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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산사를 붉게 물들인 꽃무릇을 본 적 있는가. 고창 선운사를 비롯해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등이 이 꽃 축제로 유명하다. 꽃무릇과 사촌 간인 꽃이 있다. 바로 상사화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움이 사무쳐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 자생 상사화가 5종이나 있단다.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흰상사화), 제주상사화, 백양꽃이다. 그중 전라북도 부안 위도(蝟島)의 상사화. 못다 한 사랑에 애달파 한 바다의 여신이 위도에 와 꽃이 됐다. 꽃은 처음엔 흰색, 점차 노란빛으로 변한다. 8월의 마지막 날, 그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찾아 위도로 향했다. 혹여 바다의 여신을 만날까 하는 상상과 함께 위도행 철부선에 올랐다.
 
위도해수욕장에 핀 위도상사화 위도해수욕장에서 꼭 눈 맞춤해야 할 명장면은 위도상사화다.ⓒ 최정선
  
영광굴비의 원조는 위도라고
 
위도는 격포항에서 대략 14㎞ 떨어져 배로 50분 소요된다. 파장금항을 통해 입도하면 2개의 크고 작은 고슴도치 모양 조형물이 떡하니 버텨 '여기가 고슴도치 섬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도선이 도착하자 빨간 공영버스가 대기 중이다. 섬의 순환도로를 한바퀴 도는 공영버스는 위도 여행의 편리함을 더해준다. 버스는 파장금항에서 출발해 진리, 치도리, 대리, 소리 마을을 거쳐 파장금항까지 원점회귀 한다. 버스 운전하시는 분은 부안군 문화관광해설사도 겸해 위도에 대한 이야기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을 기억할 것이다. 허균이 그렸던 이상 세계의 섬이 바로 위도다. 이런저런 수많은 이야기가 서린 위도를 하루 이틀에 알 수 없지만, 찬찬히 알아보고자 섬과 마주했다.
 
위도가 있는 부안은 조선 영조때 암행어사 박문수가 어염시초(魚鹽柴草), 즉 물고기와 소금, 땔감이 풍부해 부모를 봉양하기 좋아, "생거부안(生居扶安)이로다"라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살기좋은 부안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고운 모래와 울창한 숲, 기암괴석이 층층이 섬을 둘러싸고 있을 뿐 아니라 빼어난 해안 풍경을 자랑한다. 그리고 수산자원이 풍부해 허균이 꿈꿨던 이상향 율도국의 모델이 되고도 남음을 짐작케 한다.

위도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가 더 있다. 어린 시절 귀가 아프도록 들은 효를 강조한 심청전이다. 효녀 심청이 봉사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몸을 던진 인당수가 위도 부근의 임수도 해역이라는 설도 있다.
 
고슴도치가 잠자는 형세의 위도엔 현재 1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위도의 관문은 어선이 모이는 파장금(波長金)이다. 이곳 항구는 고슴도치 주둥이에 해당돼 위도의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마저 든다.
  
위도의 꽃게어업 지금은 자망으로 꽃게잡이가 대세지만 과거 조기 파시로 항구가 불야성을 이뤘다.ⓒ 최정선

위도해수욕장 부근 작은 민박에 짐을 풀었다. 민박 주인장은 백복금(1960년생)씨로, 자망을 이용한 꽃게잡이도 병행하셨다. 과거 부속 섬인 식도까지 넘어가 멸치잡이 품앗이를 하곤 했다는 말도 해주셨다. 지금은 꽃게잡이가 대세지만 과거 조기 파시로 항구가 불야성을 이뤘단다.

