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정치

포토뉴스

정의당에 입당한 장혜영 다큐멘터리 감독. 장애인 인권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장애인 활동 24시간 지원제도'를 가능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만들 곳이 정의당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 남소연

[기사 수정 : 7일 오전 9시 41분]

"국회는 모든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데 지금 국회는 '비장애, 남성, 중년'들의 국회다. 바뀔 때까지 도전할 거다. 저는 갈 곳이 없다. 제가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올 때 결심한 게 있다. 음...(고개를 숙이고 10여 초간 침묵) '내 모든 것을 걸고 하겠다.' 이 세상이 안 바뀌면 어차피 저나 동생은 아마 불행하게 죽음을 맞게 될 거다. 거의 예정된 불행한 죽음인 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을 수는 없는거 아닌가."
 
미소 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여성이자 청년,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사는 장애인 가족 당사자인 장혜영 감독(33). 내년 총선 외부영입인사로 정의당에 입당한 장 감독을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만났다. 정치 입문 뒤 첫 인터뷰다. 오늘(7일) 그는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달고 공식적으로 현실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는 '생각 많은 둘째언니'란 채널을 4년간 운영해온 유튜버다. 유튜브에는 발달장애 동생과 함께 여행하고 노래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찍어 올린다. 장 감독은 특히 2017년 말 진행한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장애인으로 태어나, 13세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던 동생 혜정씨를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진 거주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관련 기사: [인터뷰] 영화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 
 
'생각 많은 둘째언니' 장혜영, 정치를 만나다
 

영상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장 감독은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그는 "약자에게 '나중에'라고 말하는 정치에 지쳤다"라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가보려 한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동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정치다. 정치는 모두의 자원을 사용하는 일이니, 모두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은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네 인생이 힘들어도 이 아래로는 더 이상 안 떨어져'라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싶다."
 

수많은 정당 중 그는 왜 '정의당'을 택했을까. 이 물음에 그는 "가능성을 봤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오랜 기간 기득권이었다. 그 탓에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변화는 오히려 제3지대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정의당 의석수가 적다는 건 아주 근시안적 시각일 뿐이다. 저는 정의당의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봤고, 그게 내가 가진 가능성과 결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두 가능성이 만나면 굉장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 감독이 바라는 '굉장한 일'은 명확하다. 
 
"저는 아주 단순하게, '장애인 활동 24시간 지원제도'를 가능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만들 곳이 정의당이라고 봤다. 그래서 왔다. 제가 이것을 직접 이뤄내지 않으면 시민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을 거라 봤기 때문에 나선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미래 고민하던 찰나... 심상정 연락이 왔다"
  
그는 왜 '정의당'을 택했을까. 장혜영 감독은 "가능성을 봤다"라고 답했다.ⓒ 남소연
장 감독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정의당 입당선언문에서 "미래를 갖고 싶다"라고 밝혔다. "죽어라 노력해서 나만 겨우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는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입당선언문 전체 보기).
 
하지만 그가 진단하는 '현재'는 그렇지 않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의학적 상태에 따라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분류하는 '장애등급제'를 꼽았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관련 단체들로부터 "가짜 폐지"란 반발을 샀다. 복지부 주장과 달리 장애인들이 받는 장애복지서비스(활동지원)는 소폭 증가에 그쳤고, 정책을 위한 예산조차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감독도 8월 농성에 참여했다.
 
"동생과 같이 살기로 한 뒤 유튜브·강연 등 여러 곳에서 공적인 목소리를 내며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제가 정말 원하는 변화, 일례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4시간 활동지원 제도 확립' 등은 결과적으로 생기지 않았다. 그 변화가 제도로 만들어지고 예산에 반영되려면 대의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결정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더라. '(밖에선) 참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치를 함께 해보자'고 연락을 줬다."
 
