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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원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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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사진은 모두 중형 포맷의 필름을 이용하여 촬영 후 직접 스캔하였으며 사이즈 조정 등 기본적인 보정만 하였음을 밝힙니다. 사진 내용에서 괄호 안의 단어는 필름의 명칭입니다. -기자말

올 여름도 여지없이 긴 여행을 준비했다. 9박10일의 여정이었다.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야영지에서 밤을 보냈으니 그야말로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이었다. 절반은 정선 즈음에서, 5일은 인제 근처에서 땅과 함께 숨쉬고 물과 함께 걸었다.

강원도는 골짜기가 깊고 산이 높으니 그만큼 숨겨진 마을이 많다. 작년에는 덕산기마을을 찾아갔고 올해는 개미들마을과 사을기마을을 둘러보았다. 본 기사에서는 7월 25일에 취재한 사을기마을과 골지천의 모습을 공유하고자 한다.
골지천의 맑은 물 (Pro400H)산의 녹음과 물의 초록빛이 깊고도 청량하다.ⓒ 안사을
오지마을에 가면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무더위를 무릅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가장 큰 이유이다. 사을기마을은 레일바이크로 유명한 정선 아우라역(여량면)에서 골지천을 따라 동쪽으로 17km 정도 지점에 위치해 있다.

골지천은 태백시 삼도동에서 발원하여 임계에서 임계천을 만나 아우라지로 흘러들고 송천을 만나 정선 읍내로 흘러가며 조양강이 된다. 영월 방면으로 더욱 힘을 얻어 달리다가 가수리에서 지장천을 만나, 그 유명한 동강이 된다. 동강은 곧 한강이 되니 결국 골지천의 발원지는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태백 삼도동에는 '한강발원지마을'이 있다.
동강 (Ektar100)어라연을 지나 영월 읍내로 흘러가는 동강의 모습. 다른 날 트래킹을 하며 담은 사진이다.ⓒ 안사을
골지천은 산 속 깊숙히 숨겨져있는 물줄기가 아니라 지방도 옆으로 무심하게 흐르는 천이다. 하지만 산 속 계곡 못지 않게 깨끗하다. 근처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몇 차례나 볼 수 있었다. 포장도로 옆의 천에서 멱을 감는 사람들이라니. 20여년 전에나 익숙하게 보이던 풍경이 아닌가.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골지천 (Pro400H)워낙 투명하여 멀리서 볼 땐 수심이 낮아보인다. 수심이 3미터는 되어보이는 곳도 바닥이 훤히 보였다.ⓒ 안사을
흔치 않은 쉼터 (Pro400H)위 사진에 보이는 커브 뒤편으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못해 위 사진으로 대체.ⓒ 안사을
골지천의 반영 (Pro400H)중간에 보가 있어서 상당히 깊은 곳도 있다. 물이 맑아서, 손바닥만한 물고기가 노니는 것이 길 위에서도 훤히 보인다.ⓒ 안사을
사을기마을과 구미정

구미정은 사을기마을에 없다. 하지만 이 둘은 한 쌍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구미정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가 바로 사을기마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골지천을 따라가다가 '사을기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향하면 사을기마을로 들어가는 마을길이 있다.

