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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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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광장 입구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권우성

순식간에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시민들은 서로의 눈만 쳐다보며 "무슨 일이야"를 반복해 말했다. 이내 온몸이 흠뻑 젖은 5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시위대 앞쪽에서 끌려 나왔다. 그가 시민들 사이를 통과하자 더 짙은 휘발유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3일 오후 7시 57분께 청와대 인근 효자동 삼거리 경찰저지선 앞에 운집한 시위대오에서 발생할 뻔한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됐다. 

이날 오후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후 7시께 해가 떨어지자 "청와대를 접수하겠다"라면서 경찰저지선 돌파를 시도했다. 무대에서는 "시민들을 응원하겠다"라면서 한 목사가 "마귀를 물리치자"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그 목사는 "우리는 대부분이 교회에 다니니 마귀를 물리치는 노래를 부르면서 가도 된다, 우리에게 영광과 영광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소리쳤다.

"놀라운 기적이 발생했다. 어제 폭풍우가 몰아치고, 오늘은 비바람이 온다 했는데, 이렇게 비 한 방울 오지 않는다. 하늘도 돕는 거다. 저 청와대 안에 있는 마귀는 꼼짝 못하고 우리의 진격 앞에 도망갈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일부 시민은 하늘로 두 손을 올린 채 통성기도를 하며 진격 대열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이내 부상자가 속출했다. 수만 명 시민들이 동시에 경찰을 향해 진격하자 앞쪽에 서있던 여성과 노약자는 버텨내질 못했다. "그만 밀라"는 외침이 쏟아졌다.

온몸에 휘발유 뿌린 사람까지... 3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 김종훈
 
청와대앞 경찰 끌어내는 보수단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광장 입구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한 경찰을 끌어내고 있다.ⓒ 권우성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광장 입구까지 행진을 한 가운데, '순국결사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권우성
 
3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탈북단체회원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런데도 무대에서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비롯한 연사들이 "전쟁이다, 전쟁이다"를 외치며 "뒤에서 더 밀어야 한다"라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그 과정에서 '결사대'라 적힌 머리띠를 두른 인파도 북을 치며 등장했다. 이들은 뒤로 빠져나오는 시민들을 밀치며 앞쪽으로 들어갔고 이미 부상을 당해 뒤쪽으로 물러나려던 시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과정에서 일부 경찰들은 시위대에게 끌려와 모자를 빼앗기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보다 못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오후 8시께 시민들을 향해 "철수해 달라, 내 말 좀 들어 달라"면서 "우리는 경찰과 싸우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다, 철수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 전 특임장관과 함께 연단에 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많은 분들이 다치면 안 된다"라면서 "전면 철수해 달라"라고 외쳤다.

 비폭력 평화집회 호소했지만... "이재오 저 XX끼는 민주당 편이다"
 
이재오 전 장관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권우성

그러나 이재오 전 장관의 철수 호소는 공허했다. 그의 거듭된 요청에도 일부 시민들은 이 전 의원을 향해 "왜 우리가 지금 철수하냐"라면서 "쟤는 민주당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라는 말과 함께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 이렇게 우리가 함께 있을 때 진격해야 한다, 오늘이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이 전 장관은 행사 내내 무대에 올라 '문재인 하야'와 '조국 구속'을 외치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늘 집회는 철저히 비폭력과 평화의 집회"라면서 "집회를 마친 뒤 자리에 휴지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이 자유 우파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비폭력과 평화를 강조했지만 오후 6시께 전광훈 목사가 등장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육두문자 써가며 "청와대 진격"만을 외친 전광훈 목사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몰려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몰려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개선장군'처럼 인파를 뚫고 현장에 도착한 전 목사는 무대에 서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약 30분 동안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문재인 대통령을 욕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은 반드시 청와대에 진격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 목사는 3일 집회가 있기 두 달 전인 지난 8월부터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10월 3일은 반드시 문재인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 진입 발대식을 거행한다"라고 거듭 촉구해왔다.  

이 방송에서 전 목사는 "저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서 청와대 경호원들의 실탄을 받아서 순교하실 분들, 목숨을 내놓으실 분들을 찾는다"라며 "피 흘림이 없이 무슨 혁명이 되겠냐, 제가 제1호로 죽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 목사는 "청와대에 진입하여 목숨을 내놓으실 분, 10명 20명도 좋다"라는 말도 했다.
 
청와대앞 '각목시위'하는 보수단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광장 입구에서 경찰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고 있다.ⓒ 김종훈
 
결과적으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 현장에는 각목을 든 결사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검은 옷과 흰 머리띠를 두른 채 각목을 흔들며 경찰저지선 돌파를 시도했다. 

앞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 자유한국당, 한기총, 한국교회기도연합 주최 집회가 열린 직후라 시민들이 막 청와대 인근에 도착하는 시점에 맞춰 이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자칫 이들이 경찰저지선을 돌파했다면 전 목사의 바람이 이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수'와 '진격' 사이 갈팡질팡한 시위대가 택한 건 통성기도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희훈
 
이날 청와대 인근 집회는 투쟁본부 소속 회원들이 주도해 진행됐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단체 총괄대표를, 이재오 전 장관이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총괄본부장은 '철수'를, 총괄대표는 '진격'을 외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다. 방향을 잃은 일부 시민들은 "하나님이 결국 도와줄 것"이라며 가만히 서서 통성기도를 올렸다. 일부는 찬송가를 불렀다. 각목을 휘두른 40여 명의 시위대는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이 전 장관이 다시 '철수'를 호소한 오후 8시를 전후해 현장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전 장관은 "우리는 문재인을 끌어내릴 때까지 매일 밤 여기에 올 것"이라면서 "여기서 아예 철수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된다, 철수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걸음을 돌린 시민들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한기총 전광훈 목사. 총괄본부장 이재오 전 장관) 주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참석자와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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