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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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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 겸 콘텐츠개발팀장ⓒ 이희훈

유튜브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가짜 뉴스가 진짜 행세를 하고, 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영상이 버젓이 인기를 끈다. 남성 유튜버가 여성 유튜버를 살해한다며 찾아다니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방영되고, 초등학생들은 엄마의 모습을 몰래 찍어 올리기까지 한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 채널 '데블스TV' 크리에이터 김영빈(28)씨의 행보는 남다르다. 개그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욕설이나 소수자 비하 단어 등을 영상에서 철저하게 배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2015년 전주예고 동창인 신준섭(28)씨와 광주에서 의기투합해 '데블스'라는 회사를 창업하며 영상에 뛰어들었다.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패러디 영상, 마을 할머니들이나 대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유머 콘텐츠를 제작했다. 특히 광주 곳곳에서 '깜짝 카메라' 형식으로 진행되는 '낚시왕 김낚시'를 통해 그는 광주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런데 김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는 유튜브의 여성혐오 콘텐츠에 직접 대응했다. 무엇보다 유튜브를 발칵 뒤집어놓은 것은 <산이 '웅앵웅' 가사를 해석해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14분 37초짜리 영상이었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음원을 계속 내놓던 가수 산이의 '웅앵웅' 가사를 구절마다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며 현재(14일 오후 1시) 조회수 195만회를 넘어섰다. 동시에 김씨는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부상했다. 남성 유튜버들은 그를 공격하는 데 혈안이 되어 비난 영상을 셀 수 없이 쏟아내고 있다.

혐오의 최전선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광주 데블스TV 사무실에서 만났다.

"산이 영상, 남성들이 더 많이봐... 더 쉽게 페미니즘 이야기했어야"
 
유튜브 채널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 겸 콘텐츠개발팀장ⓒ 이희훈
 
- 가수 산이의 '웅앵웅' 가사 분석 영상은 속된 말로 대박이 났어요. 이유가 뭘까요.
"민감한 주제였잖아요. 여성들 입장에서는 제가 당당하게 말해줘서 '사이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반면 많은 남성들은 '얼마나 헛소리하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봤을 수도 있어요. 여성혐오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그저 화나게 만들고 분탕 치려는(싸움 조장) 영상으로 느껴졌을 거예요. 실제로 남성들이 더 많이 봤더라고요."

- 원래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만 종종 페미니즘 주제로 글을 올리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왜 이번에는 영상까지 만드셨나요.
"데블스TV가 얼마 전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어요. 단순히 웃기는 영상보다는 조금 더 사회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튜브 내 여성혐오나 악플 문화를 비판하고 도려내고 싶어서 '소통을 한다'는 명목으로 페미니즘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여성혐오의 개념이 무엇인지, 일베와 메갈리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전파해주려 했어요."

-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메갈리아 등장 때도 큰 관심은 없다가, 2015년쯤에 페이스북에서 아빠를 욕하는 한 여성의 글을 본 것이 계기가 됐어요. 그 글에 엄청 공감을 했거든요. 저는 가부장적인 환경, 아빠가 왕인 집에서 자랐어요. 아빠가 엄마와 누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아빠를 원망하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비교적 가부장제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이후에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보면서 여성혐오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됐고, 책, 기사, 논문 등 많은 글을 읽으면서 페미니즘 공부를 했어요."

- 남성이라서 더 주목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의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많은 여성들이 지금껏 해오던 이야기를 남성 한 명이 말해서 주목받은 상황이에요. 물론 많은 구독자나 인지도 등 여러 이점이 결합되어서 영상이 파급력을 갖게 됐겠지만, 현실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여성들의 공을 가로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또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페미니즘의 선봉 취급을 받고 있는데,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늘어나야 해요. 진정성이 없든, '입페미'든,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운동적으로 효과가 좋으니까요. 다만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이끌어나가거나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후방'에 서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최근 만든 페미니즘 관련 영상들에 대해 찬사와 비난이 교차해요. 스스로는 만족하나요.
"섣불리 판단한 측면이 있어요. 타깃층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들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영상을 찍었어요. 오만하게 접근한 거죠. 어떤 이들은 '여혐만 이야기하고 남혐은 왜 다뤄주지 않느냐'고 말하잖아요. 지금 상황은 A가 B를 한 달 내내 괴롭히다가, B가 한 번은 A에게  '개xx'라고 욕했더니 둘 다 나쁘니까 화해하라는 꼴이거든요. 이 상황을 치밀하고 쉬운 예시로 설명해야 했는데, 저는 불친절했어요."

