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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강원제주

포토뉴스

* 본 기사의 사진은 모두 필름으로 촬영, 직접 스캔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사이즈 조정 외 다른 보정은 없습니다. 사진 설명 앞의 괄호에 있는 정보는 카메라 기종, 필름 종류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입니다. -기자 말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피난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놀이일 수도 있으며 음식일 수도 있다. 내 마음 속의 피난처는 그 단어의 본래 뜻처럼 어떠한 장소인데,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나무 밑 같은 가까운 피난처도 있고 커다란 폭풍을 피해 들어가는 방공호 같은, 멀지만 더 튼튼한 피난처도 있다.

작은 피난처는 전라북도 진안이다. 골짜기를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아직도 채 찾아보지 못한 깊은 숲이 가득한 곳이며 항상 청정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갈 때마다 몸과 마음에 새 힘을 쥐여주는 곳이다. 그렇다면 커다란 피난처는? 
선자령 능선길에서 (SW612/Pro160NS) 들머리에서 배낭을 매고 매우 천천히 두 시간 정도 오르면 이런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정상에 이르기 400미터 정도 전의 모습이다.ⓒ 안사을
언제부턴가 강원도는 나에게 1년에 두 번쯤은 꼭 긴 시간을 내어 찾아가고 싶은 커다란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다. 교통도 불편하고 자가용을 이용해도 대여섯 시간은 피곤을 이겨가며 운전을 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다양한 매력을 지닌 천연의 수목원이며 스쳐 지나가는 산과 골짜기가 평소 주변에서 보던 풍경에 비해 두세 배는 족히 될 만한 장대함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느낌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인제로 가는 길 (LX/CT100)일부러 심었는지 스스로 자랐는지, 제 철을 만난 붉고 노란 꽃들이 도로 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안사을
길거리 화원 (LX/CT100)낙석방지 울타리를 넘어서 자라난 식물들이 너도나도 꽃을 피웠다. 홍천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길목 즈음.ⓒ 안사을
5박 7일 동안의 일정을 고민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유명한 포인트밖에 갈 수 없었던 정선과 인제 여행이 여운을 남겨, 그때 가보지 못했던 그리 유명하지 않은 포인트들을 미리 마음 속에 점찍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짜별로, 각각의 위치를 고려하여 여정의 순서만 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첫째 날 : 전날 밤 출발 - 인제 하늘내린터농원
둘째 날 : 대관령으로 이동 - 선자령 등반 및 비박
셋째 날 : 선자령 하산 - 장전 이끼계곡 감상 및 촬영 - 정선읍내 - 동강전망휴양림야영장
넷째 날 : 동강 탐방 - 백운산자락 트래킹 - 만항재 - 함백산 트래킹 - 민둥산역에서 1박
다섯째 날 : 덕산기계곡 트래킹 - 숲속책방 방문 - 정선읍내 - 평창 육백마지기들에서 비박
여섯째 날 : 육백마지기들에서 짐 정리 후 출발 - 제천 시내 - 귀가

이 야생 버라이어티 같은 일정, 딱 하루를 빼면 모두 텐트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이러한 일정이 어떠한 여름 바캉스에 비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피서였던 이유는 다름아닌 '공기'였다. 30도 이상의 기온을 만난 적이 없었다. 산 속에서는 긴 팔을 입어야 했다. 선자령의 기온은 14도, 어쩌면 새벽에는 그보다 더 낮은 온도를 기록했을 것이다.
여정의 중간에 멈추어 (LX/CT100)인제로 가는 길에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안전한 곳에 차를 두고 사진을 담는 해찰을 잠시 했다. 구름 낀 하늘이 역동적이다.ⓒ 안사을
물론 걸을 때는 땀이 비오듯 흘렀다. 카메라와 텐트 등이 어깨에 30kg 가까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습도가 높지 않으니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조금만 걸음을 멈추면 금세 팔뚝이 보송보송해졌다. 거기에 더하여 곳곳에 뻗은 작은 물줄기마다 어찌 그리 투명하던지. 온통 진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산과 들은 1000km에 육박했던 운전 거리에도 나의 눈을 피로하지 않게 해주었다.

