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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직원연대, '갑질 근절' 게릴라 홍보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갑질근절 문화캠페인 게릴라 홍보를 하고 있다.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갑질근절 스티커, 배지, 네임태그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권우성
대한항공직원연대, '갑질 근절' 게릴라 홍보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갑질근절 문화캠페인 게릴라 홍보를 하고 있다.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갑질근절 스티커, 배지, 네임태그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권우성
1일 오후 5시 15분께, 금요일을 맞아 한창 붐비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가면을 쓴 사람 8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서로의 가슴에 '하늘리본' 배지를 달아주며, 가면 사이 작은 틈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나오는 강렬한 인상의 가면 덕에, 인파 가운데서도 그들의 움직임은 확 눈에 들어왔다. 바삐 움직이던 이들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웅성이기 시작했다.

"야, 저기 봐봐, 뭐야? 뭐야?"

그러던 시민들의 시선이 "갑질근절 함께해요"라고 적힌 하늘색 손팻말에 꽂혔다. 그곳엔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태극마크도 담겨 있었다. 그제야 끄덕이는 시민들.

"아, 대한항공 그거구나. 재벌 갑질!"

지난 4주 동안 매주 촛불집회를 열었던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이날은 게릴라 홍보로 시민들과 만났다. 대한항공 내 직종(객실, 운항, 정비, 일반)별로 2명씩 참가한 이날 홍보전을 통해, 직원연대는 집회 때보다 더 가까이 시민들에게 다가가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신들이 준비한 가면, 스티커, 배지, 가방고리, 네임택 등을 약 2시간 동안 나누며 "조양호 일가 퇴진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직원들의 얼굴을 볼 수 없음에도, 시민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그들이 나눠주는 홍보물을 건네받았다. 어떤 시민은 직원들을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또 다른 시민은 가면 너머의 표정을 상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 "가면 써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홍보활동에 나서기 전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갑질근절"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다양한 근무복을 입은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갑질 근절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권우성
직원에게 스티커를 전해 받은 이은경(50, 여)씨는 "요새 정말 대한항공 타기 싫다"라며 곧장 자신의 가방에 그 스티커를 붙였다. 베이지색 가방에 하늘색 스티커가 붙으니 눈에 확 들어왔다. 이씨는 "직원들이 이렇게 거리에까지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딱하다"라며 "총수일가의 행태를 뉴스로 보며 너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 살고 있는데 업무 차 한국에 들렀다"는 이씨는 "일본 뉴스에도 대한항공 사태가 정말 많이 나온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일본에서 일본 국적 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었는데, 최근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배믿음(26, 여)씨는 발걸음을 멈춘 채 긴 시간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도 스티커가 들려 있었다.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배씨는 최근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라는 책을 거론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 책에도 갑질이나 무례한 언행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어서 오늘 이런 캠페인이 눈에 들어왔다"라며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행태와 같은 것들이 바로 잡혀야 하는데 확 떴다가 금방 가라앉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저분들이 저렇게 가면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슬픈 현실이다"라며 "많은 이들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가면 뒤 직원 "시민들 격려, 마음 따뜻해져"

대한항공직원연대, '갑질 근절' 게릴라 홍보 대한항공직원연대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갑질근절 문화캠페인 게릴라 홍보를 하고 있다.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쓴 직원들이 갑질근절 스티커, 배지, 네임태그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권우성
직원연대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어디에도 알리지 않은 채, 이날 홍보전을 진행했다. 회사 측의 채증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익명채팅방 신청을 통해 홍보전에 참석한 직원 8명도 시작 직전까지 누가 나오는지, 몇 명이 나오는지 알지 못할 만큼 이날 홍보전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날 가면을 쓴 채 거리로 나선 대한항공 조종사는 "회사 측에서 촛불집회에 계속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비행 일정을 조정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정보를 직원연대가 입수했다"라며 "그런 움직임에 대응해 이번 주에는 집회를 쉬고 게릴라 홍보로 대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가면을 썼다고 해서 비겁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대한민국 재벌기업 총수를 상대로 직원들이 '물러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놓기 어렵다. 얼굴을 가리고라도 목소리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조현민 전 전무가 물을 뿌린 갑질로 시작됐지만, 지금 여러 불법 혐의로 총수일가가 수사를 받고 있다"라며 "많은 시민 분들이 이런 저희의 움직임에 참여해주셔서, 대한항공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사리사욕을 챙기는 재벌기업의 오너란 사람들의 문제를 드러내는 운동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우리에게 응원을 보내주셨다"라며 "그러한 격려로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졌고,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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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동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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