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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부채길 투구바위 바다부채길 중간에 자리한 투구바위.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 홍윤호
"돈 넣지 마세요."

시내버스 요금 1300원을 요금통에 넣으려니 구멍을 막아놓아 넣을 수가 없다. 버스 기사의 말을 듣고서야 그 옆에 붙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강릉 시내버스가 무료다. 동계올림픽 기간을 포함한 2월 8일부터 2월 26일까지 전 노선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이럴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릉에 여행 갈 경우, 강릉시 권역이지만 시내에서 제법 먼 곳, 정동진 일대로 가면 좋다. KTX는 강릉에 가지만, 기존의 영동·태백선 철도는 공사 관계로 정동진에서 강릉역까지 기찻길이 막혀 있어 강릉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강릉역~정동진 간 셔틀버스와 기존의 시내버스가 운행하는데, 올림픽 기간 중에는 모두 무료이니 버스비를 아끼며 강릉시내와 정동진을 오갈 수 있다.

부채꼴로 펼쳐진 해안, 바다부채길

바다부채길 철제데크길과 나무데크길이 기암의 절벽을 돌아간다. ⓒ 홍윤호
정동진에는 2017년 6월 1일에 개통한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인데, 그냥 일반적으로 정동진 바다부채길이라고 한다. 개통 전까지 이 루트는 군사구역으로 설정되어 일반인들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다. 즉,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지금도 정해진 길만 따라 갈 수 있고, 바닷길 전체에 걸쳐 막아 놓은 철조망은 여전히 사람과 바다 사이를 막고 있다.

남쪽 멀리 옥계나 망상 쪽에서 보면 육지가 해안으로 길고 평평하게 뻗어나가 바다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인상적인 지형인데, 지리 관련 책이나 교과서에도 흔히 등장하는 해안단구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그래서 이 해안단구는 현재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바다부채길이라는 명칭은 지형 자체가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이라 이름 붙여졌다. 강릉시의 이름 공모에서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의 제안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바다부채길 총 2.86km에 걸쳐 굽이굽이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 홍윤호
길 입구는 북쪽 정동진 언덕 위 썬크루즈리조트와 남쪽 심곡항 양쪽에 있다. 정동진 쪽에서 보면 썬크루즈리조트 쪽이 가깝고 주차장이 넓으므로 보통은 이곳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코스 총 길이는 2.86km. 그저 걷기만 하면 50분 가까이 걸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간 중간 멈춰서 사진도 찍고 쉬어가기도 하니 조금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만약 왕복하면 돌아오는 발걸음은 좀 빨라지므로 대략 2시간 정도에 주파할 수 있다.

바다부채길은 리조트 주차장에서 바닷길로 내려가는 코스 이외에는 내내 바다를 허리에 끼고 가는 바닷길이다. 대부분의 코스는 나무 데크길과 철제 길이 이어져 깔끔하고, 바로 한쪽에는 짙푸른 바다, 한쪽에는 기암의 절벽과 그 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특히, 오랜 세월 바닷물에 깎여 기묘한 형상을 한 바위들, 그 바위들 틈 사이에 이루어진 절벽과 그 위의 소나무들, 모두 참 좋고 또 좋다. 차를 타고는 갈 수 없는, 오직 걸어야만 볼 수 있는 비경들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기암 두 개에는 이름과 안내판이 붙어 있다. 가장 유명해진 것은 부채바위이다. 바위가 홀로 커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데, 접힌 부채 모양, 혹은 삼각형 모양이다.

바다부채길의 부채바위 부채 모양을 닮았다는 부채바위. 이 바위를 돌아 전망대에 가면 바다를 향한 시야가 훤히 트인다. ⓒ 홍윤호
여기에는 심곡마을에 전해지는 전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동네 이씨 노인의 꿈에 한 예쁜 여인이 나타나 함경도 길주에서 왔다고 하면서 '제가 심곡과 정동진 사이의 부채바위 근처에 떠내려가고 있으니 나 좀 구해 주시오' 부탁을 하더란다.

노인이 새벽에 일찍 배를 타고 가보니 과연 부채바위 끝에 나무 궤짝이 걸려 있었다. 열어 보니 꿈에서 본 여인의 그림(초상화)이 그려져 있어 이를 부채바위에 안치해 두었다. 그 뒤 노인은 만사가 형통하고 고기잡이도 잘 되었다고 한다.

동해안을 따라가면 여러 항구들에서 이런 류의 전설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나 물고기, 혹은 영혼이 이동하다가 어느 곳에 머물러 안식처를 찾는다는 전설들. 설악산 울산바위도 울산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금강산에 가다가 지금 자리에 눌러 앉았다는 전설이 있지 않은가. 전설은 때로 역사와 현실을 반영한다. 이 전설들은 사람과 물류가 동해안을 따라 많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코스의 중간에 있는 투구바위도 볼 만하다. 심곡항 방향에서 보아야 투구처럼 보이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투구보다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는 느낌이다. 이 투구바위 일대는 유달리 바위 절벽과 기암이 많고, 바닷물도 더욱 깊고 세차다.

