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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 "정기국회서 판문점 선언 비준 다뤄달라" 문희상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기국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반도의 평화에 힘을 보태는 데 여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주길 당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 남소연
"(국회)의장이 청와대 하수인이야, 뭐야?"
"해도 해도 너무하시네."


국회 본회의장에서 소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팔짱을 끼거나 등을 돌렸다. 혀를 차거나 육성으로 항의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끝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문희상 의장이 개헌, 판문점 선언 비준, 개혁입법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해 사실상 '정면돌파'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발단] "대통령·청와대, 개헌 관련 할 수 있는 일 모두 했다"

2018년 후반기 정기국회 개회식이 있던 3일 오후, 문희상 의장이 개회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문 의장이 '실력국회'를 표방하며 '협치'를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러나 그가 '개헌'을 거론하자 본회의장의 공기가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문희상 의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흐름은 촛불혁명과 한반도의 평화 두 축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누차 말씀드렸지만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개헌과 관련해서 이미 대통령과 청와대는 충분히 노력했고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고 평가한다"라며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웅성거렸다.

지난 5월 24일,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이 표결에 부쳐지지 못한 채 무산된 데 대한 공을 국회, 더 정확히는 야당에게 돌린 셈이기 때문이다. 몇몇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옆자리의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전개] "국민의 72%,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지지"

문희상 의장의 개회사가 선거제도 개편을 지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요구로 이어지자 다시 한 번 소란이 일었다. 문 의장은 "정기국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뤄주시길 바란다, 전향적인 논의를 바란다"라며 "이미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제시됐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쳐다보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듣던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석을 쳐다보고 있다. ⓒ 남소연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다시 불만이 터져나왔다. 문 의장이 "무엇보다도 국민의 72%가 국회의 비준동의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찬성하고 있다"라고 말하자 아예 고성이 튀어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문희상 의장의 목소리와 몇몇 한국당 의원의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개회사도, 야당 의원의 항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이에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문 의장을 응원했다.

문희상 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개의치 않고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한반도의 평화에 힘을 보태는 데 여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절정] "입법으로 해결할 개혁과제, 진척이 없다"

문희상 의장은 이후 임시의정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임시정부의 관계 대해 슬며시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건국절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기에 이를 두고 보수야당 의원들이 특별히 항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판으로 치닫던 문희상 의장의 개회사가 국회를 '개혁의 주체'로 거론하며 말을 이어갈 때는 몇몇 야당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문희상 의장은 "현 정부 출범 첫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광석화, 쾌도난마처럼 적폐청산, 검찰개혁,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 개혁로드맵을 마련했다"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도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문 의장이 "한계도 있었다"라며 "궁극적으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는 아직 진척이 없다"라고 말하자 다시 고성이 튀어나왔다. 누군가 "의장이 청와대 하수인이야, 뭐야?!"라고 외쳤다. 또다시 자유한국당 의원석에서 여러 말들이 뒤섞였다. 본회의장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의 장이 돼버렸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했는데, 국회가 입법으로 보조를 맞추지 못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말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개혁 추진의 공은 정부로 돌리고,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과를 야당에게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희상 의장은 "개혁의 철로가 쾌속으로 깔렸으니 개혁 열차가 달려야 할 시간"이라며 "이제 국회에서 기관석에 앉을 차례"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말] 끝내 박수치지 않은 한국당... 후반기 국회 '폭풍' 예고
팔짱 낀 김성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팔짱을 낀 채 문희상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문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정기국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남소연
이날 문희상 의장은 직접적으로 야당을 호명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야당의 협조를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국회' 그리고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 의장이 이날 개회사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 의제는 모두 청와대와 여당이 주요 과제로 지목한 것들이었다. 정부와 여당의 국정 과제에 대해 '국회의 협치'를 강조하는 건, 이름만 부르지 않았을 뿐 사실상 야당을 향해 '협조하라'고 말한 셈이다. 문희상 의장은 반면 소득주도성장론 폐기 등 최근 보수 야당 쪽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의제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개회사가 끝난 문희상 의장에게 쏟아진 박수는 '반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혹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서는 박수를 받았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쪽에서는 별다른 호응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회사를 듣던 도중 하품을 하거나, 팔짱을 끼고 의자를 돌리거나,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등 끊임없이 불만을 표출했다.

100일간의 장정을 시작하는 2018년 후반기 정기국회 일정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문희상, #국회의장, #국회, #본회의, #정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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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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