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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훔치는 이금희 아나운서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다 눈물 흘리고 있다.ⓒ 남소연
 
2008년 1월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노회찬 의원의 '나를 기소하라 - X파일'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당시 모습. 노회찬 의원과 부인 김지선씨, 심상정 의원, 이금희 아나운서, 배우 박중훈씨 등이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들은 서로 가까워 보였다.

그의 왼쪽에 부인이 있었다. 다시 그 왼쪽에 동지가 있었다. 또 그의 오른쪽에는 '친구'가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친구를 소개해 준 또 다른 '친구', 이금희 아나운서가 있었다.

10년도 더 된 사진 속에서 그들은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남편의, 동지의, 친구의 큰 싸움을 응원하기 위해서. <나를 기소하라 - X파일>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2008년 1월 8일, 그 모습이 꼭 그러했다.

그 친구가 지금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노회찬 의원이 떠난 지 47일 된 7일 오후, 이금희 아나운서가 국회 본관 앞 잔디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섰다. 정의당의 '고 노회찬 추모 문화제', 하지만 그는 좀처럼 말을 시작하지 못했다. 말을 떼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나온 첫 마디는 이랬다.

"이럴 것 같았습니다. (잠시 침묵) 많은 자리에서 무대에 올랐고 꽤 많은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이런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힘들었지만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심호흡하고 올라왔는데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유일하게 진짜였습니다"
 
울먹이는 이금희 아나운서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다 울먹이고 있다.ⓒ 남소연

눈물을 흘리고 목소리는 떨렸지만,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금희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은 역시 "아침TV의 대통령"다웠다. 친구가 18년 동안 진행했던 KBS <아침마당>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아침마당을 떠나는군요. 그는 지난 18년 간 아침TV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고마워할 것입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박수 보냅니다 ^^" (2016년 6월 30일)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 시작됐다. 노 의원이 '삼겹살 판갈이' 발언으로 방송 섭외 1순위로 꼽혔던 때다. 당시 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내가 태어나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왔는데 아직까지는 성공한 게 결혼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해 5월 4일 부인과 함께 <아침마당> 진행자 이금희 아나운서 앞에 앉았다.

그날 방송을 보고 반한 배우 박중훈이 이 아나운서에게 '노회찬'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1956년 8월에 태어났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1966년 12월에 태어났다. 그리고 배우 박중훈은 1966년 3월에 태어났다. 그렇게 그 날 방송을 통해 세 사람의 인연은 10년이란 세월을 가뿐히 넘겨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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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터진 이정미 대표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이정미 대표가 눈물 흘리고 있다. ⓒ 남소연
현장에서 이 아나운서는 이렇게 돌아봤다.

"14년 전, 건너 편 방송국에서 진행자와 초대 손님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여의도동 1번지에 있는 꽤 많은 분들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는데, 제 기억으로는, 유일하게 진짜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2008년 노원구 선거 현장을 같이 뛰었습니다. 낙선하셨죠. 그 날 저녁, 선거 사무실 달려갔을 때 많은 분들이 울분을 토하고 많은 분들이 우셨습니다. 뉴타운 때문에, 해외 유학 어디 다녀왔다는 어떤 사람 때문에. 시대였죠."

최순화 "갑들의 기름진 목소리가 너무 많아 메스껍기까지 한 이 때..."

그 다음날이라고 했다. 이 아나운서는 "낙선 사례를 혼자 하게 할 수 없어, 아침 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갔다"고 했다. "하루 종일, 시장으로, 아파트로, 거리로 다니는데, 저는 울었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울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약속을 하고 올라왔지만 스스로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정의당 대표실에서 뵐 때 의원님은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저를 반겨주셨고... 때로는 고무장갑 낀 손을 덥석 잡고 수고한다고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중략). 의원님, 노회찬 의원님, 의원님의 따뜻한 미소가 그립습니다... 뵙고 싶습니다."
 
