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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연기로 사랑받아온 송재룡 배우 ⓒ 디에스컴패니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학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대구의 극단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성민 배우의 소개로 극단 파크에서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당시 이성민 배우가 소속되어 있던 극단 차이무가 아니라 다른 극단에 소개해준 것이 의아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깊은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저를 알기 때문에 연극에 투입시킨다는 건 제 개인을 위한 거지, 연극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제가 연기로 검증받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송 배우는 몇 편의 공연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극단 차이무 소속이 된다. 그러나 극단 차이무는 송강호,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전혜진 등 명배우를 배출한 극단으로 유명한 만큼,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자리를 지키는 것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들어간 게 끝이 아니라, 저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 섞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보니 그 수준에 맞추려면,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하잖아요. 살아남기도 힘들었죠. 못하면 안 쓰니까요."

인생의 전환점, 극단 차이무
 
<독심의 술사> 연습 중에서도 열연 중인 송재룡 배우 ⓒ 디에스컴패니
 
그는 차이무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진짜 연기의 참맛을 깨달았다고 했다. 스스로 인생작으로 꼽는 연극 <거기>의 '진수' 역과 <양덕원 이야기>의 '지씨 아저씨' 역 또한 차이무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더불어 지극히 인간적인 선후배들과 함께 하면서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으로 꼽기도 한다.

"이런 걸 이야기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수입이 생기면 똑같이 나눠요. 대기실에 얼마 벌었는지 투명하게 적어놓거든요. 만원 사례가 되면, 분장실에 만원을 착착 붙여놔요. 잘됐을 때도 그렇지만, 잘 안 됐을 때는 서로 못 가져가는 거예요. 선배들은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 활동하면서 밥벌이는 하고 사니까 후배들한테 다 나눠줘 버려요.

이러니 다른 극단에 가서 생활할 수가 없는 거예요. 선배들을 안 따를 수가 없고, 부정할 수도 없어요. 잘 돼도 파이팅하고, 안 돼도 파이팅 할 수 있는 힘이 그 지점에서 생겨나는 거죠. 항상 서로가 서로를 봐준다고 할까요? 아무리 티를 안 내려고 해도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누구 하나는 꼭 알아채요.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그러면서 연습을 멈춰 버리는 거예요. 제 마음이 불편할까 봐 '너 때문에 연습 안 하는 게 아니라, 네 기분 덕분에 술 마실 건수 하나 잡았네!'라고 편하게 말해주면서요.

그러니 무대 위에서 마주쳐도 이 사람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대사는 다 외우지만,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뭘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가족처럼 지내니까, 그 호흡이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던 것 같아요."

 
"할 게 없어서 버티는 건 용납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는 지난 해 영화 <스윙키즈>에 '삼식' 역으로 출연하면서 잠시 무대를 떠났다. 그의 이름 세 글자를 더 널리 알린 기회였지만, 정작 그는 영화 개봉 이후 심각한 슬럼프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한테 기회가 오면, 홈런은 못 쳐도 안타는 치겠다는 생각으로 늘 칼을 갈았거든요. 좋은 역할이 들어온 만큼 잘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제가 잘 못해낸 것 같더라고요. 연기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연기랍시고 하면서, 누군가에게 누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연극하는 동네가 가난하고 배고픈 건 사실이지만, 버티는 건 버티되 할 게 없어서 연기를 부여잡고 있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될 거 같은 거예요. <생활의 달인> 같은 TV프로그램만 보더라도 20년 넘으면,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가 위치에 올라 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저는 초보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신구 선생님 같은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 나이까지 가기엔 아직 멀었고, 저보다 어린데 연기 훨씬 잘하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보면 연기하는데 횟수가 꼭 중요한 것만도 아닌 거예요. 요즘 돌아보면 25년 동안 내가 뭘 했나 싶기도 한데, 좋게 생각하면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싶네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자신에 대한 평가도 가혹할 정도로 혹독하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다. 그만큼 '잘했다'는 평가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배우란 늘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니까 잘했다는 이야기 아니면, 어중간하거나 못했다는 말은 면전에서 잘 안 하니까요. 저희 직업이 돈이 쌓이는 게 보이는 일은 아니잖아요. 눈에 안 보이는 돈은 뒤로 젖혀두고, 연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누군가가 '잘했다!'고 이야기해주거나, 연기력으로 인정받을 때 말고는 크게 행복한 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대나무 마디처럼 짧게 스쳐가는 것들이라 이게 행복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행복은 좋은 거잖아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왕이면 길게 유지되면 더 좋을 텐데 말이에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다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송재룡 배우 ⓒ 디에스컴패니
 
그러나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서면서 그에게 가장 행복감을 주는 공간이 무대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 무대에서 연기를 했던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해도 무대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고들 하잖아요. 와 보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무대에 서니까 '그래, 내가 이렇게 사람들 만나서 즐겁게 작업하려고 연극을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 이게 내가 정말로 하고 싶던 작업이었지!' 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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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코미디에 능한 배우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는 어떤 수식어보다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머니게임>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는 사람들이 제 이름을 부를 때 '송재룡 배우'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다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거나 '잘한다!' 이런 말은 그 다음 욕심이고요. 우리 인생이 그렇잖아요. 오늘은 햄릿이었다가 내일은 백수라고요. 어떤 역할을 맡든 늘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 테니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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