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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범의귀과 물매화속의 물매화는 5개의 헛수술이 각각 12개 가량 실처럼 잘게 갈라지는데, 각 갈래의 끝에 둥글고 노란 꿀샘이 있어 햇빛을 받으면 왕관처럼 빛이 난다. 이 헛수술로 벌이나 곤충을 유혹해 수술이 단계적으로 펼쳐지며 수분을 돕는다.ⓒ 정덕수
설악산과 점봉산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들꽃들의 보고다. 거기에 더해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면 철따라 다양하게 피어나는 들꽃에 꽃사진을 즐겨 촬영하는 입장에서 숨이 막힐 정도다.

해발 700미터 이상 고지에 형성된 엄청난 규모의 습지엔 산으로서는 이른 봄인 4월 하순으로 들어가며 꽃을 밟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얼레지가 무리지어 피고, 동의나물과 처녀치마를 비롯해 나도제비난이 고운 자태를 뽑낸다. 만나기 어렵다는 한계령풀과 모데미풀도 이때라면 "이 꽃이 왜 희귀종이지"란 의문을 품게 만드는 곳도 이곳이다.

동강할미꽃이나 개버무리와 같이 이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들꽃도 있으나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들꽃 또한 많으니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을 항상 휴대하니 카메라를 반드시 지니고 산행을 할 필요도 없다. 사실 작품을 하나 건지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메고 산에 올라보면 얼마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 오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소가 많은 지역이 강원도고보면 그만큼 인위적인 간섭을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꽃들을 만나는 행복함도 크다.

봄은 복수초로 시작해서 기생꽃을 볼 때면 이미 여름으로 들어선다. 이때부터 대청봉엔 하루가 다르게 많은 꽃들이 서둘러 피기 시작한다. 은방울꽃과 세잎종덩굴, 요강꽃, 털쥐손이풀이 앞서고 그 뒤를 따라 만주송이풀과 범꼬리, 등대시호, 만병초, 개회나무, 눈개승마가 피면 6월을 넘겨 7월로 이어진다.

7월은 바람꽃의 계절이다. 가장 먼저 등선대에서 바람꽃을 만나면 곧장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도 온 산의 바위틈마다 바람꽃이 꽃등불을 밝힌 듯 환하다.

물매화 물가 바위틈에서 천행으로 급류에 쓸려가지 않고 꽃을 피워낸 물매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분경작품이 된다.ⓒ 정덕수
물매화 물가 이끼 낀 바위틈에서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낸 물매화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주변 환경과 참으로 잘 어울릴 줄 아는 화합을 자랑한다.ⓒ 정덕수
물매화 바위틈의 보드랍고 찰진 떡모래에 의지해 뿌리를 내린 물매화는 사초나 이끼와 함께 공생할 줄 안다.ⓒ 정덕수
물매화 물가에 비친 반영을 보고서야 그리 높지 않은 바위 직벽 아래 꽃을 피운 물매화를 만나게 됐다. 꿀샘에서 나온 꿀 때문인지 바람에 날린 작음 티끋이 입으로 날려보려 했으나 떨어지지 않아 그대로 촬영했다.ⓒ 정덕수
구절초나 쑥부쟁이와 같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화과의 가을꽃들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꽃이 물매화다. 초기엔 이 물매화도 남쪽지방이나 어디 특별한 장소를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꽃으로 생각했다.

강원도에서 깽깽이풀 군락지를 발견하고, 광릉요강꽃이 가평 연인산에서 대규모 군락으로 발견되면서 강원도 어딘가에 물매화도 대단한 규모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다.

사람의 간섭을 덜 받은 곳, 그러니까 사람들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자생지가 강원도는 물론이고 이곳 설악산 자락 어느 곳인가 분명히 있으리란 믿음이다. 수만 포기의 나도제비난이 그러했고, 설악솜다리(에델바이스)와 솔나리가 군락으로 발견되는 곳이 강원도고 설악산 자락이니 틀림없이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솔직히 말하면 설악산에서는 아직 대규모의 물매화 자생지는 만나지 못했다. 그저 몇 포기 참으로 "저렇게 숨어 있으니 어찌 찾을 수 있담" 싶을 정도로 어렵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물매화 이와 같이 많은 숫자의 꽃대를 올린 물매화를 만난다는 행운을 잡아 행복한 마음으로 많은 컷의 사진을 촬영했다. ⓒ 정덕수
물매화 바위와 물, 물매화는 참으로 기막히게 어울렸다.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건 바로 이렇게 각각의 개성들이 존중되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덕수
물매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그랬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물매화의 자태다.ⓒ 정덕수
물매화가 수만 송이 피어나는 자생지를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그곳을 사진만 봐도 어딘지 알 수 있는 이들은 이미 그 장소에서 물매화의 고운 자태에 넋을 놓고 무릎 꿇었음이 분명하니 구태여 밝히지 않아도 안다.

아무 생각 없이 설악솜다리 자생지를 알려주었더니 누군가 매년 근사하게 촬영하던 멋진 자태의 설악솜다리를 모조리 가져간 일 뒤론 절대로 자생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게 됐다.

키 작은 들꽃 앞에 카메라를 손에 든 이들은 어쨌든 무릎부터 꿇을 줄 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젊고 늙음을 떠나 그 고운 자태에 무릎 꿇지 않고는 물매화의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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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움은 아니다. 한계령 바람같은 자유를 늘 꿈꾸며 살아가며, 광장에서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고 시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