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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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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폭력 피해자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운데)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 최주영 변호사(오른쪽), 집중지원팀 김정희 피해자 지원 코디네이터와 함께 8일 오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성폭력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마치고 신청서를 들고 기자들 앞에 서 있다. ⓒ 이희훈
  
대학 성폭력 피해자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성폭력 산재신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2011년 4월 성균관대학교 디자인 사이언스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MT를 갔다. 술자리가 길어지자 남정숙 전 성대 교수는 다른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남 전 교수가 자고 있던 방에 누군가 들어왔다. 당시 성균관대 디자인사이언스 연구원 원장이었던 이아무개 교수였다.

그가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몸을 밀착시켰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왜 이러세요"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남 전 교수는 "나중에서야 왜 그랬냐고 항의를 하니, 남동생 같아서 그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고 했다. 3년 뒤인 2014년 4월 문화융합대학원 MT에서도 이 교수는 남 전 교수의 목덜미와 어깨 등을 주물렀다. "오늘은 남 선생님과 잘거니까 우리 둘이 잘 방을 따로 잡아놔라"라고도 말했다. (관련 기사 : 성추행 당한 여성 교수는 왜 대학을 나와야 했나)

당시 남 전 교수는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의 비정규직 교원인 대우 전임교수였고, 이 교수는 대학원 원장이었다. 2015년까지 이 일을 공론화하고 이 교수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남 전 교수는 그저 입을 닫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티를 냈다. 처음으로 위염 증세를 앓았다. 너무 아파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가슴 압박을 느끼기도 했다. 몸이 조여오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 이상했다. 내과에 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차마 정신과에 갈 생각은 못 했다. 지난 2월 피해 사실을 공개해 첫 '대학 미투'가 되고, 한 달 뒤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이하 미투연대)를 출범했다. 그제야 그는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고,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남 전 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사가) 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했다"라며 "공황장애와 우울증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왜 아픈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을 다니던 지난 5월에는 갑자기 의식을 잃기도 했다. 남 전 교수는 "도로를 걷고 있었는데 눈 앞이 하얗게 되면서 의식이 사라졌다"라며 "인대가 늘어나는 등 전치 6개월 나왔다"라고 했다. 그는 "재판을 다니다보면 그 사건을 계속 떠올리고 이야기하게 된다"라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직장 내 성폭력, 국가와 조직이 예방 못해"
 
대학 성폭력 피해자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성폭력 산재신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대학 성폭력 피해자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성폭력 산재신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이제는 미투연대 대표가 된 남정숙 전 교수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출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직장 내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하면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대부분 당사자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개인적일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라며 "일하다가 일어났고, 국가와 조직이 예방하지 못했으니 국가와 조직이 책임져야 하는 산재"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최주영 변호사도 "가해자로부터 업무 중 지속적으로 이어진 성폭력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학이 가했던 2차 가해는 남 전 교수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악화시켰다"라며 명백한 산재라고 주장했다.

직장 내 지위나 업무와 관련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직장 내 성폭력도 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성폭력 피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정신질환 인정기준'을 근거로 산재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 성폭력 피해가 산재로 승인 받은 사례도 2016년에는 8건, 2017년에는 10건밖에 안 된다. 이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6월 직장 내 성폭력을 업무상 재해 유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최주영 변호사는 "관련 기준이 없어 정신질환 기준을 사용하다보니 인정되는 비율이 낮다"라며 "피해자들이 산재라는 생각을 못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성폭력 피해자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성폭력 산재신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희훈
 
남 전 교수는 이번 산재 신청으로 미투 운동이 2단계에 접어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산재를 신청한다고 해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라며 "산재 인정을 받는게 목표"라고 했다. 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산재를 신청하기까지의 과정을 남겨, 하나의 모델이 되고 싶다"라며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산재를 신청할 수 있고 국가와 조직도 책임을 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미투연대도 이날 입장문을 내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자, 강사, 연구원, 비정규직 교수들이다"라며 "가해자들은 이들의 불안한 신분을 이용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1차, 2, 3차 폭력까지 휘두른다"라고 했다.

이어 "학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기준이 되는 내규도 없고 내규가 있어도 모범적으로 해결된 사례는 드물다"라며 "피해자는 위축돼 숨게 돼고 가해자들의 카르텔은 더 공고해진다"라고 했다. 미투연대는 "성폭력 피해 교수도 노동자이다"라며 남 전 교수 사례가 "노동현장에서 일어난 재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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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