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족·국제

포토뉴스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행진을 앞두고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사전 집회를 열고 있다.ⓒ 이희훈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워 집회를 성사시킨 뒤, 폭우 속에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희훈
  
쏟아지던 폭우와 함께 모든 예상들이 씻겨 내려갔다. 홍콩 인근에 군 병력을 배치해놨다던 중국의 엄포도, "법을 위반할 경우, 법을 집행하고 처벌할 것"이라 강조했던 홍콩 경찰도, 결국 대응하지 않았다. 18일 홍콩 대집회는 평화를 강조한 홍콩 시민들의 승리였다. 꼬박 4주 만에 되찾은 평화시위다.

폭력이 떠난 자리에는 145만여 명의 홍콩 시민들이 남았다. 우산을 뚫을 듯한 굵은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도심과 도로 일대는 형형색색의 우산들로 빼곡히 메워졌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됐던 집회는 밤이 되도록 계속됐다. 인파는 줄어들 줄 몰랐다. 시민들은 함께 우산을 나눠 쓰기도 하고, 본인의 우의를 건네기도 했다. 집회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홍콩은 마지막까지 비폭력 기조를 유지했다.

자정을 넘긴 평화시위... "2014년 우산혁명 느낌, 소름"

"저는 대집회 출발지였던 빅토리아 공원 쪽으로 가지도 못했어요. 코즈베이웨이 거리(빅토리아 공원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었는데, 그곳부터 인파가 어마어마했죠. 역에는 1시 50분에 도착했고, 역 밖으로 나온 게 2시 30분 정도였을 거예요. 그때부터 한 시간 반을 넘게 서 있었어요.

이날 2014년도에 참가했던 우산혁명, 그걸 다시 느끼는 기분이었어요. 소름이 돋았죠. 다들 우산을 들고 거리를 빼곡하게 메우는데... 민주화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열정을 다시 느꼈어요. 폭우는 힘들었지만, 이날 이 모든 걸 잊을 만큼의 감동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만난 앤디(Andy, 30, 남)의 말이다.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행진을 앞두고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사전 집회를 열고 있다.ⓒ 이희훈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희훈

앞서 주최 측은 집회 시작에 앞서 평화 시위가 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해당 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홍콩 시민단체 연합) 보니 렁(Bonnie LEUNG) 부의장은 "만일 경찰이 먼저 폭력적인 행위를 가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집회는 평화롭게 끝마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집회 현장에 남아있던 옌(Yuen, 39, 남)도 "오늘 집회는 경찰의 폭력성이 얼마나 무의미한 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찰이 폭력으로 대응하면 우리도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번 집회를 통해 본인들의 폭력이 어떤 악순환을 낳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홍콩시민들이 먼저 평화에 반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대집회가 '되찾은 평화'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한 홍콩 시민들. 그렇다면 이날 대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어떤 입장일까? <오마이뉴스>는 집회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던 18일 오후 11시 50분께 보니 렁 민간인권전선 부의장과 인터뷰했다.

"우리는 계속 싸운다... 다음 행진은 31일, 보편적 참정권 요구할 것"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집회를 마치고 중앙정부청사를 지나 각자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주최 측은 오늘 대집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완전한 평화 집회였다. 우리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이번은 우리가 주최한 집회 가운데 세 번째로 백만 명이 넘는 집회였다(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이끌었다).

지속적인 높은 참여율은 홍콩 시민들이 우리의 집회 주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홍콩의 자유를 파괴하려는 경찰과 갱단의 폭력성을 규탄하고, 정부에게 우리의 5가지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5가지 요구사항이란, 범죄인 인도 송환법 완전 철폐, 캐리 람(Carrie Lam) 행정장관의 사퇴,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사과, 홍콩 경찰에 대한 조사, 시위 체포자 석방이 대표적이다."

- 오늘 집회와 관련해 홍콩 정부 및 경찰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늘의 집회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경찰은 이전까지의 폭력 진압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이런 경찰의 태도 때문에 홍콩 시민들이 잔뜩 화가 나 있다. 앞으로도 경찰이 법을 무기삼아 시민들을 탄압한다면 우리는 계속 그들과 맞설 것이다.

심지어 경찰은 오늘 오전, 우리 민간인권전선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폭력 경찰을 규탄하는 내용을 집회의 주제로 삼은 우리 주최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게 여지껏 우리가 하고 있던 일이다. 정부는 전 세계가 시위에 이목을 집중하니 뒤늦게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셈이다.

