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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에는 최저주거기준이란 게 있다.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주거 면적을 말한다. 1인 가구의 경우 대략 4평(14㎡)이 최저주거기준이다. 요즘 유행하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라는 주거유형은 대부분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즉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것. 하지만 지옥고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해결점은 보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는 지옥고 경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그 실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기자 말
서울 고시원 밀집 지역의 건물벽에 낡은 현수막이 고시원임을 알리고 있다. ⓒ 이희훈
국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지옥고라 불리는 열악한 곳에 사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에서 고시원 등 비주택 거처로 이동하는 양극단 현상도 감지된다.

적절한 주거 기준을 마련하고, 함량 미달 주택은 '폐쇄' 조치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188만, 고시원 등 기타 거처로 순이동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 빈곤 가구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최저 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모두 188만 5317가구다. 비율로 보면 전체 가구의 9.9% 수준이다.

지난 2005년(314만 가구)과 2010년(256만 가구)에 비교하면, 표면적으로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줄어들고 있다. 이 자료만 보고 '좋은 현상'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고시원 등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거처(아래 기타거처)의 비중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기타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6만 2875가구에 불과했다. 10년 뒤인 2010년에는 12만 8675가구로 두 배 늘었다.

2015년 기타 거처에 사는 가구는 39만 1245가구로 5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고시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서 '고시원'으로 하향 이동하는 '풍선 효과'다.
"서울과 경기서 지옥고 많아, 주거 양극단 심각해져"

한국도시연구소는 "대부분의 시, 도에서 주택 이외 거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고시원, 고시텔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기타 거처 거주 가구와 지하, 옥상 거주 가구 비율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고, 주거 유형의 양극단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더 열악한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고시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시원과 원룸은 국토교통부의 최저 주거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주택 이외 기타 거처로 분류돼,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다보니 고시원 등은 방을 쪼개고 쪼개, 사람 하나 겨우 누울 공간만 만든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시원이 사람이 살기 적당한 곳으로 바꾸는 것을 1차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며 "주거 기준을 확립해서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바꾸거나, 공실이 있는 고시원은 공공이 직접 리모델링,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람 살기 적당한 곳으로 바꾸기 위한 기준 마련 시급
서울 서대문구 역세권에 위치한 이 반지하 방의 임대료는 7500만 원이다. 건물 현관에서 7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입구가 있고 베란다 창문 앞에는 다세대 주택의 상수도 계량기 6기가 매립되어 있다. 방안에서는 머리 높이에 설치된 보일러 배기구는 마당에서는 성인의 무릎 높이에서 뜨거운 공기를 내뿜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희훈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반지하나 고시원 같은 주거공간은 건강에 나쁜 것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외국은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면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런 기준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시원 등에 대한 주거기준 마련은 영국과 미국을 참조할 만 하다. 영국은 지난 2004년 주거 위험요소 7개(습기, 곰팡이, 납, 실내 위생, 화염, 전기, 부딪힘과 끼임)를 규정하고, 사람이 사는 주택이라면 이 규정을 충족시키도록 했다.

이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주택의 경우 폐쇄된다. 미국도 공공주택에 대해서 공기의 질과 해충, 쥐 등 건강과 직결된 요소를 주거 평가 기준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기준을 확립하고, 기준 위반 주택에 대해 제재도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사실 정부가 마련한 최저 주거기준도 실질적인 규제책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시원 등에 대한 주거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임대사업자는 강력히 규제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주택 공급량 늘리고, 접근성도 높여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 정책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3년부터 정부는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비주택 거주자들에게 임대 주택과 자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실적이 미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지원사업 지원 실적은 2014년 610호, 2015년 989호, 2016년 1070호로 나타났다. 기타 거처(고시원 등)에 사는 가구 수가 40만호인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만 혜택을 받는 것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동시에, 전달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매년 취약계층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너무 적다보니까 제도 자체가 멈추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공사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난한 사람일수록 정보 접근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복지시설 등을 통한 홍보와 안내도 강화해야 한다"며 "주거지원사업 신청도 동주민센터는 물론 LH 등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해 원활한 전달체계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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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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