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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모든 사진은 필름으로 촬영하였으며 괄호 안에 필름의 종류를 밝혀두었습니다. - 기자말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전주 여행지'에 대해 묻는 글이 올라온다. 댓글들을 보면 열 중 여섯은 '한옥마을'을 말하고, 셋은 '한옥마을을 제외하면 갈 곳이 딱히 없다'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이런저런 곳을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 하나의 댓글을 기준으로 하여 여행 계획을 짤 여행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내 사람들은 식상하지만 실패할 일 없는 곳을 결정하곤 한다.
5월의 한옥마을 (Provia100F)전주 한옥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사람이 없는 아침 일찍을 택하는 것이 좋다. ⓒ 안사을
여정의 시간대를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다면 전주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좀 더 높은 각도로 전주를 조망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낮에는 이곳 저곳 남들이 다 가보는 곳을 관광하고 저녁 시간에 전망대를 오르면 실패할 일도 없고 또 다른 풍경도 볼 수 있는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저 멀리 모악산이 바로 눈 앞으로 들어왔던 그 날(5월 19일), 지체없이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동고산을 향했다. 언제나 마음 속으로 계획만 했던 '더스크닥'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노을과 야경을 동시에 담아야 하는 촬영이라, 먼지가 없는 대기와 맑은 하늘이 꼭 필요했다.
모처럼 맑은 공기 (Provia100F)주말 내내 맑은 공기와 청명한 하늘이 유지되었다. ⓒ 안사을
'더스크닥(dusk dark)'을 사전에서 찾으면, '땅거미'를 뜻하는 'dusk'와 어둠을 뜻하는 'dark'가 연결되어 있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황혼의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하되, 밤 중에 볼 수 있는, 불 켜진 건물의 모습을 함께 담는 사진 기법을 뜻한다.

'그냥 해가 지는 시각에 사진을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어렵게 더스크닥 기법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는, 석양이 물들 때의 도시는 아직 불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아직 사물이 선명하게 구분이 되는 시각이기 때문에 가로등은 물론, 건물의 불빛도 환하지 않다.
노을과 전주 (Portra400)해질녘 전주의 모습. 왼쪽으로 평화동이, 오른쪽으로 송천동 끝자락이 보인다. 전주의 80%는 담긴 듯 하다. ⓒ 안사을
아래의 사진은 두 번의 노출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첫 번째 셔터누름은 19시 44분,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졌고, 두 번째 셔터누름은 21시 30분, 하늘이 캄캄해진 뒤에 이루어졌다. 노출 보정은 따로 하지 않으며 두 번의 노출 모두 적정노출을 하면 된다.

이렇게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삼각대이다. 두 번의 노출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위치에 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물의 선과 불빛의 위치가 달라지는 돌이킬 수 없는 오차가 생긴다.
더스크닥 기법으로 담은 사진 (Portra400)바로 전 사진과 달리, 넘어가는 해 아래로 건물들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있다. ⓒ 안사을
일요일 저녁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이곳을 다녀갔다. 그들은 연신 감탄을 뱉으며 어둠이 차차 스며드는 붉은 하늘의 변색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 무리는 삼각대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그들의 옷깃이 삼각대를 스칠 때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하지만 '비켜달라', '조심해달라' 유세를 떨 수는 없었다.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현상이 완료되고 필름을 확인하고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의도한 그대로 사진이 담겼다. 초광각의 화각으로 인해 평화동부터 송천동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대부분을 담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주의 '야경 명소'라고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달과 밤과 전주 (Provia100F)반달보다 약간 덜 찬 달이 떠 있는 밤이었다. 노출이 길어, 달빛이 번져서 더 크게 나왔다. ⓒ 안사을
전망대는 동고사에서 순교자묘 방향으로 100미터 가량 계단을 오르면 발견할 수 있다. 낮에는 별도로 차량을 통제하지 않고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지만, 군경묘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회차로가 없고 위쪽은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

한옥마을 주차장에서 걸어가면 순전히 도보로 한 시간 가량 생각하면 된다. 군경묘지에서 올라가면 3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남부시장 서편의 달맞이 공원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에 위치한 전망대도 하나 있다. 이곳은 앞선 곳 보다 위치가 그리 높지 않아 멀리까지 조망할 수는 없지만, 전주의 구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곳이고, 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 명칭도 '달맞이 공원'이다.
달맞이공원에서 (Pro160NS)다중노출. 넓은 간격은 10분간격으로, 좁은 간격은 5분 간격으로 하나의 필름에 계속 기록한 사진. ⓒ 안사을
남부시장 야경 (Pro160NS)달맞이공원에서 본 남부시장과 객사의 모습. 밤이라 시장은 어둡다. ⓒ 안사을
위 두 사진은 작년 가을에 찍은 것들이다. 이곳은 동고사쪽 전망대보다 훨씬 손쉽게 도달할 수 있다. 남부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서편으로 길을 건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5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시립도서관을 마주보고 왼편 계단을 선택해서 가는 방법도 있다. 지도에는 '곤지산'으로 나와있다.
안개 낀 밤 (Pro160NS)엷은 안개가 낀 밤이었다. ⓒ 안사을
전주의 먹거리를 즐기고, 거기에 더해서 누구나 볼 수 없는 전주의 밤 전경을 보고싶다면 위 두 포인트를 올라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눈으로 확인하는 실제 풍경은 사진보다도 더 좋다.
태그:#전주, #야경, #더스크닥, #필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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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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