노회찬 추모제서 눈물쏟은 청소노동자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국회 환경미화원노조 김영숙 위원장(왼쪽)이 추모사를 마친 후 오열하자 이금희 아나운서가 좇아 위로하고 있다.ⓒ 남소연
김영숙 국회 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의 말 역시 이 아나운서의 그것과 비슷했다. 잠시 후 이 아나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4.16 합창단'을 소개하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무대 뒤로 가봤다. 뒤에서 그를 지켜봤다. 무대에 비하면 훨씬 어두운 그 곳에서, 그는 조용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모아 무릎 위에 올린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잠깐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한 듯, 다시 그는 앞서 그 모습으로 고쳐 앉았다. 무대에서는 합창단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또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노회찬 추모공연 하는 416합창단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416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합창단 '창현 엄마', 최순화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 의원이 첼로 연주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했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시대의 약자들에게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그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분이란 걸 알고 있었고, 그 분이 꿈꾸는 세상 속에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 다음, 그의 목소리도 떨렸다.

"우리는 지금도 노회찬 의원님이 절실히 필요한데, 말 한 마디 건네 보지 못하고 떠나 보낸 게 많이 서럽습니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도저히 고개가 숙여지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롯한 갑들의 기름진 목소리들이 너무도 많아 메스껍기까지 한 이 때, 이 느끼함을 날려줄 노 의원님의 위트 넘치는 한 방이 너무 그립습니다."
 
노회찬 추모공연 하는 416합창단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416 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들은 서로 가까워 보였다

추모 영상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시 무대 뒤, 담요를 두른 것말고는 이 아나운서 모습은 조금 전 그것과 변함이 없었다.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조금 전 그의 말이 떠올랐다. "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 그는 없습니다". 여전히 그는 꼿꼿하게 앉아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무대 위에 오른 손세실리아 시인은 "미안해서,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 도망치려고 했다"면서 "미안한 마음 털어 내라고 해서 올라왔다"며 <추모를 추모하다>라는 시를 낭송했다. 그 뒤에서 이 아나운서는 손을 모으고 조용히 서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이 무대에 섰다. 그 역시 미안하다고 했다.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그동안 꿈에서 두 번 만났습니다. 한 번은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뭐 엄청 중요한 일을 하나 아주 분주했던 기억이 나고요. 또 한 번은 강연을 하는데 대표님이 안 나타나셔서 애를 태웠던 그런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동지를... 그토록 허무하게, 그토록 외롭게 보낸 서러움과 회한이 밀려올 때 어쩔 수 없이 하얗게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심 의원은 "이렇게 소중한 동지를 지켜내지도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자책감과 미안함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동지들에게 좀 더 너그럽고 더 깊이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셨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우리 동지들을 깊게 사랑하는 그런 정의당이 되겠습니다, 대표님"이라고 말했다.
 
눈물 터진 이정미 대표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이정미 대표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왼쪽은 심상정 의원. ⓒ 남소연

이정미 대표(비례대표)는 "고맙습니다"를 반복했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당원들에게, 그리고 시민들에게 거듭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진보정치가 되어 달라는 뜻, 그리고 더 크고 강한 정당이 되어달라는 그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객석을 바라봤다. 아이를 각자 안고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젊은 부부가 눈에 띄었다. 이 아나운서처럼 두 손을 모으고 무대를 응시하는 아저씨도 있었고, 아까부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언제 왔는지 서지현 검사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광장에 놓여있던 의자 2029석이 채워지고 있었다.

이날 행사 이름은 '그대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 무대에서 이들과의 거리는 어른 걸음으로 스무 걸음 정도였다. 멀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가까워 보였다.
 
노회찬 추모제 참석한 초등학생, 반긴 심상정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심상정 의원이 다가와 인사하는 초등학생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정미 대표. ⓒ 남소연
 
심상정, 노회찬 추모하는 이들과 '와락' 고 노회찬 국회의원 49재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심상정 의원이 참석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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