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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 년의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사찰 통도사에는 작은 돌조각 하나, 토벽에 그려진 벽화 한 조각에도 통도사의 내력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자칫하다간 놓치기 쉬운, 깨알같이 숨겨진 통도사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구룡신지, 통도사 창건설화  
   
통도사 구룡신지 통도사 창건신화가 전해오는 구룡지. 가뭄에도 연못의 수위가 줄어드는 법이 없다고 한다. ⓒ 변영숙

대웅전의 남쪽 정문 금강계단을 돌아서면 삼성각과 산령각 사이에 아치형 돌다리가 놓은 작은 연못 하나가 있다. '구룡지'에는 통도사의 창건 설화가 전해져온다. 

자장율사가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 100과와 가사, 염주, 경전과 함께 '축서산(지금의 영축산) 아래 독룡이 거처하는 신지가 있는데, 그곳에 금강계단을 쌓고 진신사리를 봉안하면 물, 바람, 불의 재앙을 면하고 천룡이 만대에 불법이 머물도록 옹호할 것이니 그리로 가라'는 계시를 받고 돌아왔다. 

자장율사가 이곳에 와서 보니 정말로 커다란 연못이 있고, 그곳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자장율사는 불법을 설파해 구룡을 굴복시켜 다섯 용은 오룡동으로, 세 마리는 삼동곡으로 보낸 후 연못을 메우고 대가람을 세우고 금강계단을 쌓았다. 그런데 눈이 먼 용 한 마리가 이곳에 남아 통도사를 수호하기를 원해 자장은 연못의 귀퉁이를 메우지 않고 남겨두어 용이 살게 했다. 
 
통도사 대웅전 용문양 계단 통도사 대웅전 용 문양 계단은 지금도 구룡지에 살고 있는 용의 꼬리이다. ⓒ 변영숙
 
이 용은 지금까지도 연못 속에 살면서 통도사를 수호하고 있다고 한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용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구룡지에 사는 용의 꼬리라고 한다. 구룡지는 심한 가뭄에도 물의 양이 절대 줄어드는 법이 없다고 한다. 
 
호혈석(호압석)

응진전과 극락전 옆 마당에 붉는 빛을 띠는 넙적한 돌이 깔려져 있다. 호혈석 혹은 호압석으로 불리는 이 돌에는 비극으로 끝난 한 여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온다. 

한 여인이 나물을 하다 길을 잃고 헤매다 통도사 백운암을 찾아 들었다. 백운암에서 수행정진하던 젊고 잘생긴 스님은 여인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은 경전을 읽으며 밤을 샜다. 스님을 사모하게 된 여인은 스님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자 급기야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여인의 부모는 스님에게 한 번만 딸을 만나달라고 간청하지만 스님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결국 상사병으로 죽음에 이른 여인은 영축산 호랑이가 됐다. 

세월이 흐른 어느날 강백이 된 스님이 학승들에게 경전을 가르치고 있는데 호랑이 한 마리가 절에 나타나 포악하게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소란을 멈추기 위해 대중들이 저고리를 벗어 호랑이에게 던져 주니 호랑이는 스님의 저고리를 덥석 물어 갈기갈기 찢으며 더욱 사납게 포효했다. 호랑이와 자신이 어떤 인연이 있을 것으로 여긴 스님이 호랑이 앞에 나서자 호랑이는 스님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며칠 뒤 스님은 백련암 부근에서 상처하나 없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스님의 남성만이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절은 호랑이의 혈을 누르기 위해 호랑이의 피를 묻힌 반석 2개를 도량 안에 놓게 됐다고 한다. 
 
통도사 홍매화
   
통도사 영각 앞 자장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는 수령 370년의 통도사 자장매 . 봄을 알리는 자장매를 보기 위해 이른 봄부터 전국에서 춘매꾼이 몰려든다. 2월 중순이며 벌써 꽃망울을 맺고 피기 시작한다. ⓒ 변영숙
   
영각 앞에 서 있는 수령이 370년이 넘은 통도사 자장매는 우아한 연분홍빛 자태와 고혹적인 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봄을 알린다. 