- 유튜브에는 끊임없이 영빈씨를 비난하는 남성들의 '저격 영상'과 악플이 올라오고 있어요. 영빈씨가 이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자 반발도 일어났고요.
"산이씨를 비판하고 어느 정도 조롱을 한 만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판이나 조롱은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어요. 제가 고소하겠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지역 비하, 부모님 욕, 저에 대한 심한 모욕 등에 대해서입니다. 모조리 고소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고소함으로써 여성혐오나 악플 문화를 비판하는 영상을 만든 취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또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성명서를 내고 퍼포먼스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악플러들은 돈 벌기 위해 페미니즘 콘텐츠 만든다고 비난하기도 하던데요.
"페미니즘을 통해 비트코인처럼 돈을 번다고 소위 '페미코인'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 82년생 김지영 >은 많이 팔렸고, 페미굿즈를 잘 파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유튜브 시장에서) 그 말은 저를 공격하는 쪽에 더 어울리는 말이겠죠. 여성혐오 콘텐츠 만드시는 분들이 훨씬 돈 많이 벌어요. 저희가 페미니즘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서 얻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아요."

데블스TV는 영상만 만들지는 않는다. 광주에서 크게 도시재생, 문화기획, 영상콘텐츠 제작 이렇게 세 가지의 일을 진행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체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관공서나 기업 등의 광고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으므로, 수익이 단순히 영상의 조회 수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은 필요하다"
 
유튜브 채널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 겸 콘텐츠개발팀장ⓒ 이희훈
 
- 김영빈씨를 저격하는 영상들을 저도 몇 개 봤어요. 페미니즘 비판뿐만 아니라, 데블스TV가 '클린 콘텐츠'를 표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보였어요.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달까. '혐오 없는' 콘텐츠를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공동대표인) 준섭이와 2014년에 '데블스'라는 이름으로 거리 공연팀을 만들었을 때는 주로 사회문제에 대해 퍼포먼스를 했어요. 518번 버스 첫차에서 주먹밥과 생수를 준다거나 세월호 침몰과 관련 국가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등의 것들이요.

2015년 6월에 데블스 법인을 만들고 나서야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충장로에서 퍼포먼스 하면 200~300명 보는데, 영상 올리면 몇 천 명이 본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그때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 같은 무겁고 딱딱한 주제의 영상을 찍었어요. 대중들이 외면하니까 '일단 유머 영상을 만들어야겠다, 대중적인 영향력을 쌓은 다음에 그 안에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어보자' 마음먹었던 거죠."

- 애초에 목표가 다른 유튜버들과는 달랐네요. 그런데 데블스TV의 주요 콘텐츠인 '낚시왕 김낚시' 등을 보면 혐오적인 요소는 없더라도, 딱히 가치 지향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던데요.
"네.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롭게 찾은 가치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이었어요. 광주 안에서 만들다 보니까 배경이 전부 광주잖아요. 미디어도 서울 중심이잖아요. 수도 중심주의를 탈피하는 지역 기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서 의미를 찾게 된 거죠. 댓글 보면 지역민들에게는 내가 나오는 거리가 나오는 반가움을 선사하고, 타 지역에는 '김낚시에서 낚여보고 싶다'는 식으로 작동하더라고요. 광주가 '문화도시'고, 광주시민들은 '흥이 많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라는 메시지를 영상에서 녹여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 그럼에도 '몰래' 찍거나, '낚시한다'는 형식이 주는 불쾌감도 있지 않을까요.
"프랭크(Prank, 깜짝 카메라 형식)는 친근하고 대부분 좋아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사람을 불쾌하게 할 위험도 있어요. '낚시왕 김낚시'는 그 점에 대해 고민해서 시민들도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최대한 무례하지 않게 접근해서 시작부터 '죄송한데요'라고 부탁을 하는 어조로 말해요. 마지막엔 꼭 (영상 출연) 동의 절차도 보여주고요. 불쾌감을 최소화시키는 저희만의 루트가 있고, 그래서인지 화를 낸 시민들이 없었어요.