인제 하늘내린터 농원
농장의 메인 광장 (LX/CT100)보이는 원두막은 이 곳을 처음 방문할 때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곳이다. 멀리 보이는 산은 설악산. 구름이 없는 날이면 유명한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병풍처럼 보인다고 한다.ⓒ 안사을
참으로 특이한 여행지를 한 군데 소개하도록 하겠다. 바로 인제군 원대리에 위치한 '하늘내린터 농원'이다. 평범한 산촌이었던 원대리는 자작나무 숲 때문에 이제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올해 2월 말 카메라를 세 개나 챙겨 흰 눈과 함께 여러 폭의 그림 같던 자작나무 숲을 찾아서 떠났었다. 주차장은 거의 만차였고 꽤나 급한 경사를 1시간 반이 넘게 올라야 하는 코스였지만 자질구레한 짐들을 가득 들고 셀프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도 보일 만큼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그때는 몰랐던, 자작나무 숲의 뒤편으로 꽤나 넓게 조성된 농원이 하나 있다. '하늘내린터농원'이 바로 그곳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제철 채소들이 조합원 및 야영객들의 친밀한 손길에 의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쉬어갈 수 있는 야영 사이트도 널찍하게 스무 개 정도는 조성이 되어있다. 무엇보다 아늑한 숲이 일품이다.
하늘내린터 내 야영지 (LX/CT100)이 정도 규모의 야영지가 4군데 정도 분포되어있다. 극성수기의 휴가철이지만 매우 한적하고 호젓하게 숲속 야영장에서 쉼을 얻을 수 있었다.ⓒ 안사을
이 곳이 다소 특이한 광광지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 곳에서는 꼭 한 가지 이상의 농장 체험을 해야 한다. 둘째, 야영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야영장에 준비되어있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셋째, 원장님의 철학이 매우 뚜렷하여 손수 땅을 일구고 농작물을 기르는 체험 없이 그저 떠들기만 하다가 돌아가는 야영객들은 다시 그 곳을 방문하기 힘들다.

넷째, 세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데, 원장님과 뜻이 맞아서 적절히 농장 체험하는 것을 즐길 수 있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자연에서의 쉼을 가치있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무료와 다름없는 이용료로 계속 이 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야영장이라고 생각하고 쉬이 이 곳을 찾았다면 원장님이 꼭 진행하는 20여 분의 오리엔테이션 동안 당황함을 금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는 불편하더라도 한적한 자연 속에서 호젓한 쉼을 얻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곳이 마치 오래 전부터 자주 찾았던 쉼터처럼 느껴졌다.
농장 숲길 (LX/CT100)농장의 이곳 저곳으로 연결되어있는 산책로. 총 연장 길이는 약 1시간 정도의 코스라고 한다.ⓒ 안사을
숲속에서 (LX/CT100)필름의 감도가 낮고 숲이 울창하여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지 않아 조리개를 최대로 열었더니 심도가 낮아져서 일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산책 내내 이런 숲을 옆구리에 끼고 걸을 수 있다.ⓒ 안사을
원장님의 안내대로 8kg 정도 되어보이는 나무토막을 도끼로 잘게 쪼개서 장작을 확보한 후 채소밭에서 저녁 한끼를 충분히 해결할 만큼의 쌈채소를 뜯었다. 정자 옆 밭에 한가득 묻혀있던 감자도 씨알이 좋은 놈으로 몇 알 골라 담았다.