코스 한쪽 끝, 심곡항은 해안단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작은 항구인데, 항구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바닷물이 깨끗하고, 바닥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푸르고 투명하다. 마치 울릉도 도동항 일대의 바다를 보는 것처럼 맑은 바다이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수채화 같은 풍경의 항구이다.

심곡항 항구 특유의 냄새가 없고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고 푸른 바다가 인상적인 항구이다. ⓒ 홍윤호
어느 노인의 사랑 노래, 헌화가의 현장, 헌화로 바닷길

바다부채길이 끝나는 심곡항에서 옥계 방향의 금진항으로 가는 바닷길을 헌화로 코스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 신라의 진골 귀족인 순정공이 그의 아내 수로부인과 함께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다가 어느 아름다운 기암절벽의 바닷가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수로부인의 눈에 어느 천길 기암절벽에 있는 고운 철쭉이 보였고, 곧 주변 사람들에게 그 꽃을 좀 가져와달라고 이야기하였다. 위험한 절벽에 매달린 꽃이라 아무도 기어오르지 않았는데, 마침 그 길을 지나던 어느 노인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 꽃을 꺾어와 바치며 노래를 불렀다.

"자주빛 바위가에
손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삼국유사> 기이 편 수로부인 조


주인공이 노인인 사랑의 세레나데. 향가로 전해지고 있는 이 노래는 당대 최고의 유행가였을 것이다. 노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유감이지만, 대단히 멋지고 마음이 젊은 할아버지가 아닌가(주책이라고 달리 표현하기도 한다). 아니면 수로부인이 그만큼 절세미인이라는 걸까.

헌화가의 현장이 어디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글이 실린  <삼국유사>의 지형 설명과 강릉 태수로 부임해가는 길목이라는 점 등을 토대로 강릉시에서 헌화가의 현장을 추정해, 정동진에서 금진항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헌화로라고 이름 지었다. 결국 헌화가의 현장인지 아닌지 객관적인 증거는 전혀 없지만, 강릉시가 발 빠르게 선언함으로써 기정사실화됐다.

그래도 "바위 봉우리가 병풍처럼 바다를 둘렀고, 높이가 천장(千丈)이나 된다"는 삼국유사의 구절과 분위기에는 대략 들어맞는 셈이다. 그만큼 푸른 바다와 바다에 바짝 붙어 있는 기암의 해안이 잊히지 않을 빼어난 풍경을 보이는 곳이 헌화로 바닷길이다.

헌화로 바닷길 바다를 바로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코스. 파도가 심하면 바닷물이 도로로 넘쳐 올라온다. ⓒ 홍윤호
헌화로 바닷길은 승용차를 타고 달리면 눈높이가 수평선과 바다에 고정될 정도로 바다에 바로 붙어서 가는 길이다. 절벽과 바다 사이에 간신히 끼어 있는 도로라 파도가 좀 높은 날이면 바닷물이 도로로 넘쳐 들어오는 일도 흔하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짙푸른 바다와 수석처럼 떠 있는 바위 덩어리들, 길가에 차를 세워 잠시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 될 그림 같은 경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길 옆 경사진 비탈 위에 들어선 군 초소 위로 올라가면 시야가 훤히 트이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장쾌한 전망을 보여준다. 몇 번을 와 봐도 지루하지 않을 풍경이다.

바위에 새긴 헌화가 신라 향가 헌화가의 현장임을 알리기 위해 강릉시에서 헌화가를 새겼다.ⓒ 홍윤호
여행 정보

* 강릉 시내(강릉역)에서 112번 시내버스가 정동진을 거쳐 심곡항까지 간다. (하루 6회 운행)
112-1번 버스는 정동진과 썬크루즈리조트, 심곡항만을 오간다. (주말과 공휴일만 운행, 하루 9회 운행)

109번, 109-1번 시내버스(좌석)는 강릉 시내(강릉역, 강릉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동진을 거쳐 썬크루즈리조트까지 온다. (하루 9회 운행)

* 바다부채길 개방 시간은 하절기(4~9월) 9:00~17:30, 동절기 9:00~16:30
입장료는 어른 3000원, 학생(청소년) 2500원, 어린이 2000원

주차는 썬크루즈리조트 쪽에 200대 이상 가능, 심곡항 쪽에는 50대 이상 가능 

* 바다부채길은 자연 보존 구간이라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다. 마실 물 정도는 챙겨가야 하며, 절대로 쓰레기나 담배를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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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행작가,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 개인 저서 6권. 공저 다수.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 나그네의 길을 간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