다만 갑작스럽게 무거운 가방을 들어달라는 편에 대해선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이 있었고, 내부에서도 잘못 만든 콘텐츠라고 판단을 했어요. '철학을 가지고 웃음을 만든다'는 가치를 세우고 만들지만, 저희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까 문제가 생겨요.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위조절을 잘해야겠죠."
 
유튜브 채널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 겸 콘텐츠개발팀장ⓒ 이희훈
   
- 유머에 대한 철학이 있나요.
"'대중성을 확보하되 상처받는 사람을 줄이자'. 대중성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만 가면 오늘은 100명, 내일은 200명 웃길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유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더 많이 웃기면 그 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인권적으로 접근을 많이 했어요. 저도 예전엔 장애인 혐오하는 말인 '병신'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일단 저는 그런 말부터 뺐어요.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유튜버들이 써요. 또 게이혐오도 상당하고, 여성혐오가 가장 심하고요. 회의할 때부터 검열을 해요. 크리에이터의 언어로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끔."

- 정치적 올바름의 추구가 오히려 창의력을 제한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한다는 지적도 있잖아요.
"그런 의견엔 정면으로 반대합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의견 있는데, 저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하 언어를 쓰는 게 누군가의 인권을 하락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니까, 강박을 가져야 합니다. 그 강박으로서 자신이 창작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계기가 돼야죠. 통제해서 못 웃긴다? '창의성이 거기서 끝이구나' 인지해야 하는 거예요."

- 웃음을 주는 유튜버로서 그러한 강박은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스스로 제 영역을 좁힌 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거라고 믿거든요. 그게 하나의 문화가 되면서 사회가 전진하고 바뀔수 있다고 생각해요."

"백래시 걱정됐다면 시작조차 안 해"
 
유튜브 채널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 겸 콘텐츠개발팀장ⓒ 이희훈

실제로 '웅앵웅 가사 해석' 영상 이후, 김씨를 공격하는 유튜버들과 누리꾼들은 과거 데블스TV 영상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중잣대'나 '내로남불' 같은 비난도 덧붙여졌다.

그중 지난 7월에 데블스TV에서 올린 <영화 속 섹드립을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봤다>는 제목의 영상은 특히 논란이 됐다. 영상은 광주남매로 나오는 김씨와 크리에이터 이혜원(28)씨가 두 영화의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말하며, 약간의 성적인 농담을 섞는 콘셉트였다.
 
- 지난 8일에 논란이 된 과거 영상에 대해 사과 영상을 올리셨던데요.
"광주남매라는 콘텐츠는 친구이자 데블스TV 크리에이터인 혜원이가 주도적으로 만든 것인데요. 영상 썸네일에 불필요한 모자이크가 들어간 것은 성적 대상화에 속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였고, 사과했습니다. 또 제가 미리 검토하진 못한 부분이었지만 '년'이라는 자막이 들어간 부분도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12년 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는 동등한 두 주체가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게 금기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사과하지 않았어요. 성희롱이라고 비난하시던 분들은 산이씨가 갑자기 아이린씨의 어깨에 손 올린 것과 비교하던데,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 앞으로는 데블스TV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신가요.
"지금까지 발산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 덧붙여 한국 사회의 노인 혐오, 노인빈곤율 등의 문제도 다뤄보려고 해요. '낚시왕 김낚시'는 제가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뒤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식으로 갈 것 같고요. 아예 새롭게 만드는 것은 '배우수업'이라고 배우 박신양씨가 했던 예능과 비슷한 건데, 페이크 다큐멘터리 식으로 꾸밀 거예요. 그리고 계속 한 주제에 대해서 소통하는 콘텐츠도 이어나갈 겁니다. 페미니즘, 장애인, 청소년 등등의 주제로요."

- 계속 인권이나 혐오에 대해서 다룰 거라면, 백래시(반격)가 걱정되진 않나요.
"걱정이 됐다면 시작조차 안 했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보다 거세서 당황을 했어요. 제가 정의의 사도이고 투쟁정신이 있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나서는 걸 좋아해요.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민감한 문제든 아니든, 욕을 먹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설득을 하는 자세로 갈지, 아니면 지금처럼 거세게 갈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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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