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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폭염 작업장 취재에 나선 <오마이뉴스> 취재기자가 철제문을 옮기고 있다. ⓒ 유성호
"한번 해볼게요"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 정오가 지나자 기온은 35도로 치솟았다. 폭염 작업장 취재에 나선 기자가 호기롭게 시공사인 현대건설 쪽 관계자에게 '직접 작업을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다소 난감해하던 현대건설 직원들은 "그나마 쉬운 문짝 나르기를 해보면 좋겠다"며 이 작업을 권했다. 작업은 간단했다. 바깥에 쌓여 있는 아파트 철제문을 건물 안으로 나르면 되는 일이었다. 가로 1m 10cm, 세로 2m 10cm 크기의 철제문 무게는 40kg였다.

'평소 운동(스쿼트)할 때 들던 바벨 무게보다 가볍다'고 생각했다. 등 뒤에 철제문을 지는 것까지는 무난히 성공했다. 하지만 발걸음을 떼는 게 쉽지 않았다. 무게 중심을 잡는 요령이 없으니 비틀거렸다. 결국 세 걸음도 못 가고 철제문을 내려놨다.

철제문을 옮기는 건설 노동자들의 '폼'을 자세히 본 뒤 재도전했다. 이번엔 무게 중심도 비교적 잘 잡혔다. 철제문을 지고 열 걸음 정도를 걸으니 좁은 복도라는 난관을 만났다.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문짝 나르기 5분 작업, 그늘이었는데도 티셔츠는 땀에 흥건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철제문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문짝을 진 상태에선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초보자가 이 복도 사이를 지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오기를 부리다간 벽에 설치된 값비싼 대리석을 훼손하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결국 끝까지 나르는 것은 포기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땡볕도 아닌 그늘에서 작업했지만 목부터 땀방울이 줄줄 흘렀다. 티셔츠는 물에 담근 것처럼 흥건히 젖었다. 팔뚝에는 땀이 마르면서 소금기가 올라왔다. 이 구간을 담당하는 작업반장은 "작업자들은 하루 평균 200~300장 정도를 옮긴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폭염으로 가장 힘들어 보였던 작업은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 작업이다. 40m 넘는 아파트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다. 아파트 1동에 대한 페인트 작업을 마무리하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줄에 매달려 페인트칠을 시작하면 지상에 내려올 때까지 특별한 휴식 없이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따가운 직사광선과 더운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1시간 이상 버텨야 한다. 작업장에 정기 휴식 시간이 있지만, 아파트 외벽을 타는 노동자들만은 예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외벽 페인트 작업은 중간에 작업을 멈추고 다시 줄을 타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대신 작업을 끝내면 20~30분 정도 충분히 휴식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과 직사광선에 대비해 중무장은 필수다. 외벽 페인트 작업을 하는 김민희(45)씨에게도 선글라스와 마스크, 긴팔 셔츠 등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한 장비는 필수다. 허리춤에는 큼지막한 물통도 보였다.

직사광선 받으며 외벽페인트 작업... "가족 때문에"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받으며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들이 세수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유성호
1시간에 가까운 페인트 작업을 마치고 지상에 내려온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20년째 이 일을 해온 베테랑인 그에게도 올해 같은 폭염은 견디기 어렵다.

김씨는 "작업을 하고 내려오면 옷이 모두 땀에 젖기 때문에 집에서 여러 벌 챙겨서 온다"면서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체력도 더 많이 소모돼, 삼계탕 등 보양식을 많이 먹고 체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 속 아파트 옥상에서 작업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가족 때문"이라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야외에서 일하는 건 김씨 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현장 곳곳에선 대리석 마감 작업, 굴착기 땅파기 작업, 나무 심기 작업 등이 한창이었다.

아파트 외벽에서 대리석 마감작업을 하던 장광현(60)씨는 "요즘처럼 더울 때는 그늘막이 진 곳에서 작업을 먼저 실시하는 등 요령껏 해야 한다"며 "수시로 얼음을 가져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현장을 담당하는 현대건설은 최근 폭염에 따라 작업장 관리를 더 강화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 중 50~60대 고령자들이 많아 무리한 작업을 할 경우 사고 위험성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오후 2시부터 40분 강제 휴식 등 폭염 관리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지친 노동자를 위해 이온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 유성호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 노동자들이 수시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혈압계가 비치되어 있다. ⓒ 유성호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 제빙기를 설치해 무더위로 지친 노동자들에게 얼음을 제공하고 있다. ⓒ 유성호
50분 작업에 10분 휴식(폭염주의보)을 원칙으로 하되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작업시간은 45분으로 줄이고 휴식 시간은 15분으로 늘린다. 바깥에서 하는 작업은 무조건 중단이다. 실제로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지난주에는 오전 작업만 했다.

김용주 현대건설 팀장은 "최근 주변 공사장에서 폭염으로 노동자가 쓰러졌다는 소문을 접한 이후 더 조심스러워졌다"며 "요즘엔 작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는 '무조건' 40분 동안 강제 휴식이다.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대여서 혹시나 모를 폭염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휴식시간임에도 일을 하려는 노동자들이 있어서 관리자들이 오히려 작업하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며 "안전 관리자 3명도 돌아다니며 잘 쉬고 있는지 순찰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작업장 내 정수기와 대형선풍기를 갖춘 휴게소 11곳을 두고 노동자들이 항시 쉴 수 있도록 했다. 식당 근처에는 잠을 잘 수 있게 야전침대 10여 대도 들여놓고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 3대도 설치했다.

김경호 송파 헬리오시티 현장소장은 "수백 명이 근무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자칫 생길지 모르는 폭염 사고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공사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작업'보다는 '충분한 휴식'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 기온이 35℃를 기록하자, 현대건설 관계자가 폭염 경보 깃발을 세우며 옥외작업 중단을 알리고 있다. ⓒ 유성호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관계자가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오후 2시부터 2시 30분까지 강제휴식 시간임을 알리고 있다. ⓒ 유성호
폭염으로 인해 지친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휴게실에 에어컨과 대형선풍기, 야전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 유성호
폭염으로 인해 지친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휴게실에 에어컨과 대형선풍기, 야전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 유성호
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재건축 공사 현장에 노동자들이 폭염으로 인한 탈수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식염정이 비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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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