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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앞 항의시위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 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한국여성단체연합, 녹색당 등 여성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앞에 모여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다' '한국남성들은 오늘 성폭행 면허를 발부 받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권우성
서부지법앞 항의시위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 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한국여성단체연합, 녹색당 등 여성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앞에 모여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다' '한국남성들은 오늘 성폭행 면허를 발부 받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권우성
"한국 남성들은 오늘 성폭력 면허를 발부받았다."

14일 오후 6시 20분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인도에 피켓을 든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수행 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선고 직후인 이날 낮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오후 7시 서부지법에 모이자"라며 항의 행동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오후 7시 정각, 100여 명이 참석해 시작된 행사는 이후 참여 인원이 급속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오후 8시를 넘겼을 땐 경찰 추산 400명이 결집했다. 약 30미터 길이의 정문 앞 인도는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도 공모자다" "여성에겐 경찰도 국가도 없었다" 등 피켓을 든 시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이자" 소셜미디어서 부글부글... 평일 400명 운집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14일 판결을 두고 재판부가 '현실'을 외면한 결과라고 혹평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가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용해 간음과 추행을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판단의 주요 근거는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을 할 수 있어 보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피해자의 '태도'였다.

첫 번째로 자유발언을 신청한 20대 여성은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분해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판부는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피해자가 성폭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것이 미심쩍다는 식으로 판단했다"라면서 "이는 여성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회적 관계 등을 철저히 무시한 피해자 탓하기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또 "재판부는 사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안 전 지사가 아니라 피해자를 의심했다"라고 지적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꾸준히 지켜본 여성주의 연구가 권김현영씨는 "피해자가 수행비서로 업무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첫 간음이 이뤄졌고 공소사실 10건 중 8건은 두 달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라면서 "업무 파악도 못한 피해자에게 그 공간에서 가장 큰 권력이 가진 사람이 성적으로 접근한다면 여성주의를 오래 공부한 저역시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은 "재판부가 한국 여성들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해서는 모든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병구 판사, 안희정 전 지사 사진에 낙서 집회 참가자들이 조병구 판사와 안희정 전 지사 사진에 낙서를 한 뒤 들고 있다.ⓒ 권우성
서부지법앞 항의시위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 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한국여성단체연합, 녹색당 등 여성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앞에 모여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다' '한국남성들은 오늘 성폭행 면허를 발부 받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권우성
"우리는 그 판결문 받아들이지 않겠다"

'입법 공백'을 이유로 국회로 공을 넘긴 재판부의 태도 역시 규탄의 대상이었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혹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적 문제"라면서 "이 사건은 그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없다"라고 결론냈다.

그러나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 소속 오매 활동가는 "사법부는 위력의 작동하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그를 토대로 벌어지는 성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제재를 가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라고 반박했다.

이 활동가는 "재판부는 입법을 하면 해결되지만 지금 법체계에서는 유죄판결 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가르치려는 듯이 선고문을 읽었다"라면서 "그러나 성폭력에 대한 대법 판례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고 국민들의 인식도 재판 결과와 크게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성폭력에 대한 당신의 인식이 후졌다. 우리는 그 판결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외치자 청중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녹색당 "여성에겐 재판부가 가해자" 녹색당 당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혐의 1심에서 무죄 선고 받은 것에 대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협소한 이해와 피해자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오해와 편견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 여승무원' 등 최근 논란이 된 갑질 사건을 언급한 뒤 "진정한 권력자는 헛기침 하나만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온 사회가 똑똑히 봐놓고도 왜 성폭력 사건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느냐"라면서 "이는 법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법부가 어디를 향할 것이냐, 우리의 정의가 어디에 서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재판부는 현행법에서는 이렇게밖에 판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입법부에 공을 넘겼다"라면서 "기존대로 판결을 내릴 거면 법대에 인간이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 로봇을 앉히면 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미 형법 303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오늘 판결은 로봇이 한 판결보다도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여성들은 더욱 강력하게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곳곳에서 "옳습니다"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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