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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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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 약 3600미터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금사막, 우유니(Salar de Uyuni)를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는 여행객이라면 수도 라파즈(La Paz)의 엘 알토 (El Alto)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한국이나 페루에서 우유니를 가기 위해 볼리비아에 입국하는 여행객이라면 고산병 증세 완화를 위해 라파즈에서 며칠 묵는 것을 권장한다. 게다가 라파즈는 우유니 사막 못지않은 여행 명소로 가득하니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1. 세계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텔리페리코)
 
라파즈 케이블카(텔레페리코)ⓒ 김주영
   
2019년 3월 은색 노선이 개통되면서 총 8개 노선이 해발고도 4000미터 라파즈 대중교통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계곡 구석구석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서면서 도시가 팽창한 탓에 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나 케이블카 도입으로 교통사고가 30%나 감소했다.

게다가 곤돌라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대중교통을 위한 가솔린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 도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노선길이 33km로 하루에 15만 명을 운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케이블카지만, 탑승 비용은 1천 원도 안 된다. 새의 눈높이에서 공중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운송수단이니 여행자들은 편안히 앉아 즐겨보자.
  
팁1: 라파즈의 낮과 밤 매력이 다른만큼 아침/점심과 저녁 두 차례 탑승 추천.
팁2: 라파즈 엘알토 지역은 매주 목, 일 세계최대의 장마당이 들어선다. 케이블카에서 지역 내 모든 도로가 상점 천막으로 뒤덮인 장관을 놓치지 말자(소매치기 주의).
 
2. 낄리낄리 전망대(Mirador Killi Killi)  
 
낄리낄리 전망대 야경(Mirador Killi Killi)ⓒ 김주영
 
볼리비아 여행지 곳곳의 미라도르(mirador, 전망대)라고 적힌 곳은 지역민에게 전망 좋기로 소문한 장소를 뜻한다. 라파즈 중심부에 위치한 낄리낄리 전망대는 공중도시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최적화 됐다. 계곡 사이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선 빌딩숲에서 쏟아내는 조명으로 뒤덮인 밤 도시의 아름다움을 눈과 카메라로 마음껏 담기만 하면 된다.
 
팁: 낄리낄리 전망대는 택시 이동이 편하다. 밤에는 관광객을 노리는 이들이 가끔 출몰하니 여러 명이서 그룹지어 방문할 것.
 
3. 라파즈 시내 투어
 
라파즈 시내 중심: 산 프란시스코 성당ⓒ 김주영
   
산이 병풍되어 원주민의 터를 감싸는 이 기상천외한 천공의 도시는 그 존재 자체가 불가사의다. 하물며 이 높디 높은 곳이 행정수도가 볼리비아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 했다니 도시 역사에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에는 '워킹 투어(Walking Tour)'가 존재하며 라파즈도 이 프로그램이 있다. 도시 주요 명소인 '산 페드로 광장 – 로드리게즈 마켓 – 마녀 시장 – 산 프란시스코 성당 – 무릴요 광장'을 현지인 가이드와 관통하며 그가 전해주는 생생한 도시 이야기에 빠져보자.

팁: '워킹 투어'는 투어비용이 아닌 팁으로만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투어 끝엔 환영 음료(welcome drink)를 마시며 민감한 정치 관련 질문도 할 수 있다. 단, 영어, 스페인어만 가능(레드캡 워킹투어 홈페이지 링크).
 
4. 와이나 포토시(Huayna Potosí) 설산
 
와이나 포토시 설산ⓒ 김주영
  
남미라고 전부 덥고 아마존 정글로 뒤덮여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 4000m급 도시에서 두툼한 외투는 필수품이다. 게다가 와이나 포토시(6088m), 일리마니(6442m), 사하마(6542m)와 같은 설산이 존재한다.

세계 6000m급 고산 중 가장 등반하기 쉬운 코스로 와이나 포토시가 손꼽히고 있기에 산악 경험이 없는 남녀노소 여행객의 도전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설산 출발지점인 2차 베이스 켐프(캄포 알토)의 해발고도는 5273m로 실제 800m 정도만(약 7~8시간 소요) 오르면 된다는 점에서 네팔 히말라야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같은 6000m급 등반코스가 두려운 산악 초보자의 입문용으로 적격이다.
 
