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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가창오리 20만 마리가 군무를 펼치고 있다. ⓒ 조수남
  
"와~ 멋지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보느라 찍지를 못했네." 


금강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들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 목록에 멸종 위기 취약종으로 지정된 가창오리의 해질녘 화려한 군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금강을 찾는 새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가창오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67만 마리가 우리나라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25만 마리로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줄어든 원인을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먹이 부족에서 찾고 있다. 자치단체 차원의 먹이 주기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가창오리는 낮에는 천적을 피해 물에서 쉬고 해가 지면 먹이활동을 하러 무리를 지어 들판으로 이동한다. 지난 15일 오후 5시 40분경, 출렁이는 강물에 떠 있던 가창오리들이 무리 지어 박차고 오르면서 원형을 그렸다. 토네이도처럼 휘감아 돌더니 둥근 형태부터 구불구불한 모습까지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 이렇게 추는 춤을 군무라고 한다.
 
몰려든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터지기 시작했다. 강물 위에서 10초가량 춤을 추던 무리는 구렁이처럼 구불거리며 상류 웅포대교 쪽으로 사라졌다. 누군가 허탈하게 소리쳤다. "게임 끝." 아쉬움이 남은 사람들은 가창오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내일을 기대한다.
 
4대강 준설로 모래톱 갈대밭 사라져
   
4대강 사업 전 금강 전역에서 만날 수 있었던 큰고니는 갈대밭이 사라지면서 저수지나 농경지에서 만날 수 있다. ⓒ 김종술
    
"금강에서 가창오리를 찍기 시작한 지 13년째다. 군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2월경 우리나라를 찾는다. 금강이 얼거나 들녘에 눈이 쌓이면 먹이를 먹지 못해 남쪽으로 내려간다. 지난 6년간은 금강에 앉지 않고 바로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12월부터 10만 마리 정도가 금강에 안착했다. 지난주 잠깐 추위가 왔을 때 고창으로 내려갔다가 14일 고창, 영암, 해남 무리까지 20만 마리 정도가 금강으로 올라왔다."

가창오리 안내를 맡아준 사진작가 조수남(49)씨는 이런 우려를 덧붙였다. 

"예전에는 추수가 끝나면 낙곡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볏짚을 곤포로 말아서 가져가고 일부는 소각해 버린다. 한때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자체에서 들녘에 볍씨를 뿌려줬는데 조류독감 때문에 먹이를 주지 않아서 그런지 해마다 가창오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 상태로 간다면 10~20년 후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겨울철 세종, 공주, 부여, 서천 등 금강에서 만날 수 있는 흰꼬리수리가 공주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에 앉아 있다. ⓒ 김종술

충남연구원 정옥식 연구위원은 "세종시 연동면 합강리(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에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4호),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 참수리(천연기념물 243-3호) 등이 많이 서식했다. 웅포대교(군산과 부여군 연결 다리) 인근에 큰 모래톱이 있을 때는 개리(천연기념물 325-1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와 고니류, 기러기 등도 많았다. 서천 금강대교 인근 하중도 큰고니가 400~500마리 정도 찾았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모래톱과 갈대밭은 야생동물과 사람들의 거리를 만들어 주고 엄폐할 수 있는 시설인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금강의 모래톱을 다 준설해 버리고 헤집어 놓아 새들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강에서 살아가던 개리들의 먹이가 사라지면서 서천 갯벌 쪽으로 떠나가 버렸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개체 수는 조금씩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만, 갈대밭이나 모래톱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여전히 보석 같은 금강
 
추수가 끝난 세종시 장남 들판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 ⓒ 김종술
 
1년에 300일 이상 금강을 찾는 기자의 눈에 금강은 거대한 사파리 같은 존재다. 금강을 걷다 보면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부터 수달(천연기념물 330호), 참매(천연기념물 323-1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4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8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등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 세종시 장남 들판에서 만난 겨울 철새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로 지구상 생존 개체 수는 대략 1만 1600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암수 2마리와 새끼 2마리 총 4마리가 찾았으나 올해는 암수 2마리만 찾아왔다.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는 세종특별자치시청 앞에서도 볼 수 있다. 4~6마리 정도가 시청 앞 하중도 갈대와 부들이 자라는 곳에서 먹이 활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 공주시 탄천면과 부여군, 서천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서천군에는 150마리 정도의 큰고니가 찾았으나 올해는 100여 마리 정도가 금강과 익산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변화로 인해 금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황새가 금강과 만경강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 김종술
  
최근 기자는 전문가들도 보기 힘들다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만났다. 황새와 함께 국내 희귀종인 검은어깨매가 금강과 만경강을 오가고 있다. 방사한 황새는 발목에 링을 감고 있으나 이곳에서 발견된 황새는 발목에 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야생종으로 보인다. 

이렇듯 야생동물 도감에서나 찾을 수 있는 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금강이다. 진귀한 겨울 철새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여행문화학교 산책의 김성선 대표는 생태 탐방을 겸한 금강 탐사를 준비하고 있고 <시사IN> 기자이자 독설닷컴 운영자인 고재열씨도 가족 단위 탐사대를 이끌고 금강을 찾을 예정이다. 겨울이 가기 전, 천연기념물이 넘쳐나는 금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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