주변에 광해가 없어서 구름이 없는 밤이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별들이 작은 열매처럼 알알히 맺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날은 별 대신 간간히 비가 내렸다. 도시의 빗방울은 애처로운 감성을 주지만 숲 속의 빗방울은 산 속 서늘한 기운에 청량감을 더 해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미리 만들어 놓았던 콜드브루 커피 원액을 얼음물에 타 마시니, 눈 앞에 놓인 한여름의 풍경이 무색할 만큼 온 몸이 서늘했다.
살림들 (LX/CT100)울창한 숲 사이 아늑한 공간에 짐들을 풀어놓았다. 자동차로 올 수 있는 곳이라 커다란 테이블도 있고 편한 의자도 있다. 내일 오를 선자령에는 가져가지 못할 짐들.ⓒ 안사을
모닥불과 감자 (67ii/Pro160NS)장작에 불이 절반 정도 사그라들면 감자를 넣고, 모두 사그라들면 잔불의 기운으로 고기를 구울 것이다.ⓒ 안사을
세제 사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고기를 굽고 난 화롯대와 그릴은 키친타올 등으로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으로 설거지를 대신 해야 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세제는 사용 가능하다. 수세식 화장실도 없고 간이 샤워장에서는 샴푸도 사용할 수 없으니 철저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단 하룻밤이었지만 주변의 생기 넘치는 식물들에게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 오늘 너희들과 함께 잠을 청할 자격이 있어'라고 마음 속으로 말했다.

구름 속에서의 하룻밤, 선자령 백패킹

7시부터 일찌감치 정리를 시작하여 8시 반 쯤에는 농장을 나설 수 있었다. 전날 빌린 가위를 가져다 드리니 원장님께서 "조금 더 있다가 가지 왜 이리 일찍 나서냐"고 하신다. 선자령에 올라서 1박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눈 내리는 계절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로 간단한 인사를 마쳤다.
녹색 천지 (SW612/Pro160NS)대관령으로 이동하던 중 잠시 샛길로 빠져 담은 마을을 사진. 구름 밑으로 온통 녹색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안사을
네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실시간 편한 길에서 살짝 벗어나 미산계곡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대관령면 읍내에 들러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거리를 샀다. 이 날 1박을 했던 곳은 야영장으로 허가를 받은 곳이 아니고 비박을 해야 하는 곳이었는데 취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에 식재료 대신 빵을 몇 개 샀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몇일 전 정식 야영장이 아닌 곳에서의 야영을 계획하면서 두 시간여에 걸쳐 관련 법령 및 시행령을 찾아보며 불법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했었다. 자연 속에서 쉼을 얻는다는 명목 아래 불법을 자행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검색 끝에 얻은 결론은 이렇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정한 공원(국립, 도립, 시립공원 등)에서는 비박이 불가능하다. 대신 그런 곳에는 국립 휴양림이 있는 경우가 꽤 있으니 그 곳 야영장이나 방갈로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산행을 하면 된다. 그 외 다른 산림에서는 비박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천법 상 계곡 유역에서는 불가하다. 그러니까 아무리 야산이라고 하더라도 계곡 옆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거나 불판에 고기를 굽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라는 얘기다. '취사 및 야영 금지'라는 안내판이 없어도 말이다.
선자령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LX/CT100)조금만 오르막을 오르면 이런 능선길이 계속된다. 눈 앞의 풍경이 시원했지만 역광인 관계로 하늘의 세부적인 묘사는 포기한 채 사진을 찍는다.ⓒ 안사을
그렇다면 야영이 가능한 곳은 계곡 근처가 아닌, 공원이 아닌 곳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선자령은 이 조건에 부합한 곳이다. 하지만 취사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러한 곳에서도 화기를 이용한 취사는 허락이 되어있지 않다. 샐러드에 소스를 버무려 비비는 정도의 취사야 가능하겠지만 요리의 대부분은 불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사실상 취사 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추운 겨울, 물을 끓이는 정도의 화기 사용은 허가를 해주면 좋으련만 산불예방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또 납득이 간다.