팁1: 마녀시장 근처 여행사를 통해 예약 가능. 등반 장비는 사전 시착하여 본인 사이즈를 확인해 둘 것. 초보자는 2박 3일 코스를 통해 1일차 설산·빙벽 등반 연습과정을 거쳐 2일차 실전 대비를 추천.
팁2: 설산 등반을 주저하는 이들에겐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쉬운 5000m급 차칼타야 설산(Chacaltaya)을 차를 타고 방문하는 것도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다.
 
 5.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호수 (Copacabana Titicaca)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김주영
     
라파즈에서 버스로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코파카바나 지역은 페루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육로 여행객이 한 번씩 거치는 볼리비아판 나루터다. 이곳에 과거 칠레에 바다를 뺏긴 볼리비아 해군이 주둔할 정도로 바다 못지않게 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가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최근 티티카카 호수 아래 티와나쿠 고대문명 유물이 대규모 발견되어 정부는 유네스코 및 벨기에 국적 개발회사와 협력하여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수중박물관을 건립 중이다.

팁: 2018년 초 티티카카 태양의 섬에서 한인 여성이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 용의자는 최근 2019년 5월 1일 사법당국에 체포되어 라파즈의 한 감옥에 구금된 상태다. 남미가 마냥 평화롭기만 한 곳은 아닌만큼 여행자들은 어디서든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자.

6. 코피카바나 티와나쿠 유적지
 
티와나쿠 문명의 흔적ⓒ 김주영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티와나쿠(Tiwanaku)는 남미 선사시대(추정: 1580BC~1000AD) 안데스 일대를 차지하던 고대 문명으로 시기상 잉카문명보다 훨씬 앞서있다.

태양의 문(Puerta del Sol) 사이로 내리쬐는 빛을 몸에 맞으며 당시 고대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돌 조각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코파카바나의 티와나쿠 유적지는 그들 종교와 정치 일번가답게 그 풍요로웠던 시절의 흔적을 상당부분 확인할 수 있다. 남미 고대사의 현장에 발 딛고 싶은 여행자들에겐 안성맞춤의 시공간이다.
 
팁: 티와나쿠 유적지는 라파즈에서 약 2시간 거리다.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호수와 연계에서 이동이 용이치 않기에 라파즈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당일치기 여행할 것을 권장한다.

7.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달의 계곡 (안데스 원주민 영혼의 계곡)ⓒ 김주영

달의 계곡은 진흙으로 이뤄진 지층이 오랜 기간 침식되어 형성된 곳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인이자 한국전쟁 참전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은 이곳에 방문하여 마치 달과 흡사하다고 감탄사를 남겼다.

이것이 영혼의 계곡이라 불리던 이 지역이 달의 계곡이라 새로 명명되어 라파즈 관광 명소로 부각된 연유다. 입구를 들어서면 생뚱맞게 스타워즈 영화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이하는데 놀라지 말자. 워낙 지구 밖 풍경으로 유명하다 보니 몇몇 스타워즈 에피소드 촬영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라파즈를 둘러싼 기묘한 형태의 산맥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아낸 곳인 만큼 놓쳐서는 안 될 여행지다.
 
팁: 달 표면을 걷는 듯한 기분에 매료되어 비슷한 트레킹 코스를 찾는 이들은 아니마스 계곡(Valle de las Animas)를 방문하면 된다.

8. 데스로드 (El Camino de la Muerte)
 
데스로드: 구름보다 위에서 하는 자전거 라이딩 코스ⓒ 김주영
 
'죽음의 도로'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년 절벽 추락사가 발생하는 라이딩 코스다. 수많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고산지대 라파즈에서 열대우림지역으로 급변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놓칠 수 없기에 여행객은 두려움보단 설렘으로 비포장 도로를 내리막 달린다.

과거 원주민들이 이동하던 진짜배기 '죽음의 도로'는 지층 붕괴 및 사망자 수 과다로 폐쇄됐으니 지금의 데스로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이 다수다. 또한 라이딩 중간에 뜬금없이 위치한 'Mono Zip Line Cafe'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의 집라인으로 산과 산을 공중부양하는 짜릿함을 단 50볼리비아노에 선사한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남미여행자라면 이 익스트림의 정수를 체험해보자.

