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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예비후보자들은 서로 다른 색깔의 점퍼를 입고 선거 레이스를 뛰고 있습니다. '중간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부터 '야당도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까지. 안갯 속 같은 총선입니다. 그래서 미리 가봤습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장을 스케치 합니다. [편집자말]
 
18일 대구광역시 수성대학교 정문에서 만난 김부겸 의원은 노인일자리 평가대회에 참석한 지역구 주민들과 인사를 하느라 때를 놓쳤다. 만나자마자 기자한테 양해를 구하고 그는 중식당으로 이동했고, 자장면 한 그릇을 후딱 비웠다. ⓒ 남소연
 
"짜장면 한 그릇 시키주소."
 
지난 18일, 대구광역시 수성대학교 정문에서 만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은 다짜고짜 중국집을 찾았다. 오후 2시가 훌쩍 지난 시간,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오후 3시 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김 의원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 한사발이 나오자마자 식을 사이도 없이 5분 여 만에 면을 마시다시피 해치웠다.
 
"조금이라도 빌미를 주면 안 돼. 이 새끼 건방지다, 다 기다리고 있는데 지(자기)만 먼저 가버리더라, 이런 말이 안 나와야 되는데...."
  
인사하는 김부겸 의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열린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의원은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축사만 하고 나온 5분 전 상황을 걱정했다. '자유한국당' 당명이 적힌 빨간 점퍼를 입은 경쟁 예비후보 2명과 조우한 자리였다. 발걸음은 급했고, 말은 어느 때보다 빨랐다. 의정보고회부터 불교계 행사와 각종 송년회까지. 다음 일정도 줄줄이 이어졌다.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일이 하루 지난 날, 더불어민주당 내년 총선 최약체 지역인 TK(대구경북) 대표 주자는 이미 선거 국면에 접어든 듯 했다.

한국당 주자들의 예비후보 등록도 한창이다. 대구 수성갑은 20일 기준으로 총 4명의 후보가 등록했는데, 전부 한국당 주자들이었다. 수성갑 당협위원장인 정순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부터,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김현익 변호사를 비롯해 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지낸 검사 출신 정상환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중도층 유권자 안심 시키기, 그게 내 역할"
  
인사하는 한국당 예비후보들 자유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인 정순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왼쪽)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오른쪽)이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열린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모든 중간선거는 여당에 불리하다'는 선거 공식은 험지일수록 들어맞는다. 심판론의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대한 심판 심리부터, '뽑아줬더니 한 게 뭐있냐'는 실망감에 이를 부추기는 상대 진영의 'TK 홀대론'까지.
 
여기에 더해 이른바 '조국 사태'가 일어난 올해 하반기 이슈 구도까지 더해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 만나 "조국 문제가 터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20%로 반토막이 났다. 이게 지난 대선 때 지지도이긴 하지만, 더 크게 와닿는 것은 조국 사태의 반작용이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워낙 사는 게 힘드니까. 표를 줬을 때 가졌던 희망에 대한 상처가 크다. (다른 야당 후보들에 비해) 스펙은 김부겸이 제일 낫지만. 그래도 이 정부는 잘 하겠지, 했는데 조국도 그렇고 여기저기에서 뭐가 터져 나오고..."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한 김부겸 의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열린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남소연
 
대구 수성구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52세 황아무개씨는 실망감을 먼저 표출했다. 그는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소개했다. '위기론'은 "100% 사실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보지도 않고 한국당 찍는 이유는 '신물 나기 때문'이다. 찍긴 찍어야겠고, TV에서 국회 쳐다보면 짜증만 나고... 습관대로 찍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경쟁 상대인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크게 따돌렸던 장면을 다시 대입하기엔 힘든 환경이다. 김 의원은 당시  득표율 62.3%(8만4911표)를 얻어 37.7%(5만1375표)를 받은 김 전 지사로부터 압승을 거뒀다.  


"사람만 데려다가 죽이려고? 그건 곤란하다"
 
"지금은 우리 지지층이 실망해서 주저앉지 않게 하는 게 제일 급하다."
"시민들은 욕이 (목을 가리키며) 올라오는데 참고 있다. 우짜겠노, 부딪혀야지."

 
김부겸 의원은 위기론에 이미 익숙한 듯 보였다. 이날 오후 4시께 열린 의정보고회 현장에서 첫 마디도 "정권이 미우면 정권 밉다카지, 김부겸이 코빼기도 안비친다 하데예. 내는 한다고 했거든예?"라는 너스레였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지역은 민주당에는 정치적으로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다. 지난 20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의원이 당선돼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조국 법무장관' 사태 등을 겪으면서 보수 결집 흐름이 뚜렷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에서 김부겸 의원을 만나 차량 동승인터뷰를 했다. ⓒ 남소연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짤막한 인터뷰를 나누면서, 그는 자신의 총선 역할을 '중도층 지키기'로 규정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효상 의원 등 상대 진영이 제기하는 'TK홀대론'에는 적극 반박하면서, 조국 이슈 등으로 깎아먹은 점수는 '지역 인물론'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 야권에선 이미 수 개월전부터 'TK 홀대론'이 뜨겁다.
"근거 없는 이야기다."
 
- 국비 예산이 책정된 걸 근거로 제시하더라.
"말이 안 된다. 일단 각 시도별 통계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아니다. 신청한 예산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정확한 비율을 봐야 한다. 이번에 대구는 그 반영률이 91%다. 다른 데는 국비 증가율이 20%지만, 그 반영률이 70%만 넘기도 곳도 있다. 문제는 (TK홀대론이) 먹히고 있다는 거다."
 
