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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탈 땐 카트앞 노란 체크기에 티켓을 대고 개시한 후 탑승한다 ⓒ 이훈희
네덜란드하면 축구, 히딩크, 박지성, 오렌지군단, 풍차, 튤립, 유제품 등을 생각해낼 수 있었던 필자가 드디어 네덜란드의 대표 도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저녁 8시. 초행길에다 밤 시간에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짐을 찾고 입국심사를 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고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공항을 나와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입하러 매표소까지 가는 동안 펼쳐지는 광경이 전부 새로웠다. 이제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흥분이 됐다. 암스테르담에서 3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 티켓을 구입해 중앙역행 기차를 타기 위해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한국의 버스카드 체크기 같은 것이 공항 기차편으로 이어지는 입구 주변에 있는데 그곳에 티켓을 개시하고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 역사 밖으로 나왔는데 공항과는 대조적으로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쳤다. 게다가 그 시간까지는 해도 지지 않아서 밤이라 할 수도 없었다. 늦은 밤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생각나 머쓱했다. 숙소 호스트가 보내준 메시지를 글로 읽을 땐 어떻게 찾아가나 걱정되었지만 메시지에 있는 주요 지점들이 눈에 보이니 안심이 되었다. 중앙역 앞에서 숙소 지역으로 가는 아담한 크기의 14번 트램에 올라탔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 이훈희
트램은 관광의 중심지역인 담광장 등을 지나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해갔다. 숙소가 관광 지역에선 약간 떨어진 주택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트램에 동양인 관광객은 필자 혼자였다. 이방인을 쳐다보는 눈길을 뒤로하고 호스트가 알려준 정거장에 무사히 내렸다. 트램을 탈 때와는 달리 숙소 주인이 알려준 익숙하지 않은 주택가의 골목길 주소를 찾아가려니 쉽지 않았다.

숙소 근처에까지 도착한 것 같은데 방향을 잃고 말았다. 날이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거리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덜컥 겁이나 주변에 그나마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찾아 식당 이름을 숙소 호스트에게 메시지로 알려주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물었다. 호스트에게서 '내가 그리로 갈게'라는 메시지가 왔다. 이런 친절함이라니. 얼마 기다리지 않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호스트가 멀리서 필자를 알아보고 부르는 소리였다.
필자가 묵을 방으로 올라가는 좁고 가파른 계단 ⓒ 이훈희
호탕한 여성 호스트가 반갑게 환영해주며 필자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계단에 들어가는 공간이 아까운 것일까? 좁고 가파른 계단을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오르려니 고생스러웠다. 호스트는 필자가 사용할 방과 간략한 숙소 이용 규칙을 설명해 주고는 주변 관광지 등 가볼 만한 곳을 알려주었다. 특히 자신의 집 일부를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니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는 주변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은 삼가달라 당부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필자가 묵을 숙소가 호텔만큼 편안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수건 등 샤워용품도 준비되어 있고 혼자서 2~3일 지내기엔 충분히 괜찮았다. 현지 숙소 주인과 그곳에서의 삶에 대해 매일매일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인 점이었다. 또한 동네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것도 호텔에서 묵는 것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필자가 묵었던 암스테르담 주택가 전경과 수 많은 자전거들 ⓒ 이훈희
짐도 실을 수 있고 아이도 태울 수 있는 자전거 ⓒ 이훈희
이튿날 아침 일찌감치 암스테르담 탐험에 나섰다. 도착하는 날은 정신이 없어 살펴보지 못했던 집과 도로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필자가 묵었던 곳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층수 낮은 아파트였는데 이 지역 전체 주택들이 건물들 사이 공간이 없이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건물들 사이 유휴공간을 모아서 공적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 나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역시나 수많은 자전거들이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암스테르담을 동네 거리에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전거들 디자인은 이건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는 걸 말하려는 듯 무척이나 수수했다. 자전거 타기가 일종의 스포츠가 된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자전거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커다란 짐칸을 가진 자전거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자전거를 주된 운송수단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 주택 지역을 거닐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로의 이름을 딴 인물들의 초상화가 각 도로 명패와 함께 건물에 걸려있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묵는 숙소 근처에 이런 도로가 몇몇 있었는데, 마르텐 하페르슨 트롬프(Maarten Harpertszoon Tromp, 1598-1653), 레이니어 클래스젠(Reinier Claeszen, ?-1606), 빌럼 데 클레르크(Willem de Clercq, 1795-1844), 빌럼 빌데르데이크(Willem Bilderdijk, 1756-1831) 등이 거리 이름의 주인공들이었다.