팁: 비용 만원 아끼겠다고 여행사의 저렴한 자전거를 택할 시 정말 천당과 지옥을 오갈 공산이 크다. 여행자 안전이 최우선이니 브레이크 작동, 쿠션 등 상태가 우수한, (보통 가장 요금대가 높은) 자전거를 예약하자.
팁2: 데스로드 자연을 사진에 담고 싶으나 두려움이 앞서는 여행객은 자동차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보통 서양 실버그룹이 애용하는 투어방법이나 일정 인원(4명 이상)이 채워져야 한다.
팁3: 라이딩 종착지는 융가스(Yungas) 열대지역이다. 여기서 약 10시간 더 이동하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난이도가 낮아 남녀노소 모두 체험 가능한 아마존(베니 주 루레나바께)이 펼쳐진다. 우유니와 마찬가지로 라파즈 엘알토 공항에서 비행기로 이동 가능하다.

9. 춀리타 레슬링

안데스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 여성을 춀리타(Cholita)라 부른다.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치마를 나풀거리며 보디슬램을 작렬하는 춀리타 레슬러들을.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쇼맨십 가득한 레슬링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세상 유일무이의 엔터테이먼트 무대가 라파즈 엘알토 지역에 있다.

2시간가량 펼쳐지는 춀리타 레슬링은 권선징악 줄거리를 뼈대로 일대일·다대다 매치 등 관객을 주먹 쥐게 하는 볼거리 요소로 가득하다. 관람료 일부는 엘알토 지역 빈곤 학생 후원에 사용되는 예쁜 관광 상품이다.
 
팁: 일주일에 목, 일 이틀 간 운영. 경기장은 엘 알토 외곽지역으로 교통이 불편하다. 현지 체류자가 아니라면 마음 편하게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여 관람하자.

10. 하엔 거리(Calle Jaén)  
 
볼리비아 국민 화가: 마마니 마마니ⓒ 김주영
  
우리나라 인사동 쌈지길이 있다면 라파즈는 하엔 거리가 있다. 5분 정도 이어지는 몽땅 연필 길이의 짧은 거리엔 공예·예술품 가게와 전통악기·의상·금속공예 박물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몇몇 볼리비아식 퓨전 카페는 여행객이 잠시 한 숨 돌리는 그루터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 거리의 백미는 안데스 문화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세계를 매료시킨 볼리비아 국민 화가 마마니 마마니(Mamani Mamani)가 실제 작업하는 갤러리로 안데스 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작품을 무료 감상할 수 있다.  

팁: 마마니 마마니는 주볼리비아대한민국대사관과 한국재단 후원으로 한국에 초청되어 임근우 화가와 한-볼 수교 기념 전시회에도 참여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오전 9시·오후 6시쯤 갤러리를 종종 들른다고 하니 운 좋다면 한국어로 환영하는 마마니 화가를 만나볼 수 있다.
 
갈무리하며.

같은 여행지에 가도 각자 느끼며 해석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어쩌면 이렇게 같으면서 다른 것이 우리 여정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건 아닐는지. 볼리비아 체류 중인 본 기자가 9개월간 라파즈에 오가며 인상 깊게 본 명소는 총 10곳이다.

독자 취향에 따라 별로 일수도 있고, 추가하고 싶은 곳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계속 돼야 한다. 여행은 길 위의 학교란 말이 있다. 본인이 볼리비아 여행을 '졸업'한 이후에도 많은 한국인들은 라파즈를 들를 것이다. 기자가 놓친 숨은 명소는 또 다른 이를 통해 소개될 것이다. 그렇게 길 위의 경험이 축적되어 앞으로의 그대와 나의 여정을 더 살찌울 것이다.
 
볼리비아 라파즈 여행ⓒ 김주영
  
[관련기사: 체 게바라의 마지막 여정을 쫓아서 http://omn.kr/1i5ls]

덧붙이는 글 | 기자가 발품팔아 알아본 볼리비아 라파즈의 맛집, 여행투어 등 볼리비아 세부 정보는 개인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하다.
(링크) https://blog.naver.com/joo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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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부장 前) 농촌진흥청 코피아 볼리비아센터 책임연구원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제교류부 연구원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인턴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국립경상대학교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