이제 캐리 람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명백한 사실이다. 정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시위가 증명하듯, 캐리 람은 홍콩 시민들의 어떠한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눈 돌리는 통치자는 필요 없다. 캐리 람은 더 이상 공권력의 뒤에 숨지 말고 우리의 5가지 요구사항을 실행한 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포기는 없다. 홍콩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5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물론 이 많은 시위대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각계 시민사회 단체에서 응한다면 우리는 정부와 대화를 할 용의도 있다. 대화를 피하고 소통을 단절시킨 건 언제나 정부였다.

앞으로 몇 주 동안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계획한 많은 자발적인 행동들이 있을 것이다. 민간인권전선이 계획한 다음 행진은 8월 31일이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8.31 결정을 내린 지 5주년이 되는 때로, 중국이 홍콩 정부의 선거개혁법안을 허용시킨 사건이다. 이후 현재까지도 홍콩 시민들의 보편적 참정권은 사라졌다. 우리는 집회를 통해 보편적 참정권을 요구할 것이다.

만일 정부가 관련 요구사항들을 계속 무시한다면 우리들은 또 다른 총파업을 기획하며 계속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2일 새벽 4시(현지시간) 경찰청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과잉진압 항의하는 홍콩시민들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워 집회를 성사시킨 뒤, 폭우 속에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경찰의 고무총탄 사용으로 눈을 다친 시민을 상징하며 안대를 한 시민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희훈

여전한 시민들의 분노...
실명 소녀 상징하는 안대 한 채 집회 참여
레이저포인트 쏜 채 10초 세는 이유


보니 렁 부의장은 홍콩 정부를 향해 'deaf ear(청각장애인)'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의 시위는 평화롭게 마쳤지만, 이 또한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 이것이 집회 참가자 다수가 대집회의 마지막 집결지로 홍콩의 '애드미럴티 역'을 택한 이유다.

이 역은 홍콩의 행정 및 금융의 중심지로, 정부중앙청사, 고등법원, 국회의사당, 홍콩 경찰본부,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사령부 등이 한 곳에 위치해있다. 오후 9시가 되자, 애드멀리티 역 거리는 검은 옷의 시위대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들은 같은 구호를 외쳤다.

"Liberty of HK, revolution of our time. (홍콩의 자유, 우리 시대의 혁명을 이루자)"

경찰청 앞에서는 또 다른 구호를 외쳤다. "Eye for an eye". 경찰이 무력 진압으로 한 소녀의 한쪽 눈을 실명시켰으니, 당신들도 눈 한 쪽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다. 경찰 측이 무력진압 관련해 "정당방위였다"고 답한 것에 대한 집회 참가자들의 대응이다.
 
18일 오후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행진을 마친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청사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고 있다. ⓒ 이희훈
  
18일 오후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행진을 마친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청사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고 있다. ⓒ 이희훈
  
18일 오후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행진을 마친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청사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고 있다. ⓒ 이희훈

이어 시위대는 경찰청, 정부청사, 입법회의 건물 벽을 향해 레이저포인터를 쐈다. 레이저포인터가 관공서의 로고를 겨냥할 때마다 시위대는 환호를 내질렀다. 때론 포인터를 향해 모두가 10초의 카운트를 세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에도 공권력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 8월 6일, 홍콩에서 '레이저 포인터' 10개를 가방에 넣고 다니던 대학생이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된 일이 있었다. 다음날(7일) 정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약 10초 간 레이저 포인터를 맞은 신문지가 불타는 모습을 보여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학자, 교수들도 언론을 통해 '조작된 기자회견'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봐라. 지금 우리가 건물을 향해 10초가 넘도록 레이저포인터를 쏘는데도 아무 일이 없지 않나. 정부 논리대로라면 불타야지. 우리는 지금 이 정부가 홍콩 시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다."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레이저 포인터로 정부청사를 겨냥하던 콴(Kwan, 21)의 말이다. 이어 그는 "정부는 10초를 거짓말에 사용했지만, 우리는 이 10초를 축제처럼 즐기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정부에게 진실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 사람들은 곳곳에서 구호를 외치며 환호성을 덧댔다. 충돌도, 부상자도 없었다. 이날의 대집회가 '비폭력'으로 끝나면서 앞선 중국의 무력개입 가능성 또한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언론은 홍콩 시위 정국도 일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경찰을 규탄하는 낙서가 정부청사를 에워싼 비라케이드에 적혀 있다.ⓒ 이희훈
  
폭력진압에 나선 홍콩경찰을 규탄하는 낙서가 벽에 써있다.ⓒ 이희훈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구호가 적힌 홍콩시내 거리.ⓒ 이희훈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