암스테르담 도로명과 이름의 주인공 초상화 ⓒ 이훈희
암스테르담 도로명과 이름의 주인공 초상화 ⓒ 이훈희
암스테르담 도로명과 이름의 주인공 초상화 ⓒ 이훈희
암스테르담 도로명과 이름의 주인공 초상화 ⓒ 이훈희
마르텐 하페르슨 트롬프 (Maarten Harpertszoon Tromp)는 네덜란드 해군이 스페인 함대를 격파했던 1607년 지브롤터 해전에도 참전했고 후에 해군 최고 사령관으로 30년 전쟁 기간 중 네덜란드 독립 전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레이니어 클래스젠(Reinier Claeszen)는 해군 제독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함대와 전투를 벌였던 해군 영웅이다.

한편, 빌럼 데 클레르크(Willem de Clercq)는 시인이자 네덜란드 무역협회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방대한 양의 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빌럼 빌데르데이크(Willem Bilderdijk)은 시인이자 법률가로 빌럼 데 클레르크(Willem de Clercq)도 일원이었던 Reveil이란 운동의 설립자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역사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데 이같이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매일 같이 거리를 걸으며 인물들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쓰여진 초상화를 볼 수 있고 도로이름이 된 그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역사적 인물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을 짓는 것보다 사람들의 생활 공간에 이와 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암스테르담 운하와 수상가옥 ⓒ 이훈희
암스테르담 맞대기 건물 ⓒ 이훈희
암스테르담 운하의 오래된 다리 ⓒ 이훈희
시내 중심가에 가까워질수록 여행책자 등에도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오래된 운하와 운하 위의 수상가옥들, 건물 사이의 간격이 없는 맞대기 형식의 건물들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운하들에는 수백년 전에 만들어졌던 다리들이 여전히 사람들의 이동통로가 되어 주고 있었다. 보트를 타고 운하 투어를 하면서는 심지어 1720년대에 지어진 다리도 볼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300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것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인지 다리를 지날 때마다 경탄이 절로 나왔다.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는 도시 인구수보다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거리를 걸으며 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전기자동차 충전기와 꽤 다양한 전기자동차들이었다. 배출가스가 나오는 차량의 도심 진입 규제, 환경차 도입에 적극적인 장려 정책 등이 자리잡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구도 적은데다 자전거, 전기자동차 등을 이용하고 있으니 도심의 공기 오염 수준이 상당히 낮을 것 같아 부러웠다. 집만 나서면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서울에서의 삶이 더욱 대비되어 서글프기도 했다.
암스테르담 시내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 이훈희
또한 트램,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들이 도로를 효과적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모습도 부러운 부분이었다. 인구 천만의 대도시인 서울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거리를 돌아보아도 도로를 이용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정말 높은 수준이어서 길을 건너다 마주치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사를 표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선 받아보지 못한 보행자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오래된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보다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시장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워털루 벼룩시장(Waterloopleinmarkt)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상점과 상인들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잡동사니들을 전부 꺼내와 내놓은 것 같은 판매자도 있고 신발, 의류, 가방, 악기, 액세서리, 빈티지 용품 등을 파는 상점들도 있었다. 빈티지한 카페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시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스테르담 Waterlooplein 벼룩시장 ⓒ 이훈희
암스테르담 Waterlooplein 벼룩시장 ⓒ 이훈희
이런 벼룩시장에 더해 혹시 빈티지한 카페를 구상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Raw Materials'라는 곳을 추천하고 싶다. 철제 인테리어 소품, 가구, 수납장, 조명 등 제품군도 다양했고 각 전시장은 따로 떼어서 하나의 빈티지 카페로 삼아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인도쪽에서 물건들을 가져오신다고 하는데 필자의 운명이 허락해 퇴직 후 제2의 일을 구한다면 이곳과 제휴를 맺고 한국지사를 열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을만큼 매력이 넘치는 상점이었다.
암스테르담 빈티지 상점 Raw Materials 내부 ⓒ 이훈희
암스테르담 빈티지 상점 Raw Materials 내부 ⓒ 이훈희
암스테르담 빈티지 상점 Raw Materials 내부 ⓒ 이훈희
이번 여행이 필자에게는 나름의 인생 돌아보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를 바쁘게 다니기 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즐기기도 하고 이후의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럴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거대한 숲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본델 공원(Vondel Park)에서의 산책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중심가에 있지만 나도 모르게 평온해지는 베긴회(Begijnhof) 수도원 방문이었다. 본델 공원은 도심에서 자연을 누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었고 필자도 이곳 풀밭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잠시 멈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 Vondel Park 내 호수 ⓒ 이훈희
암스테르담 Vondel Park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 이훈희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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