갓 지어낸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는 없겠지만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니 조리기구를 배낭에서 뺄 수 있어서 짐의 무게가 조금 줄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보는 것을 혹자는 '감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불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어디가 목적지일까 (SW612/Pro160NS)계속되는 능선의 모습에 정상이 가까운 것도 같고 먼 것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곳에서 30분 정도는 더 가야 정상이 나온다.ⓒ 안사을
능선과 하늘과 풍차 (LX/CT100)해발 1,000미터 정도에서는 햇빛의 강함보다 바람의 서늘함이 더 우세했다.ⓒ 안사을
능선을 얼마나 걸었을까. 길 옆으로 가득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시원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따가운 햇살과 대조되는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긴 산행은 아니었다. 국사성황당에서 출발하면 선자령 정상까지 3.4km가 되는데 산행길로는 짧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는 능선길이기 때문에 짐이 많지 않다면 한 시간 반 정도에 주파할 수 있을 것 같다. 2시간이 조금 더 걸려 정상에 도착했고, 익일 하산 시간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선자령에서 바라본 양떼목장 (SW612/Pro160NS)오른쪽 하늘 위로 강한 태양빛이 있어서 하늘이 하얗게 나왔지만 빛이 강했던 만큼 능선의 녹색빛 또한 화사하게 찍혔다.ⓒ 안사을
안개 속으로 (LX/CT100)호기심 많은 여행자가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안사을
정상석에서 (LX/CT100)삼각대를 놓고 셀프샷을 한 컷 찍어본다. 역광이 강하여 땅에 노출을 맞추니 하늘이 하얗게 날아갔다.ⓒ 안사을
이틀 내내 지나가는 등산객들 대여섯 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듣기로는 이 곳이 국내에서 3대 백패킹 성지 중 하나라고 하여 사람들이 적어도 몇 팀을 있을 줄 알았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야영의 성수기가 아니었다. 어느 누가 여름 휴가를 30kg 배낭을 매고 산으로 올라오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 넓은 산중에서 오로지 자연과 벗 삼고 평화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하늘 위로 거대한 진공청소기의 흡입구가 있고, 몇 개월간 쌓였던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그 곳으로 빨려나가는 것 같다는 상상이 들었다. 악명 높은 바람은 생각보다 잔잔했고 대신 엄청난 안개가 계속해서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파랗던 하늘이 어느 새 하얀 구름이 되어 내 머리 위에 머물렀다.
선자령 언덕에서 (LX/CT100)아직은 하늘이 밝았지만 쉴새없이 능선을 타고 안개가 올라왔다.ⓒ 안사을
별을 찍을 수 있을까 하여 1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하늘을 살폈지만 자욱한 안개는 끝내 하늘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이내 포기를 하고 새벽 2시 쯤 잠이 들었다. 아침이 오는 느낌에 텐트 문을 열고 나오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에서 하룻밤을 지낸 셈이었다. 싸늘한 기운에 얆은 패딩점퍼를 입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8월 초순, 불볕더위기 기승하던 때의 일이다.
선자령의 아침 (LX/CT100)눈을 뜬지 두 시간여 흐르자 눈 앞의 안개가 걷혔다. 간밤 쉬며 돌며를 반복하던 풍차의 모습이 이제야 또렷하게 보인다.ⓒ 안사을
조금 기다리니 안개가 걷혔다. 파란색이 하늘 귀퉁이에 조금 보이는 듯 하더니 이내 먹구름이 몰려왔다. 하산길에는 온통 비를 맞아야 했다.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들과 온 몸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산을 내려왔다. 우중산행을 해본 이는 알 것이다. 산에서 만난 비가 얼마나 사람을 들뜨게 하는지 말이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웃통을 훌훌 벗고 대충 물기를 닦은 후 운전석에 앉았다. 시간당 1~4mm 남짓의 부드러운 빗방울이 계속해서 내렸다. 전날 저녁을 빵으로 때우고 당일 아침은 먹지 않았던 상태. 고픈 배를 잠시 진정시키고 진부면 읍내로 차를 몰았다. 아침 겸 점심을 식당에서 해결하고, 정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장전면의 이끼계곡을 찾는 것이 다음 일정이었다.

* <장전 이끼계곡-동강 연포마을-함백산 야생화>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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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