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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원래 짧은 머리였다. 한 번 길러보고자 머리가 지저분해도 버텼다. 그렇게 여름을 나고 겨울이 지났다. 6개월 넘게 기른 머리를 엄마는 아스팔트 위에서 잘랐다. 아니 밀어버렸다.

"머리를 자르면서 집에 있는 딸이 생각났다. 지적장애2급인 우리 딸은 엄마가 삭발하고 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 (삭발한 채로 가면) 딸이 놀랄 것이다. 하지만 설명한다고 해도 (딸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그저 안아주는 수밖에 없다."

삭발하려고 밀양에서 오전 5시 30분에 출발한 황순옥(49)씨는 "(삭발) 마음먹기 쉽지 않았다"라면서도 "내 애를, 내 딸이 편하게 살 수 있다면 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25살인 내 딸은 (내가 죽으면) 갈 곳이 없다. 형제자매에게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며 "나라에서 책임져주면 머리를 깎는 것 말고도 뭐라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부모연대에서는 벌써 3번째 삭발이다"라며 "두 번 다시 삭발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일 오후 2시 청와대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애인과 장애인자녀를 둔 어머니·아버지 209명이 눈물의 삭발식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치안센터 인근에 200여개의 의자를 설치했다. 의자에는 '국가의 책임이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하라!'라는 문구와 함께 삭발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상자가 놓였다. 상자가 있던 자리는 오후 2시 40분쯤 삭발에 참여하는 장애인, 장애인 부모들로 채워졌다.

경북 칠곡에서 온 정연재씨는 단발머리라 삭발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씨는 이발기가 머리를 스칠 때마다 조용히 흐느꼈다.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물기도 했다. 두피가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머리가 짧아진 정씨는 "이 좋은 날 우리가 왜 이렇게 있어야 하나"라며 "나도 평범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가. 우리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울부짖었다.

삭발이 처음인 정씨는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했다. 그는 "(칠곡에서) 여기(청와대 앞)까지 올 때, 문재인 정부가 '삭발하지 말고 대화를 해보자'라고 말해주길 간절히 원하면서 왔다"라며 "끝까지 우리 아이를 내 품에서 기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 당시 무릎을 꿇었던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이날 생애 두 번째 삭발을 했다. 지난 2016년 서울시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노숙과 삭발 투쟁을 했던 그는 2년 뒤인 이날 비슷한 이유로 머리를 밀었다.

이 부대표는 "삭발을 해봤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지만 잠이 안 오긴 하더라"라며 "머리를 깎아보면 '내가 뭐라도 못하겠냐'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어 이 부대표는 "삭발은 엄마들 마음이다. 우리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라며 "남편이 '무릎도 꿇었고 머리도 잘랐는데 (국가책임제가) 안 되면 손가락 하나씩이라도 잘라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부모 마음은 간절하다"라고 전했다.

"낮 데이 서비스·주거·직업훈련·소득 정책 마련돼야"



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200여명 눈물의 삭발식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하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유성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달라진 게 없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발달장애인지원예산은 85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적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낮 시간 활동지원 대책 마련 ▲발달재활서비스 이용 대상 및 지원 금액 확대와 질 관리 체계 구축을 적극 추진 ▲장애인 부모 동료상담 지원, 양육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및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운영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발달장애인 낮 시간활동지원 대책 마련, 장애인가족지원 확대 등에 대한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부모들이 지고 있는 짐을 국가가 나눠지는 것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지고, 치매 환자의 모든 정책을 국가가 주도해서 시행하고 있다"라며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고, 치매보다 더 심한 증세를 가지고 있는 발달 장애인을 더는 가족의 책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들이 낮 시간만이라도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며 살아가는 '낮 데이 서비스',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 부모가 없는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주거 정책, 소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실시돼야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우리 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죽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먼저 죽을 수 있는 세상을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부르짖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자, 시민들이 이들에게 장미꽃을 건네며 격려하고 있다.ⓒ 유성호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자, 시민들이 이들에게 장미꽃을 건네며 격려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국가의 책임이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국가의 책임이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장애인부모 "국가의 책임이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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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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