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경제

포토뉴스

주택법에는 최저주거기준이란 게 있다.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주거 면적을 말한다. 1인 가구의 경우 대략 4평(14㎡)이 최저주거기준이다. 요즘 유행하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라는 주거유형은 대부분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즉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것. 하지만 지옥고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해결점은 보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는 지옥고 경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그 실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기자 말

서울의 한 주택 밀집지역. 다세대 주택 너머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제일 싼 방 있어요?"

지난 12일, 영하 12도의 칼바람이 치던 날. 서울 마포구 상수동과 합정동, 노고산동 일대 부동산을 돌며 물었다. 반지하나 옥탑방 등 주거 유형은 상관없다고 했다. 저렴한 임대 주택은 어떤 것인지 보고 싶었다. 괜찮은 집이 있다면 기자도 살아볼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은 듣지 못했다.

"요즘 저렴한 물건이 많이 없는데..."란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홍대와 신촌 일대 부동산에 따르면 이 일대 원룸은 평균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60만 원 수준이다. 원룸 면적을 10㎡로 할 때, 1㎡당 환산(전세)임대료는 1980만 원.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다.

홍대 일대, 최근 단기 입시 수요 몰리며 저렴한 집 '품절'

12월 들어 상수동과 합정동 일대는 대학생과 직장인, 단기 입시 수요까지 몰리면서, 싼 방은 즉시 계약이 된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미술 입시학원이 밀집한 홍대 정문 인근 고시원들은 5만 원의 웃돈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다니다가 놀라운 말을 들었다.

"오피스텔이 하나 있네요."

반지하도, 옥탑방도 아닌 무려 '오피스텔'이다. 지하철역에서도 걸어서 10분 거리란다. 한강도 보인단다.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5만 원. 임대료는 주변 반값에 생각지도 않은 '한강뷰'까지. 당장 보러 가자고 했다.

삼각형 모양의 오피스텔방, 딱 잠만 잘 수 있는 넓이

부푼 기대를 안고 오피스텔의 문을 열었다. 방은 네모(□)가 아닌 세모(△)였다. 정확히는 윗변 2개가 긴 이등변 삼각형 구조였다. 방과 싱크대가 구분되지 않았고, 세모 형태의 끝자락에 '화장실'이 붙어있었다. 침대는 접이식 침대였다. 접이식 침대를 펼치면 싱크대가 있는 부분과 닿게 되는 좁은 공간이었다.

한강은 살짝 '점프'를 하면 보였다. 오피스텔과 한강뷰, 낮은 임대료란 말에 들리지 않았던 말. "방이 생각보다 좁아요" 이 말을 귀담아들었어야 했다. 말 그대로 잠만 자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비좁은 방을 보고 나니, 고시원이 생각났다. 보증금 부담이 없는 고시원 사정은 어떨까?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고시원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다. 고시원을 알아보려면 직접 방문하거나, 고시원 인터넷 중개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200m 떨어진 한 빌딩, 'XX고시원'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층 고시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어두웠다. 복도에 빛이 들어오는 공간은 환풍구 틈새가 전부였다.

고시원 관계자 이곳저곳 문 열더니 "여기는 사람 있네"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 창문 앞에는 대부분 주정차를 하는 공간이거나 담벼락이 차지하고 있다. ⓒ 이희훈
트레이닝복 차림의 관리자가 나와서 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빈방이 있으려나"하면서 이곳저곳 문을 열었다. 그는 방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어이쿠, 여긴 사람이 있네"하면서 문을 닫았다. 한낮에 주인이 문을 열어볼 정도로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몇 군데 방문을 열다가, 빈방을 볼 수 있었다. 고시원 방은 길이 180cm, 폭 1m 이하 침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브라운관식 텔레비전과 조그만 냉장고, 플라스틱 수납장이 가구의 전부였다.

실내에서 5분 정도 있다 보니 발이 시렸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았다. 대신 전기 장판 1개가 제공된다. 고시원 관계자는 "겨울이지만 전기 장판을 틀어놓으면 후끈후끈해진다. 전기료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바닥은 냉골, 5분 서 있으니 발이 시릴 정도

공용 부엌은 고시원방 하나 크기였다. 조리대 위에는 낡은 휴대용 버너가 하나 있었고, 1인용 식탁 위에는 빨간 밥솥이 올려져 있었다.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식사는 비좁은 식탁 앞에서 서서 먹어야 한다.

고시원에 머물렀던 10분, 하지만 한 달은 산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고시원에 넌더리를 내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은 보증금이 있는 방에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신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촌 노고산동에는 낡은 빌라들이 많다.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던 중 저렴한 옥탑방이 눈에 들어왔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35만 원. 이 일대 원룸 임대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중개업소 주인과 함께 찾아간 집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90년대식 빌라였다.

2평 남짓한 옥탑방, 화장실은 샤워할 공간 찾기 어려워

서울 고시원 밀집 지역의 건물벽에 낡은 현수막이 고시원임을 알리고 있다. ⓒ 이희훈
옥탑방은 4층에 있었다. 3층까지 가는 계단은 오르기 수월했지만, 4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도 높았다. 계단에 발을 올리면 뒤꿈치는 허공에 떴다. 발을 잘못 디뎌 조심조심 올라가니, 부동산 관계자는 "몇 번 오르다 보면 적응된다"고 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방은 2평 남짓한 크기였다. 더블 침대 하나를 놓으면 발 디딜 공간이 없을 것 같았다. 방 옆에 있는 화장실은 설치된 변기 때문에 공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 살았던 사람은 샤워를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졌다.

옥탑방의 마당에는 장독대 10여 개가 놓여져 있었다. 집주인이 내놓은 장독대였다. 마당은 주인과 같이 쓰는 공간이었다. 그래도 고시원을 생각하면 바깥 공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집을 보고 나오면서 부동산 주인은 "돈 없으니 여기 사는 거지. 나중에 열심히 벌어서 좋은 데 가면 되지"라고 했다. 그렇다. 사람이 살 만한 곳에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많이 필요하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