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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앞 회견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을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 정문안쪽에서는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결국 대법원 앞을 찾았다.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자신이 몸담았던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여러 비판이 쏟아졌지만 기어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어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서는 사전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엷은 미소를 보이며 청사 안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 선입견 없이 봐달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경 승용차를 타고 대법원 정문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몇 발자국 걸어가 기자들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주변 시위대의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시작했다. 대법원 주변에는 법원노조를 비롯해 민중당, 한국진보연대, 재판거래 피해자 모임 등 200여 명이 양 전 대법원장의 회견을 규탄하며 저지하려 했지만, 경찰이 막아서며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규탄 현수막 쳐다보는 양승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포토라인에 서기 전 자신을 규탄하는 법원노조 현수막을 쳐다보고 있다.ⓒ 권우성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앞 회견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을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원 정문안쪽에서는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먼저 재임기간에 일어났던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일로 인해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에 의한 것"이라며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와 사법농단 사건 전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지난해 6월 자택인근에서 보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관련기사 : 양승태 "대법원, 순수하고 신성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국민들에게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있음을 살펴주시길 바란다"라며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저는 그걸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것도 제 책임이고 안고 가겠다, 오늘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사심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설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를 부정한 것과 같은 입장인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는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선입감을 갖지 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대법원 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는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기보다는 법원에서 전 인생을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한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시선으로 이 사건을 봐주실 바란다"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헌정 초유 피의자로 소환 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고 있다.ⓒ 유성호
    
"사법농단 주범, 양승태를 구소하라" 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개입한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 양 전 대법원장은 청사 바로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곧바로 기자들이 양쪽으로 대기해 있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앞에는 포토라인이 설정돼 있었지만, 그는 이를 그대로 지나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삼권분립 위배되거나 국민 불신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인사불이익 조치 절대 없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 "피의자로서 심경 한 마디 밝히셔야 하는 거 아니냐" 물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미소를 띠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재판 개입이 핵심 혐의
 
이날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민사 소송 개입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협정을 앞둔데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어 피해자 승소 판결을 꺼려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강제징용 소송 시나리오'를 주도했다고 본다. (관련 기사: 알기 쉽게 정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혐의)
 
소송은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법원을 상대로 패소하자, 2005년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며 시작됐다. 1·2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2012년 피해자들의 손을 들며 소송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당시 원고들은 희망에 부풀었고, 파기환송심 또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새로운 쟁점이 없어 '심리불속행'으로 판결을 확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교감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3년·2014년 두 차례에 이어 자신의 삼청동 공관에 법원행정처장(2013년 차한성·2014년 박병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을 불러들여 소송을 미룬 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장인 전원합의체로 회부할 계획을 세웠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재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이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고, 전범기업을 대리하던 법무법인 김앤장에도 직접 접촉했다. 검찰이 확보한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에는 청와대 입장, 전원합의체 회부 방식 등이 담겨 있다.
 
양승태 대법원-박근혜 정부-김앤장의 계획은 그대로 실행됐다. 소송은 2012년 첫 대법원판결을 기준으로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이 지나면 다른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수 없도록 2015년 이후로 미뤄졌고,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도 개정됐다. 또, 전원합의체 회부도 추진됐으나 2016년 9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주춤했고,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파기환송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외에도 원세훈 댓글사건 1심을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 등을 인사 불이익을 주고자 작성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 직접 'V' 체크를 하며 명단을 관리하는 등 판사 블랙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3억 5천만 원을 빼돌려 법원장들에게 수천만원씩 현금을 나눠준 '행정처 비자금' 혐의도 받는다.

 
양승태 규탄하는 법원노조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양승태 규탄하는 법원노조 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법원노조 조합원들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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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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