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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새해 행사를 꼽으라면 떠오르는 해를 향해 소원을 빌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일이다. 이쯤 12간지(干支) 중, 그 해에 해당하는 동물을 소환한다. 해당 해의 동물이 상징하는 의미에 덧붙여 소원을 빌 해맞이 장소 섭외가 최고의 화두다.

다가오는 해는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다. 찬란한 황금빛과 어울리는 해다. '부자되세요' 외치던 배우 김정은의 카드 광고처럼 모두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부자됐으면 한다.

가장 인상 깊은 해맞이는 2000년 뉴 밀레니엄이다. 온 거리가 마비돼 해맞이 명소를 간다는 건 꿈도 못 꿔 옥상에서 해를 맞이했다. 가장 큰 화두였던 신조어는 '밀레니엄 베이비', '밀레니엄 버그'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의 감정을 접고, 새해를 맞이할 해돋이 장소를 추천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결론은 내가 본 진짜 해맞이 장소다.
 
① 강원 강릉의 정동진 해맞이            
 
강원 강릉의 정동진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탄 해맞이 명소 ⓒ 최정선
 
정동진은 2000년 국가지정행사인 밀레니엄 해맞이 행사의 명소일 뿐 아니라 전국 최고의 해돋이 장소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탄 해맞이 명소 정동진은 해가 거듭할수록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이곳이 명소가 된 건 드라마와 더불어 1997년 해돋이 관광열차 운행이 한몫했다. 일본소설 <설국>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인 기차를 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러 정동진으로 가보자.

으레 떠나는 연례행사 같지만 해맞이 여행은 의식과도 같은 것.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붉은 해가 멋진 정동진은 이제 국내 대표 해맞이 관광지다. 이곳은 굳이 새해 해맞이가 아니더라도 평소도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다.

방문객들에게 보답하듯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정동진에서 다양한 행사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밑에는 세계 최대 모래시계를 돌리는 행사를 모래시계 공원에서 12월 31일 자정에 거행할 예정이다.
 
② 전북 무주의 덕유산 향적봉 해맞이
 
덕유산 향적봉의 해맞이. 새해를 맞고자 이른 새벽부터 찾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 최정선
 
무주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에서 그 이름이 붙었다. 덕유산의 미덕은 상고대에 핀 눈꽃이다. 여명의 순간부터 산등성을 따라 서서히 밝아오는 향적봉의 해맞이 광경은 감격 그 자체이다. 지난해의 어두웠던 기억을 비우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비움의 시간이 머릿속과 마음의 응어리를 모두 지워버린다.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은 남쪽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명산이다. 새해면 이른 새벽부터 향적봉을 찾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붉은 태양이 동쪽 능선에서 떠오르면 누구도 탄성을 안 지를 수 없다.

새해의 정기를 마음껏 탐닉하기에 덕유산이 딱이다. 꼭 등산을 하지 않아도 좋다. 새해의 첫날은 정상까지 곤돌라가 운행된다.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에 15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③ 경북 경주의 문무대왕릉 해맞이
 
경주 문무대왕릉. 수중릉으로 알려진 문무대왕릉의 앞바다에 깔린 운해 사이로 떠오르는 해맞이는 장관이다.ⓒ 최정선
 
경주 시내에서 국도 4호선을 따라 가면 감포읍 양북면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에 이른다. 문무대왕릉에서 맞는 해돋이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이곳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설화가 얽힌 곳으로, 그 정기를 받고자 새벽이면 굿판이 벌어진다.

해가 떠오를 때면 물속에 안치된 문무대왕릉의 앞바다에 운해가 깔리고 갈매기들이 매섭게 날아다닌다. 푸른 바닷길이 해를 따라 열리기 시작하고 햇살을 받은 바윗돌이 붉게 변한다. 바위 위로 하얀 포말과 운해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수중릉(水中陵)으로 알려진 신라 30대 왕의 능이 바로 문무대왕릉이다. 혹자는 바위섬이라 '대왕암'이라 부른다. 이곳이 수중릉으로 불리는 까닭은 문무대왕이 이 바다 속 바위 밑에 매장 되었을 것이라는 일부 사학자들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문무대왕은 자신이 죽은 후 해룡(海龍)이 돼 왜구들을 물리치겠다고 유언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장례는 검소한 불교의식에 따라 화장됐다.

또한 이곳은 문무대왕의 아들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하얀 파도가 쓸려나갈 때마다 몽돌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만파식적의 음률과 엇비슷하다. 이 모든 것들이 융합돼 새해의 붉은 기운을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이다.
 
④ 경남 통영과 거제 해맞이
 
통영의 미륵산. 해맞이 으뜸 장소로, 켜켜이 모인 섬들과 화려한 통영의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최정선
 
해맞이 장소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통영과 거제다. 해맞이를 계획했다면 먼저 일출 시간 체크는 기본.  2019년 1월 1일 통영은 오전 7시 33분, 거제는 7시 32분에 해가 떠오른다.

통영의 해맞이 장소로 으뜸이 미륵산이다. 새벽에 미래사에서 대략 20분 정도 산행하면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해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올망졸망한 섬들로 수놓아진 한려수도의 바다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강렬한 붉은 빛을 발산하는 순간, 이보다 짜릿함을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을 것이다.

덤으로 켜켜이 모인 섬들과 화려한 통영의 시가지를 한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고는 미륵산에서 본 한산도와 수로로,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한산대첩을 이끈 곳이다. 그뿐이랴. 박경리기념관과 다랑논으로 유명한 야소골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더욱 감사한 점은 황홀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등산이 싫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좋다. 방문객들이 새해를 맞도록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운행을 오전 6시부터 시작한다. 첫 일출을 미륵산에 보고자 한다면 2019년 1월 1일 오전 5시 30분에서 통영케이블카 매표소에서 탑승권을 구매하면 된다.
     
거제 일출명소인 사자바위는 '바다 위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에 있다. 대한민국 일출 풍경 10경 안에 드는 곳이다. 금강산의 해안 절경을 '해금강'이라 하며, 이에 버금가는 남쪽의 해금강이 경남 거제 해금강이다. 온통 기암으로 이뤄진 섬으로, 유람선을 타고 접근할 수 있다.

매년 3월 중순과 9월 중순 쯤에 해금강 앞 갈곶 부두에 전국의 사진가들이 몰려든다. 해금강과 사자바위 사이로 뜨는 해를 찍고자 이곳으로 온다. 떠오르는 해가 사자바위 사이에 들어가는 시기는 못 맞춰도 이곳 만한 해맞이 명소는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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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생각없이 경주>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