'모두를 위한 정치'를 말하는 장 감독. 그에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는 "모두들 '공정'을 말했지만, 제게 더 중요한 건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이었다, 공정만으로는 저나 동생 혜정이 같은 사람들의 삶이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조국 사태'에 대한 정의당 대처를 두고 '적절한 시기를 놓쳐서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정의당이 '데스노트'에 조 전 장관을 올렸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아 아쉬웠다. 오히려 정의당이 그렇게 함으로써, 선거제 개혁 등 패스트트랙 통과를 위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정의당이 민주당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
 
문재인 대통령 옆에서 끝내 하지 못한 말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 감독에게는 하루하루가 '투쟁'에 가깝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바로 오늘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이 돼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로 '24시간 활동지원 확립'을 꼽는 이유다.
 
"(동생을 부양하는) 제가 생계를 위해 일하려면 제 동생에게는 '24시간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생이 받는 지원은 겨우 월 120시간 뿐이다. 주52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주가 조금 넘는다. 그러면 저는 한달에 2주 정도밖에 일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게 '공정하다'고 하는 게 현 제도다. 국가가 보기엔 공정할지 모르겠으나, 제 삶에서는 말이 안 되는 거다. 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는 입법기관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입법기관이 되기로 했다."
 
 
장혜영 감독은 7일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달고 공식적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남소연
장애인 가족 당사자인 장 감독에겐 현 상황의 문제와 해결책이 뭔지 명확하게 보인다. 장애 정책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장 감독은 인터뷰 내내 "불행이 아니라 불평등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대책 발표를 하면서 제 동생과 저를 초청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정부가 장애인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낙후돼 있다는 걸 느꼈다. 대통령부터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까지 장애를 불평등의 문제가 아닌 불행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장 감독의 자리는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바로 옆이었다. 그는 옆자리에 앉아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고 했다.
 
"정책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장애를 불평등의 문제로 보면 평등한 방향으로 가자고 할 수 있지만, 불행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은 장애를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된 불행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장애인과 난민,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되는 사람들은 매번 '나중에'라는 말을 들으며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매 정부마다 늘 선거 때만 호명되고 정작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다. 빈곤층, 장애인, 우리와 다른 인종, 난민들이다. 그렇게 희망고문 당하는 사람들, 사회의 가장 연약한 사람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런 사회는 다른 모든 연약한 인간들의 존엄한 삶도 보장하는 사회가 되지 않겠나. 치매에 걸렸다고, 가족이 아프다고 존엄을 포기하는 게 당연한 일인가?그렇지 않다고, 그렇지 않을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저는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은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이제 장 감독은 '정치인'이 됐지만, 그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은 발달장애 동생 혜정씨의 '둘째언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 장 감독은 동생에게 의견을 물었단다.
 
"'혜정아, 언니 국회의원 될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더라(웃음). 혜정이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아주 많고 제 인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하. 혜정이도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동생은 제게 잔소리를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제가 정치를 하면 바빠질 테고 자연히 잔소리를 적게 할 테니까."
 

장 감독이 그리는 꿈은 크다.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사회를 바꾸고 싶다. 동생이 언니를 잘 만나서 운 좋게 '탈시설' 한 사람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는 꿈이다. 그는 "장애인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장 감독이 위원장을 맡는 미래정치특위 또한, 장애와 기후변화·4차산업으로 인한 변화 등 미래와 관련한 폭넓은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장 감독은 인터뷰 내내 '존엄'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누구든 '존엄'있게 사는 삶,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가 현실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인권침해로 인해 인권위에 진정되기도 했던 장애인 거주시설, 그러나 대안이 없어 그 곳에 갇혀 있어야 했던 동생을 바라보며 '존엄'이라는 단어를 깊이 고민했던 탓이다.

"'인권은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말을 좋아한다. 존엄을 확실하게 잃어본 사람들은 그게 뭔지, 뭘 잃어버렸는지 안다. 주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존엄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 가능한 그 한 사람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저는 장애인 인권운동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이 된다면 장애인 가족만을 대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제가 대변할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차별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곤궁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정치인', 나중에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댓글1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