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지금 국민의당을 잘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문준용 의혹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후폭풍을 겪는 가운데,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전남 여수시갑)이 2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증거조작 혐의를 받는) 이유미씨의 제보 조작을 당이 지시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일이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간담회를 자처해 연 뒤 "경위야 어찌 됐든 공당으로서, 검증과정에서 거르지 못하고 여과 없이 (의혹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발표된 데 대해 단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이씨의 조작에 당이 개입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증거 조작 혐의를 받는 이유미씨와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대선 전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전체 내용을 기자들에게 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카톡을 보면) 이유미가 본인이 확인한 내용을 이준서에게 알려주고, 이준서가 이를 다시 확인하는 문답이 오간다. 사전에 조작했다면 이런 내용이 오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약 20분간 설명을 통해 "26~27일 양 일간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제보 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이준서(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진술했고, 조작 과정도 혼자서 한 일이라 진술하고 있다"며 "이씨가 당의 지시 하에 조작했다든지 하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자료를 볼 때 이준서-이유미는 제보 조작에 대해 공모한 게 아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을) 모르고 있던 게 맞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날 "그래도 의문이 있다면 질문해 달라", "아직도 이준서-이유미가 공모했다고 생각하는 분은 계속 질문해 달라"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간담회 내용도 이 전 최고위원이 이유미씨의 조작 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리는 데에 집중됐다. 그는 전날(27일) 오후에도 일부 기자들과 만나서도 "만약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제가 사퇴하겠다"라며 당 차원의 결백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이 의원의 설명 뒤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당 차원 검증이 적절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집중됐다. "공모가 문제가 아니라, 당의 검증이 소홀했다"는 일부 기자의 지적에 이 의원은 "그 부분은 충분히 인정한다"며 "오늘 이 자리는 이유미-이준서가 공모한 적이 없고, (이유미씨가) 당의 지시 하에 조작했다는 오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이 '문준용 동료' 육성 증언을 공개한 시점은 선거를 나흘 앞둔 5월 5일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을 한 김인원 부단장은 이날 "(제보자는) 문씨와 파슨스 대학원을 같이 다녔던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주 의원은 "그 부분은 아까 (이유미씨가 조작한)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매우 가까운 사이, 그런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이라고 추정한 내용이 있어 그렇게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명선거추진단은 최초 제보자의 신원을 제대로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믿고 '추정'에 근거해 의혹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육성 음성 파일 등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이유미씨가 당의 지시 없이 자료를 혼자 조작했다 하더라도, 당이 제보자 신원 및 사실 여부 등을 검증하지 않은 채 대선 직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서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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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오간 주요 내용을 1문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최초 제보자, 이준서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 직접 확인 안 했다"

- 오늘 배포한 자료는 일체의 편집 없는 대화 내용 전부인가.
"그렇다. 전체 내용이다. (고소 취하 부분도 있나?) 그런 내용은 없다. (어디에서 받았나)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있던 내용이다. 이유미씨를 지난주 토~일요일 만났을 때 그 휴대폰에서도 일부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 검찰도 확보했을 것이라 본다."

-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제보자 신원에 대해 이메일 주소 외에 어떤 걸 확인했나.
"(이 내용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제보해왔지 않나. 그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제보받았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아는 사람인지, 연락이 가능한지, 통상적으로 확인한다. 물은 결과, 자료 가져온 여자는 잘 알고 인적사항을 알며 연락 가능한 상태라고 하더라. 통상적인 공익 제보의 경우 제보자와 당사자 간 신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준서가 아는 사람이면 직접 접촉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 최초 제보가 왔을 때 녹취를 다 들어보고 검증했나.
"저는 5월 4일에 지역구에 내려간 관계로, 공명선거추진단의 김인원·김성호 당시 부단장에게 검증하라고 지시하고 내려갔다. 검증도 다음 날 발표도 두 사람이 했다. (부단장은 녹취를 다 들었나) 그렇다. 저도 발표된 이후엔 다 들었다. 당일 발표 전에 유선으로 보고 받아서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확인했다."

- 결국 이준서씨는 이유미씨를 믿었고, 당시 추진단은 이준서씨를 믿어서 최초 제보자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 부분까지 저희가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 당시 국민의당은 복수의 제보자가 있다고 얘기했다. 확인하고 말한 것인가.
"그렇다. 이유미씨가 제출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 있는 사람(추후 당은 이씨가 이를 조작했다고 밝힘-기자 주), 이 두 사람이 문준용씨 특혜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답하고 있단 취지로 표현한 것이다."

"이유미, 당과 만났을 때는 '혼자 조작' 시인했다"

- 이유미씨가 일부 당원에 보낸, "당이 꼬리 자르기 한다"는 등 카카오톡 내용은 뭔가.
"저도 궁금하다. 그 내용이라는 게 월요일 새벽 4시에 보낸 것이던데, 당시 우리 사무실에서 새벽 2시쯤까지 있다가 나갔다. 그때만 해도 이씨는 자신이 혼자서 조작했다고 시인하고, 잘못했다면서 나갔는데 (나간 지) 1시간 30분도 안 돼서 이런 글을 올려서 저도 상당히 황당했다. 관련해 변호사 사무실 측에 경위를 알아보니 '본인도 당황스럽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말한 것 같다'고 했다."

- 이유미씨가 당시 이 전 위원에 제출한 카카오톡 내용은 거의 다 꾸민 거라고 보면 되나.
"그렇다고 봐야 한다. 검찰 조사 후에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녹취 내용도 녹취의 당사자가 자기 남동생이기 때문에, 녹음파일이 조작된 자료란 사실은 변함없다."

- 당시 (이씨가 동료라 주장했던) 김아무개씨가 문준용씨 미국 파슨스스쿨 동문이라는 건 당에서 별도로 확인해봤나.
"이준서씨의 말과 제보했다는 내용을 들어서 안 거다. (학교 측 확인은?) 김씨의 페이스북에 가면 파슨스에 다녔다고 나와 있다.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서 확인한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을 확인해보면 본인이 파슨스를 졸업했다는 내용이 상세히 나온다. 만약 선거가 5월 9일이 아니라 6월 9일이었으면 (공문을) 보냈을 거다."

- 당시 5월 5일 브리핑에서 "(제보자는) 문준용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했는데, 확인을 않고 발표한 건가.
"그 부분은 아까 (이유미씨가) 이준서 위원에게 제보했던 내용, 제보자와 다른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매우 가까운 사이고 그런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이라고 추정한 게 있어서 그렇게 발표한 것이다."

- 법조인 출신인 이 의원이 녹음파일 진위를 확인 안 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진위를 어떻게 확인하겠나. 녹음파일만 가지고 거짓말 탐지기를 할 수도 없지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편집이나 조작 내용이 없었다. 녹음파일 내용만 가지고 알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