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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설악(오색지역) 남설악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는 여러 지점이다. 그중에서 1397봉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가장 아름답다. 이 위치에서는 끝청봉이나 대청봉은 보이지 않으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귀떼기청봉과 남설악의 근사한 산악미를 가깝게 조망할 수 있다.ⓒ 정덕수
능선의 숲은 걷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뜨거운 한낮의 햇볕을 적당히 막아주고 공기도  서늘하다. 잠시 앉아 쉴 때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숲을 지날 때 사진촬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어디나 비슷한 느낌이다. 안개라도 적당히 낀다면 그 나름 근사한 풍경사진은 남길 수 있지만 햇살 좋은 오후에 숲길을 걸으며 사진촬영으로 시간을 뺏길 이유는 없다.

끝청봉에서 한계령 방향으로 하산길을 정했을 때 가장 가깝게 보이는 봉우리가 온정골 상단이다. 돌주골 상단에 해당되는 위치는 능선이 잘록하게 내려선 곳으로 오래 전부터 통행은 금지됐다. 물론 온정골이나 석고덩골 모두 통제구역으로 산행은 금지됐다. 끝청봉에서 온정골 상단까지는 어지간한 체력만 지녔어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서북주릉 숲길 끝청봉에서 한계령삼거리로 나가는 능선에서는 숲에 가려 전망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장소로의 이동엔 이 또한 최상의 조건이 된다.ⓒ 정덕수
털쥐손이 서북주릉 끝청봉에서 한계령삼거리로 나가는 능선에서는 숲에 가려 전망 자체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남설악 방향의 능선 숲엔 다양한 자생식물이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털쥐손이는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제법 오래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정덕수
이곳을 통과해도 숲길은 아직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너덜지대를 통과하며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볼 수 있으나 끝청에서 이미 충분히 본 뒤라 감흥이 적다. 비슷한 풍경이라도 차라리 한계령삼거리 근방에서 바라볼 때 더 근사하다.

10kg과 20여kg의 배낭을 졌을 때의 걷는 속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1990년 이전엔 숙영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챙겼고, 음식도 김치부터 고추장은 물론이고 감자와 같은 채소를 며칠 먹을 만큼 짐에 넣어야 했다. 아무리 짐을 줄여도 혼자 산행을 하는 입장에서는 3박 4일치의 짐만 짊어져도 30kg을 넘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치약도 거의 다 쓴 거로 짐에 넣고, 텐트를 빼기 위해 원통형의 비닐을 5m 가량 구입해 대체했을까.

여분의 옷도 여러 벌 짐에 챙기는 건 꿈도 못 꿨다. 비를 맞을 경우를 대비해 한 벌 더 챙기면 다행이다. 잠 잘 때만 갈아입고 다시 아침에 산행에 나서면 전날 물기만 짜 놓았던 옷을 입었다. 그 척척함이 우중산행의 기억으로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하게 자리 잡아 지워지지 않는다.
전쟁의 흔적 설악산 지역은 1950년 6월 25일 이전엔 북한에 속해 있던 수복지구다. 물론 점봉산도 극히 일부 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북한에 속해 있었다. 마지막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경기도 지역은 많은 부분을 북한에 빼앗기고, 이곳 동부전선은 반대로 많은 지역을 수복했 다. 당시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서 이렇게 목격된다ⓒ 정덕수
그런 산행방식 자체도 어쩌면 대단한 호사는 아닐까. 1950년 초반 벌어졌던 전쟁은 막바지엔 이곳 설악산 일대에서 치열하게 치러졌다고 한다. 지금도 곳곳에 전쟁 때 파 놓은 개인 참호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금강산 이남에서 최고의 절경을 지닌 설악산을 차지하려는 전투가 치열하게 치러질 때, 산 아래 참호들은 물론이고, 능선을 따라 올라오며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참호들은 인민군이 방어를 위해 팠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반대 방향에 같은 방식으로 판 참호는 아군이 방어와 진격을 위해 만들었으리라. 험악한 지형을 보면 치열하게 총탄이나 폭격과 싸우는 동시에, 도처에 도사린 자연적 위험과도 얼마나 사투를 벌였을까 싶다.

얼마간 도처에서 확인했던 전쟁의 흔적을 떠 올리며 그리 높지는 않아도 단숨에 오르기엔 벅찬 언덕을 오르내리고서야 시야가 확실히 열린 석고덩골 상단으로 나섰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잰걸음으로 걸어 40분. 일반적인 산행에서라면 1시간은 족히 예정하고 걸어야 할 것이다.