통도사 자장매는 1643년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가 역대 조사를 모신 영각의 낙성식을 마치니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 해마다 섣달 납월에 연분홍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초에 자장매 아래서 소원을 빌면 한 해 좋은 일들이 꽃길처럼 열리고 사랑하는 연인들은 백년해로한다고 한다. 통도사 경내에는 극락보전 옆에 두 그루의 만첩홍매와 분홍매를 비롯해 여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통도사 자장매는 2월 중순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이른 봄맞이를 위해 통도사로 떠나도 좋은 이유다. 
 
통도사 대웅전의 이모저모
  
통도사 대웅전 국보 290호인 통도사 대웅전은 J자 모양의 독특한 지붕구조를 하고 있으며, 4방에 각기 다른 4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조선 인조 시대에 중건되었으나 기단은 신라시대의 것으로 연꽃 문양이 아름답다.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알려진 현판과 창살문양, 용꼬리 계단도 눈여겨 보자. ⓒ 변영숙
 
국보 290호인 통도사의 대웅전은 조선 왕릉 정자각에서 볼 수 있는 J자형 지붕을 가진 특이한 건축구조를 하고 있다. 덕분에 진입 방향이나 주방향에서 보더라도 모두 정면으로 보이며, 각기 다른 편액이 걸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도사에서 흥선대원군과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일주문의 '영축산 통도사' '금강계단'과 '대방광전' 및 원통소 등 모두 4개의 현판이 흥선대원군의 글씨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인조 22년 (1644년)에 중건된 대웅전과 달리 연꽃 문양이 새겨져 있는 기단은 신라시대의 것들이다. 대웅전 지붕의 막새기와 상부에 도자기 연봉장식도 통도사 대웅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대웅전 계단의 소맷돌의 연화문과 용문양이 아름답다. 
 
개산조당
  
통도사 개산조당과 37조도품탑 해장보각으로 들어가는 개산조당, 유교사당의 솟을삼문과 동일한 양식을 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 변영숙
 
용화전 옆에는 다른 사찰에는 보기 드문 솟을삼문이 세워져 있어 의아함을 자아낸다. 개산조당이라는 현판이 적힌 이 문은 자장율사의 진영과 고려대장경이 봉안된 해장보각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조선시대 유교의 사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양식으로  통도사가 조선왕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37조 도품탑
  
37조 도품도 개산조당 입구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37가지의 방법이 새겨져 있는 ‘37조도품탑’가 세워져 있다. ⓒ 변영숙
 
개산조당 입구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37가지의 방법이 새겨져 있는 '37조도품탑'이 세워져 있다. 사념처(四念處), 사정근(四正勤), 사여의족(四如意足),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이 역시 통도사에만 볼 수 있다.
 
가람각과 범종루
 
천왕문 왼쪽에 보이는 '가람각'은 통도사를 지키는 신중을 모신 전각이다. 우리나라 대승불교와 토착신앙과 어떻게 결부되어 발전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전각이라 할 수 있다. 

통도사 범종루에는 비상시를 대비해 운판을 제외하고 모두 2개씩의 사물들이 있는 점도 매우 특이하다. 
 
통도사의 숨은 벽화들  
  
통도사 외벽의 벽화들 '불화의 보고'라 불리는 통도사에는 각 전각의 외벽에도 훌륭한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 변영숙
 
불화의 보고인 통도사 전각들 외벽에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벽화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극락보전 토벽에 그려진 '반야용선도'는 연가들을 극락으로 인도해 가는 모습을 표현한 벽화로 은은한 색채와 생동감 있는 표현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작자 미상의 19세기 말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조만간 문화재로 지정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응진전 외벽에 그려진 달마도와 자장율사의 진영이 봉안돼 있는 해장보각 포벽의 까치와 호랑이 그림도 무척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민가의 산신신앙의 대상인 호랑이를 벽면에 그려 넣은 불교와 민간신앙의 융합을 한 단면을 보여주는 벽화이다.

이 그림에서 소나무는 새해, 까치는 기쁨, 호랑이는 알림을 상징하며 전체적으로 새해의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호랑이와 까치가 정겹게 노닥거리는 듯한 정겨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더불어 천왕문 천장을 받치고 있는 호랑이와 코끼리 조형물도 함께 눈여겨 보면 좋다. 
 
통도사에 문화해설사 분들에게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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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작가협회준회원, NGPA회원 저서: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