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뚫고 함성이 울려 퍼졌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하라."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렸다. 앞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이날을 '소상공인 총궐기의 날'로 지정,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오후 4시부터 열린 집회는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렸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목격됐다. 주최측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공인총연회 등 전국 50여 개 단체, 3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고 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이 요구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외면한 채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최저임금 문제를 비롯한 소상공인 생존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의 소상공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광화문으로 모여 근본적인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무리수를 두면 탈이 나게 돼 있다"라며 "사회 곳곳에서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다"고 했다.

일반 소상공인들의 발언도 쏟아졌다. 용인시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원상우씨는 "올해 16.4%나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종업원 한 명을 내보내야 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저의 아버지는 지난해 어깨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지만, 아침부터 가게 앞에서 고추 포대를 나르고 계시다"라며 "저희도 가게가 잘 되면 직원들 임금을 더 주고 싶은데, 가게는 어렵고 최저임금이 또 오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해 저희 가족 세 명은 어머니가 암으로 받은 보험금 500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올해는 빚까지 져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로 월 800만 원, 임대료로 400만 원, 전기료와 갈수록 오르는 활어값, 채솟값을 고려하면 이번 달도 적자가 뻔하다"라고 했다.

최영희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회장도 "16.4% 오른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 주도 성장의 과실이 우리 소상공인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라며 "그러나 근로자들의 소득 상승으로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소상공인들만 죽어 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정당한 요구인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부결되고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됐다"라며 "도대체 어느 나라가 2년 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을 하냐"고 반문했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는 최저임금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 임금정책이 가축을 사육하는 축산 농가의 특수성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농축산업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 최저임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정부에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2019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의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 ▲지난 8월 10일 입법 예고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한 주휴수당과 관련된 고용노동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전면 재검토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방안과 관련된 구체 실행계획 제시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경제 정책 대전환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선언 ▲경제 정책 대전환의 실체를 보이기 위해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즉각 설치 등이다. 

최승재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공동대표는 "우리의 이러한 정당한 요구가 정부 당국에 의해 또다시 외면당한다면, 전국의 소상공인들은 오늘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총궐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여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번 정부는 포용적 성장과 사람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하지만 왜 소상공인들을 위한 경제를 안 하는 것인가"라며 "여러분들이 어렵다고 하니 통계가 잘못되었다고 하고 통계청장을 갈아치웠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설움과 어려움, 슬픔의 함성이 청와대에 전달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했다.

정동영 대표는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소상공인들의 눈물인 것 같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재작년 촛불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장사도 안 되고 취직도 안 되니 정권을 갈아치우라고 요구했고,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닌 나 스스로가 나를 대표한다고 외쳤다"라며 "'나도 국민이다'라고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연대사와 결의문 낭독 등 본행사에 이어 삭발식과 솥 던지기, 상여 퍼포먼스 등을 한 뒤 청와대 행진을 끝으로 집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