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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행진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에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국연명서를 법원행정처에 제출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신현호 변호사,오영중 변호사,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종엽 인천지방변호사회장, 이명숙 변호사.ⓒ 이희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벌인 '사법 농단' 사건에 변호사들이 강제 수사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국선언문에는 단 하루 만에 2천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 모임' 소속 변호사 90여 명이 모였다. "대법관 및 관련 법관 사퇴하라" "사법 과오 인정하고 국민 앞에 속죄하라" 등 피켓을 든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 농단 사태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같은 시각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사법연수원에서는 전국 59개 법원 대표로 구성된 법관대표회의가 논의에 돌입했다.

"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일... 관련 대법관 전원 사퇴해야"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행진을 하고 있다.ⓒ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법원을 향해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규탄 행진을 하고 있다.ⓒ 이희훈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이 열렸다. (영상 취재 : 손지은 기자) ⓒ 손지은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종엽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소수자 기본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법원이 헌법이 부여한 준엄한 사명을 외면했다"라고 성토했다. 양승태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조직적으로 사찰하고, 특정 재판을 볼모로 정치 권력과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내부 문건으로 드러난 일을 가리킨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수장 스스로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전대미문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 뒤 "소수자와 약자의 권익을 정권의 선물로 삼을 수 있다고 여긴 법원 내 엘리트들의 선민의식을 용서할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같은 자리에서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래의 법률가를 키우는 선생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는 단언컨대 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일"이라며 "과거의 사법권 위기가 권위주의 정부의 외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대법원장을 필두로 소위 엘리트 판사라는 자들이 사법부를 통째로 권력에 헌납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법부의 위기가 아닌 정의의 위기"라면서 "사법부 전 구성원들은 신뢰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특단의 조치로는 ▲ 미공개 문건 즉각 공개 ▲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책임자 형사 고발 ▲ 관련 법관 징계 착수 ▲ 양 전 원장 시절 재임한 대법관 일괄 사퇴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사법농단이 외부로 드러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탄희 판사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도 이 자리에 섰다. 이 판사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게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됐다. 오 변호사는 "2017년 초 남편이 사직서를 던진 날로부터 세 번의 조사가 있었고, 그렇게 나온 결과는 참혹하지 그지없다"라면서 "남편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 변호사는 "저 역시 판사 출신으로, 저희가 믿었던 판사들이 판사들을 사찰하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지시하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는데 저희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 깨달았다"라면서 "BH(청와대)와의 협상을 운운하는 문건이 나왔는데도 양 전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그걸 보고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오 변호사는 끝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일선 판사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이번 사태가) 소수 판사들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선을 그어달라"라고 요청했다. 또 고발 조치를 넘어 "뒷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판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마련하는 등 과감하고 적극적인 조치 없이는 사법부 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진보·보수 문제 아냐... 양심에 따라 나왔다"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전국변호사 비상시국 서명 변호사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적지 않은 압박이 있었다"라면서 "'회장 당신은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냐' '양승태 편이냐 김명수 편이냐'는 질문부터, '왜 정치적인 문제에 변호사회가 나서느냐'는 등 우려 섞인 말씀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서 "이번 시국선언은 국민을 대신하여 법정에 나가야 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로서 양심에 따른 선택이지 결코 정치적인 문제에 변호사회가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을 받는 나라에 살 수 있게 하고, 후배 변호사들이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을 해주리라는 믿음을 주는 법원이 있는 나라의 변호사로 살게 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변호사들은 10시 45분께부터 길 건너편 대법원 동문까지 가두 행진에 나섰다.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운 변호사들은 "검찰은 즉각 대법원을 수사하라" "미공개 문건 즉각 공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인도를 따라 약 15분 동안 행진할 때 일부 시민들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오전 11시께 대법원에 도착한 변호사들은 대법원 민원실에 연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제출한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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