이곳은 대청봉과 한계령(오색령) 구간에서 중간에 해당되는 위치다. 체력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5시간 소요로 잡았을 때 꼭 그 절반의 시간이 소요된다. 단 이 시간은 촬영 등 등반 방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각자 산행을 하는 환경과 체력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일례로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 정상까지는 600m로 그리 길지 않은 거리지만, 막상 걸어보면 20분이나 30분도 부족할 때가 있다. 물론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 방향으로의 하산이라 해도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에서 확연하게 시간이 차이 날 경우는 따로 있다. 끝청봉 아래 오색 마을 주민들이 인장터라 부르는 독주골 상단부의 능선과 같이 교행에 무리가 없는, 비교적 넓고 높낮이가 크게 차이가 없는 지점에서만 일상적인 보행속도와 같거나 조금 더 빠를 뿐이다. 그 외는 등반에서 걸리는 시간과 하산에 걸리는 시간이 대등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이다.

너덜지대가 나타나면 이내 석고덩골 상단의 조망이 좋은 위치와 가까워 진다. 이 너덜지대에서는 왼쪽으로 1460봉이 오색방향의 조망을 방해하지만, 구곡담과 용아장성, 공룡능선과 소청봉이 모두 조망된다. 그리고 잠시 걸으면 석고덩골 상단부가 나온다.
석고덩골 우측상단 남설악 오색방향으로 커다란 바위가 무너지며 형성된 너덜지대가 보이면 온정골과 석고덩골의 우측 상단으로 치우친 서북주릉의 한계령삼거리와 대청봉의 중간 부분이다. 20여 명이 쉴 정도로 제법 너른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전망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정덕수
남설악 거대한 바위가 쪼개지며 형성된 너덜지대의 능선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남설악 오색지역을 굽어본다. 이곳에서는 비슷한 높이의 점봉산과 가리봉이 같은 방향으로 보이고, 귀떼기청봉이 진행방향으로 눈에 들어온다.ⓒ 정덕수
석고덩골 상단부에서는 대청봉을 향해 오르거나 오색령 방향으로 하산하는 이들 대부분 잠시 배낭을 벗고 땀을 식힌다. 물론 설악산 산행의 경험이 적어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이들처럼 직전에 쉰 경우엔 이정표만 한 번 확인하고 곧장 지나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 지점을 한 번 쉬는 장소로 예정하고 산행한다.

이곳은 북쪽에 해당되는 구곡담(수렴동에서 봉정암을 오르는 구간) 방향에 해당되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빼 놓고는 대부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색의 등선대와 칠형제봉이 점봉산 아래 온정골과 석고덩골의 경계를 이루며 솟구쳐 오른 능선을 기점으로 굽어보인다. 그 다음으로 서쪽으로 귀떼기청봉과 약간 빗겨 서남 방향으로 가리봉과 1307봉으로 연결돼 필례와 한계령으로 나뉘는 44번국도가 보인다.

설악산을 제법 오래 다녔다는 이들도 이 끝청봉과 한계령삼거리 구간에서는 봉우리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까닭은 봉우리들이 별도의 고유명이 아니라 1307봉(1307m)이나 1460봉(1460m)과 같이 해발 높이가 그대로 봉우리의 이름으로 불리는 탓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1460봉도 정확하게 위치와 지도를 대조해 판단하기란 사실 쉽지는 않다. 물론 요즘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을 이용하는 지도와 고도계를 동시에 이용하면 별반 어렵지는 않지만 전문적으로 등산에 나서지 않고서야 이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끝청봉을 기점으로 했을 때, 좁고 경사가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서면 만나는 '설악 09-11' 표지목 지점부터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 나타나고, '설악 09-10' 표지목을 지나 오른쪽 구곡담 방향으로 치우쳤다 다시 오색방향으로 나서면 온정골과 독주골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이 있다. 1474.3m라는 봉우리 이름을 지닌 지점이다.
서북주릉 이정표 1474.3봉을 전망이 탁 트이기 시작하는 1460봉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1460봉에서 조금 서남향으로 나서면 이정표에 대청봉 4.2km와 한계령 4.1km 이정표가 있으니, 이를 기억하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정덕수
이 1474.3봉을 전망이 탁 트이기 시작하는 1460봉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1460봉에서 조금 서남향으로 나서면 대청봉 4.2km와 한계령 4.1km 이정표가 있으니, 이를 기억하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 하나 더. 산에서 거리를 계산할 때 설악 6-3이나, 설악 9-10과 같이 소방서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긴급연락처와 위치번호가 표기된 표시목(구조목)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설악 6-3은 오색↔대청봉 구간에서 오색 등산로 입구로부터 3번째 표지목으로 정상 아래까지 9개의 표지목이 있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5km인데, 그 사이에 500m당 1개의 표지목을 세워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즉, 설악 6-3은 오색 등산로입구에서 1.5km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설악 9-10은 한계령으로부터 대청봉 방향으로 10번째 표지목이니 5km 지점으로 보면 틀림없다.
6월 15일 산행지도 6월 15일 양양군 서면 오색2리의 안터마을에서 출발해 설악산 등산로입구를 거쳐 대청봉을 올라 서북주릉을 이용해 한계령까지 걸은 거리는 15km에 이른다. 이 지도에서 1~2번은 처음 글을 쓴 구간의 사진 촬영 장소고, 그 다음 3~5번까지가 두 번째 글을 쓰며 소개한 사진들을 촬영한 위치다. 그리고 이번 글엔 5번 위치부터 시작해 7번까지 구간에서 촬영한 사진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 마지막 편으로 8~10번 구간에서 촬영한 사진과 이야기로 맺는다.ⓒ 정덕수
어떤 산에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거리를 가늠하고 남은 거리에 따라 소요될 시간을 비교적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급경사나 계단으로 이뤄진 구간은 오를 때 1km에 1시간이 걸리는 경우라면,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거리를 25분에 오를 정도 된다면 그보다 짧은 시간으로 내려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능선의 비교적 완만한 길을 걷는 데 1km에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경우라면 내려가는 길이라도 마찬가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구간을 평지와 다름없이 15분 안쪽으로 걸을 수 있다면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지 확인되면 지나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확실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은 더디고 몸은 무겁기만 하다.

