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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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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시내 숙소 루트탑에 있는 수영장, 다낭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추미전
 
베트남 다낭에서의 둘째 날, 조식을 먹고 숙소에서 뒹굴뒹굴 휴식을 즐겼다. 특히 숙소 옥상에는 루프탑 수영장이 있어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바다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수영을 맘껏 할 수 있으니 피서를 즐기기에 딱이다.
     
그러나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숙소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일, 가까이에 있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점심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도착지까지 편하게... 바가지 요금 걱정 '뚝'

지하철도 없고 시내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다낭에서 자유여행을 하려면 이동은 어떻게 할까? 답은 '그랩(Grab)'이다. 큰 아들이 그랩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자 가격과 함께 운전기사의 얼굴과 차량번호가 뜬다. 우리는 호텔 밖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도착한 차의 번호를 확인하고 차에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운전기사와 말 한마디 나눌 필요도 없다. 바가지를 염려해 흥정할 필요도 없다. 이번 여행에서 그랩 덕을 톡톡히 봤다. 웬만한 거리의 다낭 시내를 돌아다니는 데는 요금도 1~2천 원부터 3천 원 정도면 충분하다.

그랩은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 같은 것으로 그랩 회원이 된 승용차를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부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그랩은 바가지 요금을 없애면서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그랩 오토바이'도 있어 베트남 사람들도 가까운 거리를 이용할 때는 대부분 그랩을 이용한단다. 오죽하면 그랩 때문에 다낭의 버스 회사들이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쨌든 여행자인 우리는 그랩 덕분에 유명한 관광지와 마켓을 가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그랩을 타지 않고 일반 택시를 타면서 문제의 '바가지'를 경험하게 됐다. 마지막 날에는 아무런 계획도 잡지 않고 비워 두었다. 다낭 시내를 돌아볼 계획이었지만, 베트남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나힐'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것이다.

처음 자유여행 스케줄을 짤 때 바나힐을 제외했던 이유는 일단 사람들이 너무 몰려 한두 시간 씩 줄서기를 감수해야 하는 게 싫었고, 일종의 테마파크라는 것도 그닥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일일투어를 함께 했던 가족에게 들으니, 바나힐이 해발 1500미터에 있어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경관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는 계획을 변경해 가 보기로 했다.
 
그랩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거리는 25km, 요금은 1만8000원 정도가 나왔다. 바나힐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 운전기사는 우리가 바나힐을 다 둘러보고 내려올 때까지 가지 않고 기다릴 테니 내려와 자신에게 연락을 하란다. 그러면 요금을 깎아주겠다고까지 한다. 그러기로 약속을 하고 바나힐로 향했다.

다리에 올라서자 '서늘'... 베트남의 새로운 명소
 
바나힐 케이블카 승강장,바나힐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2번쨰로 긴 케이블카다ⓒ 추미전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도착하자 벌써 줄이 만만치 않다. 강렬한 베트남의 여름 태양이 피부를 태울 듯 내리쬐 숨이 턱턱 막힌다. 베트남의 여름 평균 기온 섭씨 35도 내외, 더울 때는 4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바나힐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총 4개의 노선이 있다. 줄이 길어지자 닫아두었던 노선을 열었는지 금방 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 위쪽으로 일종의 환기창 같은 걸 만들어놨는데 그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바람의 결이 도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마치 우리나라 가을바람처럼 선선해 순간 더위를 잊게 할 정도다.
 
바나힐로 가는 케이블카 아래 빽빽한 밀림이 펼쳐져 있다ⓒ 추미전
 
케이블카 길이는 무려 5801m, 타는 시간만 해도 20여 분에 달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라고 한다. 베트남의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는 누잇쭈앗 산이 발 아래 펼쳐지는데 그 광경이 놀랍다.
   
마치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기라도 한 듯 빽빽한 밀림이 길게 펼쳐져 있다. 새삼 베트남 전쟁 때 적군이 산에 숨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어 고엽제를 뿌렸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300여종의 야생동물이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빽빽한 숲이 가림막이 되어서 원숭이 한 마리 눈에 띄지 않는다.
 
