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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서 4일 오후 7시 17분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까지 접근했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친구의 집이 속초시 동명동 근처에 있는 걸 알기에 아들과 대피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뒤 통화를 하는데, 가스통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현장을 볼 수 없으니 답답했다. 친구에게 급한 대로 사진을 부탁했다. 아무래도 사진을 그저 친구들과 소통하는 수준으로만 촬영한 탓에 각도가 기울거나 크기 자체도 작게 촬영해 대상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택시로 속초 시내까지 가겠다고 한 뒤 밖으로 나왔다.
  
고성산불 고성에서 4일 오후 7시 17분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 미시령로 인근에서 화염을 느낄 정도로 접근해 왔다. 아파트 주변 하늘이 온통 저녁노을처럼 붉다.ⓒ 정덕수
 
하늘을 쳐다보니 양양에서도 속초 방향은 하늘이 붉게 보였다. 택시가 도착하자 곧장 속초까지 갔는데 동명항 근처에서부터 통제를 하는 걸 확인했다. 이때 속초시청에서 발송한 '안전안내문자'가 들어왔다.
 
"교동 교동택지, 럭키아파트, 명지미래힐, 현대아파트. 동부아파트 일대 주민들은 교동초교로 즉시 대피바랍니다."
 
친구를 만났으나 아들과 함께 나온 친구는 "차로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걷기로 하고 우선 영랑호골프장이 내려다보일 위치를 찾아 이동했다.
  
고성산불 고성에서 4일 오후 7시 17분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 미시령로 3435번지 인근에서 영랑호골프장 2번홀이 지척이다. 불길이 치솟는 게 바로 보였다.ⓒ 정덕수
   
고성산불 고성에서 4일 오후 7시 17분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 동명동 고층아파트 사이로 불길을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정덕수
 
공설운동장 오거리에서 미시령로로 걷는데, 그곳부터 대피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시령로 3429번지 근방을 도착하니 매캐한 연기가 호흡조차 힘들게 했다. 아파트가 전면을 가로 막아 왔던 길을 다시 조금 이동했다. 이미 대피를 한 이들도 있고, 어떻게든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소방호스를 구해와 집과 주변에 미리 물을 뿌리는 이들까지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이때 다시 속초시청에서 발송한 두 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금일 19:17분 산불발생 속초의료원, 보광사 일대 주민들은 중앙초교로 즉시 대피바랍니다"
 
영랑호골프장 2번 필드와 2번홀까지 불이 번져 타고 있었다. 누군가 여성 한 분이 이때 "잔디라서 그나마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벌써 여기까지 다 탔겠는데..."라 했다. 말 그대로 불과 3백 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불길은 잔디를 태우며 주변에 있는 조경수들로 옮겨 붙고 있었다.
  
불길에 휩싸인 골프장 영랑호골프장 2번홀까지 번진 불길이 잔디를 태우며 번져나가고 있다. 잔디에서는 더디게 불길이 번지지만 숲을 만나면 기세를 올려 불길이 치솟는다.ⓒ 정덕수
   
화염에 휩싸인 조경수 오랜 세월 정성들여 가꾼 영랑호골프장의 조경수들이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다.ⓒ 정덕수
   
보광사 방향 불길 낙산사가 전소된 기억이 다시 재현되는 것인가. 대단히 큰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하자 “저기 보광사 타는 거 같다”는 여성들의 외침이 들렸다.ⓒ 정덕수
 
이때 몇 명의 남자들이 소방호스를 구해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불길이 다가오는 걸 막으려 물을 미리 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때 멀리 고층아파트 사이로 불길이 높이 치솟아 오르자 "아이구 저기 보광사 불 타는가 보네, 저 정도면 보광사 다 탔어! 저기 보광사 맞다! 맞어!"란 소리가 들렸다.
 
"중앙초교 대피장소 불가, 속초의료원 일대 주민들은 속초감리교회, 동명동성당으로 즉시 대피바랍니다."
 
불과 10여 분 지났을까. 중앙초등학교도 화재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이때 누군가 뒤에서 "사람도 몇 명 죽었다나봐. 어떻게 해"라 했다.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 속초방향은 영랑호를 낀 동명동 일대는 아파트 근처까지 불길이 접근한 걸 현장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보광사 근처에 치솟는 불길도 목격했다.
  
고성산불 화재현장 집 근처까지 불길이 접근하자 소방호스를 구해와 주민들이 직접 미리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정덕수
   
산불현장 주민의 자구책 화마가 지척에 이르렀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물을 뿌리며 소중한 재산을 지키려는 속초시 동명동의 주민들.ⓒ 정덕수
   
보광사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처라도 가봐야겠다 싶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차량은 모두 통제하기 때문에 현장 근처는 어디를 가더라도 걸어야만 접근할 수 있다.
 
얼마쯤 걸었을까. 문득 중앙초등학교 앞이란 걸 확인했다. 운동장에 몇 대 차가 주차되어 있고 1층엔 불이 환하게 밝혀진 걸로 미뤄 선생님들이 부랴부랴 학교를 지키기 위해 다시 나온 모양이다.
 
속초 중앙초등학교 속초시청에서 긴급하게 속초시민들의 대피장소로 지정했다가 화재현장에서 가깝고 자칫 화재로 피해가 우려되자 대피장소로 사용할 수 없다며 안내 문자로 통보했던 중앙초등학교.ⓒ 정덕수
 
밤이 깊어 소방헬기도 기동할 수 없다. 서울에서 급파되었다는 소방차와 전국의 가용 소방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다고도 보도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산불 진화, 군도 총력 지원'"이란 보도까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확인했다.

하지만 현장에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고, 군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산불 진화에 날이 밝는 즉시 군도 총력 지원'"으로 보도됐다면, 현장에서 뉴스를 보며 발을 구르는 주민들은 그나마 덜 분노할 듯싶다.
 
날이 밝기 시작하면 소방헬기와 군병력도 동원되어 화재진압을 하리라 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양양과 다르게 속초는 보도처럼 강풍이 휘몰아치지는 않는다. 양양처럼 거센 강풍이 쉴 틈 없이 불어댄다면, 이 밤은 그야말로 잠만 깨면 아무렇지도 않을 악몽이길 바라야 한다. 부지런히 속초의료원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속초시문화회관 직원들 화재현장에 근접해 불을 끄고 미리 예방 차원의 물을 뿌리는 작업을 소방대원이 아닌 속초시문화회관 직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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