마을 내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만이 사람의 손길이 있음을 알릴 뿐이었다. 밭의 면적에 비해 가구 수가 매우 적었다. 엄청난 폭염 속에서 성실하게 옥수수며 배추 등을 가꾸시는 농민들의 성실함이 새삼 다가왔다.
방성애산장 (Pro400H)가정집이 아닌 듯한 분위기에 지도를 찾아보니 산장이다. ⓒ 안사을
지붕의 구조를 보면 그 지역의 지리적, 기후적 특징을 알 수 있고 재료를 보면 식생을 알 수 있다. 위 산장은 비록 상업적으로 지었지만 산촌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너와지붕은 결대로 쪼갠 나무를 켜켜이 쌓아 만든 구조를 가지는데 여름철엔 공기가 통해 시원하고 겨울에 너와 위로 눈이 쌓이면 보온 효과가 생긴다. 물론 초가지붕이나 기와지붕에 비하여 그렇다는 것이지 현대의 건축법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래 사진은 영월 소재의 동강을 탐방하면서 발견한 너와지붕집이다. 아래의 것이 더욱 더 원형에 가깝다.
너와지붕집 (Ektar100)길이 없는 곳을 걸어 발견한 민가 한 채. 수레에는 짚으로 엮은 가마니가 얹혀있고 집은 전통적인 너와지붕으로 지어져 있었다. 테마파크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실제 삶의 현장으로 펼쳐지니 놀라웠다.ⓒ 안사을
구미정을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따로 전망대로 꾸며져있지 않다. 명칭이 없으니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고 이정표 또한 당연히 없다. 포털사이트의 지도 페이지를 켜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등고선을 읽어 구미정이 보일 만한 절벽을 짐작한 후, 같은 길을 두세 번 맴돈 후에야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기쁨이다.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낸 느낌에 잠시 판타지 속 보물선 선장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을기마을에서 내려다 본 구미정과 골지천 (Pro400H)폭염과 가뭄이 이어졌지만 골지천의 물은 여전히 풍성했다. 사진 우측의 건물이 바로 구미정.ⓒ 안사을
사진이 2차원의 공간인 데다가 정자의 크기가 매우 커서 공간감이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다. 실제로 저 곳을 오르면 상당히 아찔하다. 나뭇가지가 사진의 하단을 가리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 발 밑은 수직의 낭떠러지이다. 또한 매우 좁아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GPS를 켜고 마을길을 더듬었다. 오르막처럼 보이던 길은 모퉁이를 돌자마자 막다른 길이 되어버렸고 오히려 마지막으로 진행한 길이, 잠시 내려가는 듯 하더니 마을의 꼭대기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을기마을의 전경 (Portra400/612포맷)경사면에 빼곡히 들어찬 배추들. 미세먼지 없이 파란 하늘. 일부러 비율을 맞춘 듯이 예쁘게 늘어선 산들.ⓒ 안사을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항상 마음 한켠에 송구스러움과 죄책감 중간 정도의 애매한 감정이 자리한다. 익일에 1박2일의 여정으로 방문했던 안반데기에서도 같은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피땀어린 생업터에서 '아름다움'만을 한가로이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또한 내가 속한 곳에서 이렇게 정갈하고 성실히 일하리라는 다짐으로 고마움과 존경심을 대신했다.

본 탐방의 반환점인 '미락숲'으로 가기 위해서는 구미정을 지나야 한다. 내려가보니 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송어회가 많이 남는다고 불러세운 청에, 거절하지 않고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천천히 여행을 하다보면 겪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낯선 사람과의 조우 말이다.
구미정에서 (Pro400H)햇빛이 뜨거웠지만 정자 그늘 안에서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 안사을
구미정에서 골지천을 따라 6km정도 더 가면 미락숲이 나온다. 그곳은 그리 넓지 않다. 골지천 한가운데 하중도의 형태로 존재하는 곳이다. 캠핑이 가능한 곳이어서 밤을 보내는 이들이 간간이 찾는다.

하지만 편의시설은 재래식 화장실만 있기 때문에 식수 및 생활용수를 직접 챙겨와야 한다. 야영장 및 쉼터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정리만 하고 있기에, 여행객들은 다녀간 흔적이 전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락숲 (Pro400H)강한 역광을 받아 이파리는 연둣빛으로 빛났고 나무의 몸통은 실루엣으로 남았다.ⓒ 안사을
돌아가는 길은 다음 여정을 위해 크고 빠른 길을 택했다. 아우라지로 다시 되돌아 간 다음 방향을 바꾸어 송천을 따라 올라갔다. 안반데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저녁과 밤과 아침을 관통하여 펼쳐지는 풍경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안반데기 풍경을 담은 여행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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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