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회

포토뉴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의 모습ⓒ 신나리
알렉스 훕스(Alex Hoopse·55)는 2010년 12월 시애틀로 돌아왔다. 알래스카 항공에서 해고된 후 하와이로 떠난 지 4년 만이었다. 20년 넘게 살던 시애틀에 왔지만, 10개월 동안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어렵사리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 자리를 잡았다. 15년간 알래스카 항공에서 일했던 그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훕스는 이번에도 알래스카 항공에서 수화물 옮기는 일을 하게 됐다. 같은 회사에 두 번째 취업이었다.

조건은 많이 바뀌었다. 1989년 그를 직접 고용했던 알래스카 항공은, 2011년 용역회사를 통해 그를 고용했다. 시간당 9.50달러였다. 처음 알래스카 항공에서 일할 때 받던 8.95달러에서 채 1달러도 오르지 않은 액수였다. 함부로 아플 수도 없었다. 눈치를 보며 한 번이야 병가를 쓸 수 있었지만 두 번은 어려웠다. 해고 협박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예전에는 병가(sick day)뿐만 아니라 휴가를 내는 게 자유로웠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알래스카 항공은 570명 중 530명을 잘랐다. 나도 그때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시애틀에 돌아와 다시 알래스카 항공에 일자리를 구한 건 다행이지만,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이 올랐다
1989년부터 처음 알래스카 항공에서 일했던 알렉스 훕스는 2011년 알래스카 항공에 두 번째 취업했다.ⓒ 신나리
시간당 9.50달러는 시애틀에서 먹고 살기 버거운 금액이었다.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했지만 빠듯했다. 시애틀 물가는 그의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치솟았다. 2011년 연방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시애틀의 소비자 물가는 1년 만에 3.81% 올랐다. 집세, 식료품, 차에 넣을 휘발유까지. 모든 것이 올랐다.

"2010년에 시애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먼저 외치기 시작했다. 이 돈으로는 살기가 힘드니까. 그러다 공항 노동자들이 모였다. 시급이 너무 적어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노조 활동가들이 힘을 보태면서 '15달러 투쟁'이 시작됐다.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지난달 27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만난 훕스는 자신의 시간당 임금이 "공정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다 올랐는데, 시급만 그대로라는 뜻이었다. 2013년, 알래스카 항공 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했다. 수화물을 옮기고, 공항을 청소하고, 휠체어를 미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라"고 외쳤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의 모습ⓒ 신나리
"알래스카 항공에 만나자고 했지만, 이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미국 항공사 10위 안에 드는 거대 기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이 있는 시택 지역의 많은 노동자가 여기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항공은 시택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한 고용주였다." 

2013년 당시 아메드 압디(Ahmed Abdi)는 미국 노동단체 '워킹 시애틀'에서 일하며 '15달러 투쟁'에 동참했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택 지역의 종교단체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들에게 공항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종교단체 지도자들은 알래스카 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VIP 소비자를 조사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노동자의 요구를 지지한다는 서명이었다.

노동단체는 '최저임금 15달러'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프로포지션 1 (Proposition 1)'이라는 이름의 투표안은 ▲최저임금 15달러 ▲유급 병가 ▲계약직의 일자리 보호 등이 포함됐다. 이 주민투표가 통과되면 시택 지역에 있는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5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당시 미국 연방정부의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인 상황이었다.

알래스카 항공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소송을 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항공사가 직원을 자를 것이라는 위협도 나왔다. 시택의 많은 회사가 지역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알래스카 항공은 패소했고, 주민투표는 통과됐다. 알래스카 항공은 최저임금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시택을 떠난 회사도 없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공항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조나단 로즈블룸(Jonathan Rosenblum) 은 노동자의 '자존감'을 언급했다. ⓒ 신나리
"괜찮은 차를 타게 됐고, 집세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지역사회 활동을 할 여유가 생겼고, 무언가 배우고 싶다면 배울 수 있게 됐다. 단지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활을 하는데 돈을 쓸 수 있게 됐다. 이건 엄청난 변화다."


훕스가 말하는 변화에는 '자신감'과 '당당함'도 포함됐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라 생활이 달라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승리했다는 당당함이었다.

공항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조나단 로즈블룸(Jonathan Rosenblum) 역시 노동자의 '자존감'을 언급했다.

"최저임금 15달러는 이들이 극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두세 개의 직업을 갖고 아무것도 저축하지 못한 삶이 아닌, 적어도 하루라도 쉴 수 있는 삶,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삶으로 바꾸었다. 무엇보다 거대 회사를 상대로 내 목소리를 내고, 승리했다는 경험이 이들의 자존감을 높였다." 


끝이 아니다

공항노동자가 요구한 최저임금 15달러는 이들의 마지막 요구가 아니다. 물가에 따른 임금상승, 충분히 쉴 수 있는 휴가, 함부로 해고되지 않는 삶. 최저임금 15달러는 그 시작의 첫 번째 승리였을 뿐이다.

훕스는 "최저임금 15달러는 끝이 아니다, 더 나은 급여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건 삶을 위한 싸움"이라고 못 박았다.

조나단 역시 정당한 보수와 노동조건의 변화를 강조했다. 시택에서 시작한 날갯짓이 미국의 다른 도시 노동자에게, 캐나다,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노동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이미 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택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저임금 15달러는 이미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등 많은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노동법을 바꿨다. 미국의 호텔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을 요구하며 성희롱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상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바꿔나가는 여러 투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최저임금 특별기획 - 두 도시 이야기]
[서울 ②]  "시급 1만 원은 돼야 여행이라도..." 여성 가장은 결국 울컥했다

    후원       
    총괄 김종철 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 데이터 기획 이종호 디자인 고정미 개발 박준규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된 시애틀 최저임금은 사업장의 규모나 건강보험 제공 여부 등에 따라 나눈 4가지 유형 가운데, 전 세계 501인 이상 고용사업장,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 기준입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