등산지도에 표기된 시간은 일반적인 수준의 사람이 걸을 때 가능할 뿐, 500m를 두세 번 쉬고도 힘겨워 하는 사람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그보다 30~40%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서북주릉의 끝청봉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 등산로 가운데 1460봉에서 1397봉을 지나 등산로에서 보았을 때 한계령삼거리에서 300여 미터 대청봉 방향으로 나서면 만나는 석고덩골 안부까지가 걷기에 가장 어렵다. 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자칫 발목이라도 삘 수 있는 몇 곳을 정비해 놓아 크게 힘들지는 않다. 물론 그만큼 자연스러운 맛은 반감됐다.
남설악 위 지도에서 7번 지점에서 바라본 점봉산 방향으로 이 지역을 남설악으로 부른다. 일부에서는 한계령을 넘어 옥녀탕 일원까지 서북주릉의 남쪽 부분을 모두 남설악으로 생각하지만 대청봉과 서북주릉, 그리고 공룡능선을 경계로 했을 때 공룡능선에서 희운각을 거쳐 대청봉과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동쪽 설악동 구역이 외설악이다. 그리고 공룡능선을 경계로 대청봉으로 거쳐 서북주릉의 한계령삼거리에서 한계령까지의 서쪽 내륙을 내설악이라 하며, 그 외 한계령에서 한계령삼거리를 거슬러 대청봉을 지나 화채봉으로 이어지는 남동쪽 일대 양양군 구역을 남설악으로 하는데 대표적인 남설악권역이 오색지역이다.ⓒ 정덕수
서북주릉 조망 잘 쌓은 석성의 망루에 앉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제법 널찍한 바위에 앉아 앞으로 지나갈 길을 본다. 직선거리로는 1km 남짓 남았지만 길은 아직 3.2km 가량 더 숨 가쁘게 걸어야 된다. 사진의 왼쪽이 귀떼기청봉이고 중심부의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가리봉이며 그 바로 앞에 돌출된 작은 봉우리가 주걱봉이다. 길은 앞의 봉우리 너머로 형성되어 있으며 왼쪽봉우리가지 올라가야 한계령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정덕수
1397봉 직접 오르는 봉우리가 아니라 남설악 방향으로 비껴 내려오는 위에 1397봉이 있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왜 많은 이들이 이 봉우리를 전혀 다른 지점으로 착각하게 될가 생각 해본다. 이 봉우리에 가려 중청봉이나 대청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덕수
백운동과 용아장성 수렴동에서 조금 올라오면 구곡담과 갈라져 백운동계곡이 나온다. 그곳에서 얼마쯤 들어서면 다시 계곡이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직백운이고, 다른 하나는 곡백운이다. 이곳만큼 백운동계곡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도 없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도 같은 위치로 겹쳐 북쪽 방향에 병풍처럼 둘러섰다.ⓒ 정덕수
능선을 좌우로 넘나들며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바위를 딛고 나가다 대청봉 4.4km와 한계령 3.3km 이정표를 지나 200m 가량 나서면 제법 너른 터가 두 개의 층으로 포개진 바위 아래 나타난다. 이 지점은 양 옆으로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하산길로 보았을 때 왼쪽으로 '추락주의' 표지가 있어 확인하기 쉽다. 여기에서는 고소증이 있다면 조망이 좋다고는 하지만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에 올라가 보라고까지는 권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사고가 있었던 적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고소증 자체가 약간의 높이에서도 균형 자체를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공포감을 느낀다는 건 경험을 통해 안다. 이곳은 위엔 제법 너른 바위가 거의 수평으로 놓여 있어 대여섯 명이 동시에 앉아도 되지만, 오색의 칠형제봉 방향인 석고덩골 쪽으로는 수직에 가까운 암벽이다. 당연히 고소증이 엄습한다.

다음 편에서는 오색에서 대청봉을 거쳐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산행기를 정리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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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움은 아니다. 한계령 바람같은 자유를 늘 꿈꾸며 살아가며, 광장에서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고 시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