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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 영월 여행 ①] 김태리처럼 살아보고 싶은데 귀촌은 부담이라면

여유를 즐긴 당신, 이제 곳곳에 숨겨진 진짜 영월을 만나러 떠나보자. 포털 사이트에 '영월'을 검색하면 으레 등장하는 대표적인 명소들이 있다. 외지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별마로 천문대도 있고, 이후 북스테이에서 추천한 청령포나 단종유배지도 영월 여행하면 떠오르는 단골손님이다. 여기서는 영월을 천천히 곱씹으며 마주친 곳들을 몇 군데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1990년 그때 그대로, 50년 동안 영월 지킨 청록다방
 
청록다방의 '보온병 커피'ⓒ 딴짓, 영월군청
 
청록다방에서 커피를 시키면 연한 원두커피가 빨간색 보온통에 담겨 나온다. 보온통에 '맥스웰하우스'라고 새겨진 글씨는 세월에 닳아 흐려졌다. 커피와 따로 나오는 하얀 찻잔에는 초록색 글씨로 '♡청록다방, ☎374-2126'이라고 적혀 있다.

영월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많지 않다. 스타벅스도 없다. 대신 영월 시내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청록다방'이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배경이 돼 더 유명해진 곳이다. 영화 속에서 '최곤'으로 분한 박중훈이 라디오 DJ를 맡게 되면서 자주 찾는 다방이 바로 청록다방이다.

그래서인지 다방 곳곳에는 박중훈과 안성기의 사인이 <라디오스타> 포스터와 함께 붙어 있다.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선물했다는 인형과 당시 소품으로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정취를 더한다. 영화 <라디오스타>가 개봉한 게 2006년. 무려 13년이 지났는데도 세월이 비껴간 이곳은 그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청록다방ⓒ 딴짓, 영월군청
 
청록다방의 반투명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딸랑' 하고 청명한 방울 소리가 들린다. 중앙에는 테두리가 녹슨 난로가 있고 창가를 따라 소파가 서로 등을 붙이고 기대 있다. 한쪽 벽엔 누군가 지은 시도 있고, 사람들이 방문하며 남긴 낙서도 가득하다. 낙서를 그대로 남겨두는 건 세월을 지우지 않고 내버려두는 청록다방의 모습을 닮았다.

청록다방의 시그니처 메뉴는 쌍화차다.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계피, 감초를 달인 후에 달걀을 띄운다. 주변 사람뿐 아니라 청록다방을 처음 찾는 사람도 쌍화차의 맛에 감탄한다.
 
청록다방 시그니처 메뉴인 쌍화차ⓒ 딴짓, 영월군청
 
쌍화차 가격은 10년째 5천 원 그대로다. 쌍화차를 마시면 달걀이 자연스럽게 입으로 흘러들어온다. 달큰하고 건강한 맛이다.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 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쌍화차 외에 웰빙미숫가루, 칡즙도 인기가 좋다. 커피는 무려 2천 원. 앞으로도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은 게 주인의 방침이다.
 
사장님은 아직도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김양이 타고 다닐 것 같은 스쿠터를 가지고 있다. 다방은 아직도 배달이 많다. 사무실마다 자판기가 생긴 지금은 옛날보다 못하지만, '맥스웰하우스'라고 적힌 낡은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하얀 찻잔에 담아 마시는 맛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그립다면 청록다방에 와도 좋다. 영월에 온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2. 삶을 보는 시선의 차이, 동강국제사진제
 
동강국제사진제ⓒ 딴짓, 영월군청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동강국제사진제'에 전시된 사진을 보며 나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느꼈다. 관람객을 압도하는 자연의 대풍광 같은 건 없었다. 대신 그것보다 더한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 주름이 있을 뿐이었다.

동강국제사진제는 2018년을 기준으로 벌써 17회를 맞은 전통 있는 사진제다. 19년에도 어김없이 열린다. 국내 사진제로는 역사가 깊다. 강원도 영월군이 주최하고,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 영월문화재단이 주관한다.
 
사진제는 매해 새롭게 대주제를 선정하는 '국제 주제전', 전 세계 사진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국제 공모전', 강원도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강원도 사진가전', '보도자료 사진전',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긴 '전국 초등학교 사진일기 공모전'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동강국제사진제ⓒ 딴짓, 영월군청
 
이중 눈에 띄는 건 국제 공모전. 2018년에는 '사랑의 시대', '사랑이라고 말할 때'란 대주제 아래, 22개국 세계 유수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55개국에서 3370점의 작품을 보냈다고 하니 동강국제사진제가 단순 지역 행사 이상임을 증명한다.
 
동강국제사진제는 어떤 사진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콘텐츠의 깊이가 있고 다루는 주제 또한 폭이 넓었다. 사진제는 올해도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이면 영월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버스터미널에서 동강국제사진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사진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를 만한 곳이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다른 이들은 같은 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3. 눈코입이 즐거운 곳, 영월서부시장
 
영월서부시장ⓒ 딴짓, 영월군청
 
여행 중 시장 구경은 늘 새롭다. 저마다 시장을 채우는 사람이 달라 그렇고, 그런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다르기에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 구경의 백미는 역시 눈코입이 모두 즐거운 먹거리가 아니던가!

영월의 대표시장인 영월서부시장은 맛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시장 안에는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 영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가게들이 즐비하다. 순대, 닭강정, 닭발 등 보통 시장에서 인기 있는 먹거리들이 이곳에도 있다. 영월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감자떡, 영월식 메밀전병 등도 즐겨보자.

영월서부시장에는 명물인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평창군 미탄면에서 시집온 미탄댁이 영월에 정착하며 개발한 음식이 지금은 시장의 대표 먹거리가 됐다. 맛 좋고 든든한 메밀전병이 한 줄에 1500원. 그래서 영월에 올 때면 이곳에 들러 상자 가득 포장해가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영월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하고 온 뒤 선물로 돌리기도 한다고. 메밀 피는 쫄깃하고 매콤한 속은 씹을수록 고소하며 나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메밀전병을 파는 가게도 많아졌다.
 
영월 서부시장에서 파는 메밀전병ⓒ 딴짓, 영월군청
 
강원도의 특산물, 강원도 감자로 만든 감자떡도 서부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먹거리다. 감자떡은 감자전분으로 만들어 말캉하고 쫀득한, 독특한 식감이 매력적인 떡이다.
 
서부시장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닭강정집들이 즐비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해 전국 3대 닭강정으로 꼽히는 곳도 있다. 소스가 닭에 쏙 흡수되도록 멸치볶음처럼 볶아 만드는 게 닭강정인데, 강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어떤 여행지는 해외인데도 익숙하고, 국내인데도 낯설다. 영월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뻔한 여행지에 지쳤다면, 조금 불편하지만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는 영월에 가보자.

덧붙이는 글 | 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무크지 <그렇게, 영월>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영월>은 영월군청 및 전국 주요 독립서점, 딴짓의 문화공간 '틈'에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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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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