위도의 시작인 파장금을 필두로 정금, 논금, 미영금 등 금(金) 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조기 파시가 열려 돈이 몰렸던 곳이라 이런 지명이 붙었다. 사연을 몰라도 위도의 마을을 돌아보며 부자 섬이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받는다. 섬마을엔 다방과 술집, 식당 등 수많은 상점이 번성했다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과거 흑산도, 연평도와 더불어 위도 파시는 우리나라 3대 조기 파시로 꼽혔다고 한다. 위도로 조기 떼가 몰려, 이를 잡고자 천여 척의 어선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만선의 축복이 느껴지는 파장금은 '파도가 길어지면 돈이 모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때 고깃배가 건져 올린 조기는 영광 법성포에서 염장 돼 전국으로 판매됐다. 우리가 아는 '영광굴비' 탄생 비화다. 당시 영광이 '조기'의 대명사가 된 건, 위도가 당시 부안이 아니라 전남 영광의 행정구역에 편입돼 있어서다.
 
바다 여신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위도 상사화
  
위도의 왕등낙조 위도 팔경 중 7경인 왕등낙조ⓒ 최정선
 
위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위도해수욕장이다. 마치 팔 벌려 품에 안기는 듯한 모양새가 멋스러운 곳이다. 1㎞ 규모의 고운 모래사장과 유리처럼 맑은 바닷물이 여행지로 손색없다. 특히 왕등도를 배경으로 스멀스멀 넘어가는 해넘이는 장관이라는 말 보다 그림이다. 더불어 위도 팔경 중 7경인 왕등낙조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서해 일몰 중 가히 최고라 하겠다.
  
위도상사화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한 번도 만주 하지 못해 상사화라 불린다. ⓒ 최정선
 
위도해수욕장에서 꼭 눈맞춤해야 할 명장면은 위도 상사화(相思花)다. 연노란 꽃대가 하늘을 향해 치켜세워진 꽃. 꽃대 위엔 대여섯 개의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 이름 상사화, 사무치도록 그리운 꽃이다.

이른 봄, 잎은 연인인 꽃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해 상사화라 불린다. 덧붙여 말하면 상사화란 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에서 유래한 말로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애틋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때를 맞춰 와, 위도해수욕장에서 노란 자태를 뽐내며 활짝 핀 상사화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하얀 상사화 자생지다. 위도 상사화는 전 세계에서 오직 위도와 서남해안 섬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이다. 강조하면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위도 상사화를 주민들은 '몸부리대'라고 부른다. 매년 위도 상사화가 만발할 때쯤 '고슴도치섬 달빛 보고 밤새 걷기 축제'를 열었지만, 꽃의 작황이 좋지 않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위도면사무소 관계자는 전했다.
  
만개한 위도상사화 위도해수욕장에서 꼭 눈 맞춤해야 할 명장면은 위도상사화다.ⓒ 최정선
 
위도 토박이인 백복금씨는 위도 상사화가 피면 꽃대를 꺾어 바닷물에 한 시간 가량 담가둔 뒤 껍질을 벗겨 나물을 해 먹는다고 했다. 상사화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에 담그는 섬 주민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맛은 고구마 줄기로 만든 나물과 비슷하다고 한다. 위도 해수욕장을 위시해 깊은금 해수욕장, 미영금해수욕장이 있다. 위도해수욕장만큼 크진 않지만 섬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깊은금 해수욕장 위도해수욕장만큼 크진 않지만 섬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최정선
  
<가는 법>
 격포여객선터미널: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길 64-18
 
*배편
격포항여객터미널→파장금항
평균 2시간에 1대씩 파장금카페리호와 대원카훼리호가 번갈아 운항한다.
여객선은 6차례(7:55, 9:45, 11:35, 13:25, 15:15, 17:0)로 50분 소요된다. 2019년 6월 기준 입·출도시간이 동일하지만, 성수기·명절 등 시기에 따라 시간표가 변경될 수 있다.
 
-문의
㈜포유디해운 ☏ 1666-4923/063-581-7414
㈜신한해운 ☏ 063-581-1997
 
*공영버스 운행시간
버스는 6차례(08:45, 10:30, 12:30, 14:15, 16:10, 18:00)로 여객선 도착에 맞춰 운행된다.
 
*잠 잘 곳
위도엔 펜션과 민박 등 숙박업소가 120여 개에 달한다.
 
*먹거리
파장금항 부근 식당을 추천한다. 어느 식당에서든 풍성한 전라도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추천여행지
위도관아, 내원암, 위도띠뱃놀이 전수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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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