바나힐 1500미터 산위에 설치된 골든브릿지ⓒ 추미전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케이블카를 탄 지 20여 분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역을 빠져나오자 놀라운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골든 브릿지',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거인의 손이 다리를 감싸 안고 있는 형상의 골든 브릿지는 다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보행자 도로로 주목받는 이 다리는 2018년 8월에 완성됐고, 다리의 길이만 해도 150미터에 달한다. 그냥 다리를 만들어 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손이 다리를 바치는 형상으로 만든 것일까?

손은 거인의 손이라거나, 부처님의 손이라는 식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의 잠재적인 용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 베트남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예술적, 문화적인 부분의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베트남의 보폭은 머잖아 우리나라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들이 이곳에서 현실로 느껴졌다.
 
골든 브릿지의 또 하나의 매력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지상의 찜통 더위를 까맣게 잊게 만든다는 것. 실제 구름이 발 아래 흘러가는 천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람들은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긴 옷을 꺼내 걸치거나 접어올린 소매를 내려 찬바람을 막기 시작한다.
 
범종 치는 로봇, 본 적 있나요?
 
바나힐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린쭈아린뜨 사당ⓒ 추미전
 
바나힐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지배하던 1919년,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로 처음 건설된 마을이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프랑스는 물러가고 이 마을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 1998년 썬이라는 젊은 베트남 사업가가 이곳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재개발을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똑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 그것이 창조적 인간의 첫걸음이 아닐까. 그의 안목이 새삼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휴양지로 건설될 당시의 성당과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바나힐은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프랑스풍의 집들은 지금은 대부분 가게로 변해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팔고 있다. 놀이 시설 외에도 둘러볼 곳이 많아 '테마파크'라는 단어에 가졌던 오해가 막상 가 보면 완전히 해소된다.
      
지도를 가지고 다녀도 워낙 넓다보니 길을 잃기 일쑤다. 길을 잃고 헤매다 베트남의 독특한 불경소리와 그윽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찰로 접어들었다. 뭔가 고풍스런 분위기에 이끌려 계단을 오르다보니 또 한번 시선을 끄는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바나힐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격인 린쭈아린뜨 사당, 바나힐의 수호신을 모시는 사당이다.
 
바나힐 사찰에서 로봇이 범종을 치는 재밌는 모습ⓒ 추미전
 
1500미터 바나힐에서도 제일 높은 이곳에 서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듯 다낭 전체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밑에서 들었을 때 신령스러운 소리를 내던 범종을 치는 이가 로봇이라는 것. 이 깊은 사찰에까지 4차 산업의 대표주자인 로봇이 진출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래도 모든 것이 좋았다, 기억에 남았으니까

애초 계획으로는 서너 시간정도만 바나힐에 머물 계획이었지만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쉬엄쉬엄 둘러보다보니 어느덧 도착한 지 6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오전에 우리를 태우고 왔던 택시기사는 자신은 손님을 태우고 먼저 가니 다른 그랩을 불러서 오라는 메시지를 진작 보내 왔다. 내려와서 그랩을 부를 예정으로 입구까지 도착하니 바나힐 입구에서 승객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가격을 물으니 올 때와 같은 가격을 말한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니 이상했다. 그랩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휴대폰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탔으니 어쩔 수 없는 일. 다낭 시내까지 들어오자 세상에, 우리가 목적지로 말한 호텔을 찾지를 못한다. 할 수 없이 우리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켜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종이에 요금을 적어 내미는데, 처음보다 훨씬 높게 부른다. 말로만 듣던 바가지 요금에 맞딱뜨리자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기사는 홧통을 삶아 먹은 듯 큰 목소리로 베트남 말만 하고 우리는 짧은 영어를 이야기하고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 기사가 이야기하는 정도의 요금을 주고 내릴 수도 있었으나 또 다른 한국 관광객에게도 이러지 않을까 싶어 끝까지 따졌다.

다툼이 이어지자 호텔 관계자가 나와 중재를 시도했다. 그랩이 아닌 차들은 이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 어느 선에서 마무리하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기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요금을 주고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로 들어갔다. 다시 한번 베트남에서 이동은 '그랩이 정답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낭 미케비치, 해변길이가 10km에 달하는 해변으로 일출 명소다.ⓒ 추미전
 
소설가 김영하는 "진짜 실패한 여행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여행"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은 그 바가지 택시기사를 포함해 모든 것이 오롯이 기억에 남았으니 성공한 여행이다. 열대의 나라에서 보내는 여름 피서, 다낭에서의 모든 것이 좋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자의 개인 블로그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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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작가 협회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