명하니 비로소 눈을 뜨시고 안도하셨다. 나중엔 제가 가면 반가워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하던 날 밤에 대통령께서 총리와 저를 함께 청와대로 불러 영부인, 노영민 비서실장, 이렇게 다섯이 막걸리 곁들여 저녁을 했는데, 그때 대통령께서 '글을 잘 쓰시니 그 경험을 책으로 쓰시죠' 하시더라. 언젠가 써볼 생각이다."

[언론과 청년] "원종건씨 건, 참 죄송스러워"
 
4·15 총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전하는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이 너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다.
"경각심을 주고 주의하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분노나 걱정을 드리는 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 선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일본 언론과 한국 언론이 굉장히 다르다. NHK 방송의 경우, 우리처럼 매일 이번 사태를 톱으로 삼지 않는다. 톱뉴스일 수야 있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적정한가 하는 것은 언론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불신을 증폭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국민의 마음은 반대로 안정을 추구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국민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언론이 직시했으면 좋겠다."

- 조국 사태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양과 질에서 유감스런 일도 있었다. 그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었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 지난 주 나온 보도와 그 다음 주에 나온 보도가 다르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표창장에 대한 것이나... 훗날 언론들이 반성 자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언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대략 기자 20년을 하고 정치 20년을 했다. 이후 20년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걸 어떻게 아나, 하하. 언젠가 공직을 떠나면 새로운 방식으로 살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청년들에게 친숙한 할아버지 같은.... 그런 꿈을 꾼 적도 있다. 실크로드 어딘가에 걸쳐 있는 나라에 가서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만일 그 나라 청년들이 코리안드림을 꾸고 있다면 그들에게 한국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는 영감으로 살고 싶다고. 코이카에 물어보니 받아줄 순 있다고 하더라. (웃음)"

- 청년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다. 한국에는 왜 핀란드처럼 30대 여성 총리가 나오지 못할까?
"정치 체제와 문화에 폐쇄성에 있을 것이다. 유권자 의식 속에도 그런 유연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제가 이해찬 대표와 임종석 실장에게도 그런 말을 했다. 이해찬 대표가 37살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고 임 실장은 35살에 됐는데, 지금 그런 청년 당선자를 낼 수 있을까? 다시 그런 당선자를 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당내 경선 등 이런 민주적인 발전 부분이 오히려 청년의 진입과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게 있다. 또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가 줄어들다보니 편하게 진입할 문도 줄어들고. 여러 고민이 있다."

- 원종건 사태로 민주당의 인재 영입이 빛을 바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벤트식 인재 영입도 이번 총선으로 수명이 다했다고 분석한다. 또 당 내부에서 단련된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양면이 있다. 자꾸 양면, 양면, 해서 양면이 무슨 국수의 일종이냐 할 수 있겠는데(웃음). 우리가 정당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도자 양성 과정이 취약하다. 우리와 체제는 다르지만 중국의 경우 지도자 양성 과정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인재를 배출하는 과정이 훨씬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치도 전문 업종이니 정당에서 그 기능을 해줘야 한다. 동시에 정치 이외 영역의 소리와 문화를 정치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원종건씨 건의 경우 참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정당의 인물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해도 더 신중해야 한다. 그래도 정치는, 많은 비판을 받지만,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면에서 흠이 덜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의무다."

[앞으로 20년] "20년 후엔 손흥민 같은 선수가 여러 분야에서 나와야"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원빌딩 내 낙원상가를 찾아 구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20년 전인 2000년 정치를 시작했고, 오마이뉴스도 20년 전 같은 해 창간했다. 그 20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제일 큰 뉴스 하나를 꼽자면?
"오마이뉴스와 저하고 동기네. (웃음) 지난 20년 동안 뭘까... 글쎄, 쭉 펼쳐지긴 하는데... 우선 정치인이 되고 난 뒤에 가장 먼저 감동한 것은 월드컵. 전국이 들썩거렸지. 그 다음 대통령 탄핵은 (한국 역사에서) 아픈 경험이다."

- 지난 20년간 사회가 발전했다고 보는가.
"발전했다. 예를 들어 행정체계, 경제질서, 문화 수준, 국민 안전, 이를 관리하는 체계, 이런 것들은 발전했다. 산업도 고도화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어느 정부의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난 20년 사이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의 팽창 사회에서 성장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는 수축 사회로 변했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배태됐다. 물론 그래서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이 변화는 미래에 긴 그림자를 던지며 많은 과제를 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도 그런 미래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할지 논의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 이낙연이 꿈꾸는 앞으로 2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일류국가 됐으면 좋겠다. 축구를 보면, 나는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 박지성, 이런 선수들이 뛰던 시대를 함께 살았다. 그런데 요즘 손흥민 선수를 보면 깜짝 놀란다. 이강인 선수를 보면, 오잉? 이 선수는 뭐야? 한다. 축구에선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오는데, 다른 영역은 아직도 차범근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앞으로 20년이라면, 지금 기준으로 손흥민 같은 선수가 여러 분야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정치 지도자도 경제인도 손흥민급으로, 문화인도 이강인급으로. 그렇지 않으면 출구가 별로 없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남북 통일이다.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통일과 같은 상태, 요컨대 평화롭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상태는 전제 돼야 할 거다. 그래야 성장과 투자도 확보되고 일류로 나아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축하 메시지를 부탁한다.
"20년 전 오마이뉴스의 창간은 언론 문화의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자체가 혁명이었다. 오마이뉴스가 20년이 됐는데, 또 다른 혁명으로 또 다른 충격을 주길 기대한다." ◆
 
글 : 이병한, 조혜지
사진 : 남소연
영상 : 김윤상,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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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때는 풋풋한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네요. 현재 본부장으로 뉴스게릴라본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쪽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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