- 박근혜 정권에서 치른 지난 총선과 내년 총선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그땐 (야당이) 여유가 있었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다 여당이니 야당도 '한 놈 돼 봐야지' 싶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저쪽도 절박하다. 일단 우리 지지층이 실망으로 주저앉지 않게 하는 게 제일 급하다. 인사 해보면 반응이 세 가지다. '잘 살게 해달라'는 것, '이러다가 김정은한테 넘어 가는 거 아이가' 하는 걱정, '박근혜 와 빨리 안 내보내노!'하는 분노. 설명한들 납득이 되겠나, 그게 어렵다."
 
- 책임감도 더 커졌을 것 같다. 홀로 뛸 때와 다른 환경 아닌가.

"일부는 내가 예전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청와대에 전화해 예산 몇 백억씩 착착 따오는 걸 기대하는데, 이제 불가능하지 않나. 대기업 유치도 쉽지 않고. 그래도 사실 제법 했다. 상대편이 공격 프레임을 그리 짜서 그렇지."
  
김부겸 의정보고회 참석한 주민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김부겸 의원 의정보고회 및 주민간담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 부산 경남 권역의 김영춘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아직이다. 진행된 건 없다."
 
- 총선 역할론이 부상하는 건 사실이지 않나.
"아마도 중도 유권자들이 안심할 목소리를 내 달라는 그 말 아니겠나."
 
그러나 그는 이른바 '수혈론'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TK는 '큰 인물'보다 지역구 사정을 잘 아는 개인기가 출중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김부겸이 무슨 정치 할꺼냐고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의정보고회 및 주민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정치'를 과거 새마을운동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TK 출마를 접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더라. '큰 인물 수혈론'을 제기한 지역 보도도 봤다.
"그렇게 미워하면서 사람만 데려다가 다 죽이려고? 그건 곤란하다. 이 지역이 낙후돼 가고 있다는 건 지역 사람 외엔 모른다. (지역을 위해) 이해를 하고 고민을 해야지."
 
- 구상 중인 라인업이 있나.
"당에서 고생한 사람, 새로운 경험과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섞어서 지역 신뢰를 쌓은 이들을 중심에 세우려고 한다. '찍어주고 싶지만 매력 없는' 그런 상황을 되풀이할 순 없다."
 
- 대권 선언을 빨리하는 게 낫다는 주문도 있더라. TK의 대표 주자로 각인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혼자 이야기해서 될 게 아니다. 영남권에서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우리가 총선에서 후보를 내야 의미가 있다.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지금은 뜬금없다. 총선을 통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그림도 없는데 '지 야심만 드러내나' 하실 거다. 지역민 설득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의정보고회 연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김부겸 의원 의정보고회 및 주민간담회를 열고 내빈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 남소연
 
- 심판론이 거센 데다 선거 구도까지 불리한 환경이다. 전략이 있나.
"(야권의) 정치 공세를 둔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사회, 경제정책은 철저히 강자들에게만 유리했다면 앞으로는 서민들의 자식도 꿈을 갖고 살도록 해야 한다. 이 도시의 미래를 위해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 구미 LG화학 배터리 공장이나 상생형 일자리 등 성과도 있었다. '여당이 의지를 갖고 밀고 나가고 있다, 정치공방만 해서 어떡하나'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설득하고 있다.
 
모든 정권 중반기에 치뤄지는 중간선거는 다 그런 (심판의) 성격이 있다. 그런데 왜 정권 심판을 TK에서만 하나? 수도권은 필요에 따라 적절히 정치 자원도 배분하고 (유권자도) 회초리를 칠 때 안 칠 때를 알아서 약삭빠르게 성과를 거둬 가는데. 여기만 의리라는 이름으로 일관성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과거라면 '애국심'을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지금 야당은 허점이 많지 않나. 그걸 호소해야지."

뚝 떨어진 기대감... 김부겸이 '공정' 강조한 이유
 
김 의원이 2019년 마지막 의정보고회에서 띄운 첫 의제도 이 전략과 맞닿아 있었다. 화두는 올해 하반기를 달궜던 '공정'에 관한 문제였다. 지역 간, 세대 간, 그리고 선거구조까지, 사회 전반의 불균등에 관한 이야기에 공정을 대입했다. 지역구 예산 확보를 홍보하기 이전에 먼저 꺼낸 이야기였다.
  
주민들 맞이하는 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이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의정보고회 및 주민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100m를 뛰는 데 어떤 아이는 20m 앞에서, 심지어 50m 앞에서 뛰는 게 보인다. 그걸 공정하다고 할 순 없다"면서 "우리도 잘 살고 내 주변도 잘 사는 길을 국가가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함께 잘 살아보자' 이런 걸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열었다. '민심 그대로의 선거'를 강조하면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석패율제'에 대한 생각도 함께 밝혔다. 현재 협상 국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석패율제'보다는 원론적 의미의 석패율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정당투표에서 25.54%를 얻었는데 의석은 지역구를 합쳐서 41%(123석)를 차지했다. 한국당은 정당투표에서 33.5% 지지를 얻었는데 의석은 41%(122석)를 받았다. 다른 건 다 문제 제기하면서 왜 이런 불공정은 말하지 않나?(지금 협상대로면) 253석에서 지역구가 3석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비례대표는 (예전처럼) 중앙당에서 나눠서 하지 않도록 하고, '아차상'처럼 아깝게 진 정당 후보에게도 줘야 하지 않겠나. 이게 결론이 나야 선거를 치를 텐데, 또 이걸로 욕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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