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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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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땀다오 국립공원 애니멀스 아시아 생츄어리
Vietnam Tam Dao National Park Animals Asia Sanctuary
 
베트남 땀다오 국립공원 애니멀스 아시아 생츄어리ⓒ 긴수염
  
베트남 하노이에서 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땀다오 국립공원에 애니멀스 아시아가 운영하는 곰 생츄어리가 있다. 한국의 사육곰을 구조하고, 생츄어리를 만들고자 결성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활동가 두 명이 2018년 11월 22일부터 이틀 동안 그곳을 방문했다.
 
철통 같은 보안시스템ⓒ 긴수염
  
겨울인데도 무더웠던 깟띠엔 국립공원보다 위도와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땀다오 국립공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거진 숲길을 달려 도착한 그곳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경비원이 24시간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면 통과할 수 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수영장이 있다.ⓒ 긴수염
 
땀다오 생츄어리 담당자인 하이디가 계획표를 건네주면서 이곳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을 둘러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아침 회의에 참석해서 분위기를 파악한 뒤, 일정마다 배정된 담당자가 동행하면서 알려주는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침마다 먹이를 준비하는 직원들. ⓒ 긴수염
  
50여 명의 직원이 180여 마리의 곰을 돌보는 이곳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회의 후, 직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곰들이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방사장에 먹을 것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뿌려놓은 뒤 퇴장한다. 벨소리가 울리면 직원들이 도르래가 연결된 수동장치로 일제히 방문을 열고, 곰들은 방사장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은 각 방을 청소하고, 2층에 올라가 곰의 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곰들. 방사장과 방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 긴수염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곰들도 방사장이나 방에서 휴식을 취한다. 직원들은 오후에도 곰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들의 관계를 파악한다. 합사 전에 충분히 훈련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방에 저녁식사 및 행동풍부화 도구를 배치한 뒤 벨을 울리면 곰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온다. 벨소리는 좋은 게 있다는 뜻으로 훈련된 것이다. 직원들은 곰의 복귀를 확인하고 퇴근한다.
 
곰이 케이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긍정강화훈련을 하는 모습ⓒ 긴수염

곰의 건강을 점검하고, 먹이를 준비하고, 행동풍부화 도구를 만들고,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잘라내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개체의 긍정강화훈련을 하는 등 팀별로 업무분담이 잘 되어 있었다. 누군가 아픈 곰을 발견하자, 다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결정한 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곰이 탈출하는 등의 비상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었고, 훈련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었다.

사육곰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중요
 
타이어 위에 'ㄴ' 자로 앉아있는 곰이 인상적이다.ⓒ 긴수염
 
곰들은 방사장과 열려있는 방을 자유로이 오가며 먹이활동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놀이기구를 가지고 노는 등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그중에서 타이어 위에 'ㄴ' 자로 앉아 생각에 빠져있는 곰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곰은 벌러덩 누워서 나무 기둥에 한쪽 다리를 올린 채 천하태평 잠에 빠져있었다.
 
행동풍부화.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긴수염

그 많은 곰 가운데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등의 정형행동을 하는 곰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편안해 보이는 곰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고통을 잊도록 새롭고 긍정적인 자극을 끊임없이 주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가 보였다.
 
합사 훈련을 마친 곰들은 서로에게 적절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김수연
  
온종일 이름 모를 화려한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커다란 달팽이와 민물 게도 돌아다닌다. 산속 깊은 국립공원에 생츄어리가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기본적인 환경은 곰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것 같다. 다만 방사장은 인공적인 모습으로 동물원을 방불케 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여건상 구조한 곰이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는 깟띠엔 생츄어리와는 시설과 운영 면에서 다른 모습이었다.     
 
생츄어리를 돌아다니는 게. 자연환경이 좋아보였다.ⓒ 긴수염

생츄어리를 한 바퀴 돌다가 이곳에서 살다 간 곰들이 묻혀있는 묘지도 보게 되었다. 돌이나 나무 팻말에 곰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있었다. 구조된 곰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주고 기억하는, 그들이 곰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져 먹먹했다.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결국 인간의 곁에 살게 된 곰들에게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곰의 모습.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긴수염
 
사무실 외벽에 부착된 간판에는 후원자들이 후원한 물품과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교육센터에는 사육곰 문제와 생츄어리를 주제로 한 교육자료 및 판매용 물품, 그림들이 즐비했다. 대외홍보와 모금활동 그리고 대중교육이 활발한 모습이었다.
 
사육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그림ⓒ 긴수염
 
그중에서도 사육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그린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쪽에서는 밀렵을 하고, 벌목을 하고, 곰을 가둬 웅담과 쓸개즙을 채취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곰을 구조하고 치료해 생츄어리에 살게 하고 있다. 사육곰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 거니?"
 
베트남 사육곰들이 살았던 컨테이너를 전시하고 있다.ⓒ 긴수염
  
하이디에게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사육곰을 소유한 이들과 크게 대립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곰 농장이 많은 동네에 대체의약품을 소개하는 사업을 벌이고, 지역주민을 상대로 캠페인을 했다. 곰 농장주를 악마화하고 적대할수록 곰들이 더 고통스러운 환경에 방치되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곰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호박을 물고 있는 곰. 팔에 올무 자국이 선명하다.ⓒ 긴수염
  
베트남에서는 곰 농장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곰을 보호할 장소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생츄어리 마련은 정부의 책임을 덜어준다는 논리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역시 한국의 사육곰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로서는 학대가 명백한 사육곰을 구조할 근거조차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사육곰 문제의 역사와 해결과정을 전시하고 있는 교육센터 ⓒ 긴수염
 
1981년 정부가 곰 수입을 장려하면서 사육곰 문제가 시작되었다. 정부가 관련 규정을 바꿔 압수하거나 전수 매입하지 않는 이상, 개인이나 단체가 돈을 모아서 곰을 구매하고 구조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환경부에는 사육곰 관리지침이라는 유명무실한 문서만이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사육곰이 처한 현실을 개선할 만한 강제사항은 없다.
 
곰을 이동하는 모습. 직원들의 역할분담이 인상적이다.ⓒ 긴수염
  
이틀 동안 땀다오 생츄어리를 둘러보면서 체계적인 시스템과 직원들의 고무적인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여건이 된다면 이들이 농장에서 사육곰을 구조하고 이송하는 과정과 검역부터 합사 및 방사 훈련, 행동풍부화까지 쭉 지켜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을 방불케하는 시설을 갖춘 땀다오 생츄어리ⓒ 긴수염

하루종일 보고 듣고 질문하고 기록한 뒤, 숙소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몸은 뻗었지만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이다. 마지막 날, 그들이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 거니?" 동행이 멈칫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나온 답변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였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렬히 응원해주었다. 자기들이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가 떠오른다면서.
 
편안해 보이는 곰의 모습. 앞으로도 평안하길.ⓒ 긴수염
  
지난 2018년 8월, 사육곰의 스트레스에 대한 최초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서부 시드니 대학교의 나라얀 박사팀은 애니멀스 아시아와 협동연구를 통해, 쓸개즙 농장의 곰들이 받던 스트레스가 생츄어리로 구조된 후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언뜻 당연한 결과지만, 불법 농장에 접근하기 어려워 진행되지 못한 연구가 생츄어리에서 가능해졌기에 사육곰의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땀다오 생츄어리 역시 깟띠엔 생츄어리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정부가 부지와 시설을 지원하고, 단체에서 계약 기간 동안 운영한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베트남에서 모든 것을 알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적어도 사육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생츄어리 건립과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육곰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앞다투어 해결해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사육곰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방치할 것인가,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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