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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목청껏 부르는 5.18유가족들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서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고 있다. ⓒ 권우성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5.18민중항쟁 전야제에서 계엄군의 진압과 희생당한 광주시민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오며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여러분! 광주가, 5.18이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1980년 5월,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김길자(77)씨는 아들의 피가 서려 있는 옛 전남도청 앞 연단에 올라 질문을 던졌다.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아니오"라고 답했다.

끝까지 전남도청을 지켜 '폭도' 취급을 받았던 아들 문재학(사망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의 이름 뒤엔 이제 '열사'란 호칭이 따라다니지만, '재학이 엄마' 김씨는 "안 끝났습니다,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 끝났다고 합디다. 발포 명령한 사람들 데려다가 처벌도 하고 진상규명도 해야 하지 않겄습니까? 그래야 5.18 문제가 끝나지 않겄습니까? 여기 오신 광주시민 여러분이, 그때 금남로에서 같이 투쟁했던 것처럼 같이 해주시겄죠?"



전남도청 앞 '마지막 가두방송' 재연

'5.18 민중항쟁 36주년 전야제'가 17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진행됐다. 5.18 유족들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오월 광주, 기억을 잇다,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전야제에 참석해 "오월 정신 계승하여 민주주의 완성하자"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진행된 전야제에는 5000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노래패, 놀이패, 합창단, 악단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5.18 당시 마지막 가두방송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박영순씨의 증언에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21일 공수부대가 발포한 총에 남학생이 맞는 걸 보고 가두방송을 시작했어요"라는 말로 시작된 박씨의 증언은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당시 했던 가두방송 내용의 재연으로 마무리됐다.

"5월 26일 도청 안에 있었어요. 오늘 저녁이나 내일 새벽에 계엄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도청 안의 시민과 학생들은 이곳을 끝까지 사수하자고 맹세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습니다. 언제 공수부대가 들어올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새벽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학생수습대책위원장이 다급히 저를 찾아와 A4용지 1/4 조각 크기의 종이를 건네며 방송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실로 들어갔어요.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제가 가두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도청 안 옥외 방송 시설로 한 방송이었어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동서남북 방향으로 뻗은 빨간 대형 스피커가 있었죠. 그리고 외쳤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도청 안으로 나오셔서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도청을 끝까지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 형제, 자매들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5.18민주대행진 선두에 선 유가족들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을 출발한 5.18유가족, 야당 정치인, 시민들이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문재인-심상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을 출발해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까지 이어지는 민주대행진을 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권우성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국민의당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을 출발해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까지 이어지는 민주대행진에 참여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권우성
5.18민주대행진 참석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석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를 향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5.18 현장 가두행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해야"


이날 5.18 유족과, 대학생, 시민단체, 정치인 등 2000여 명은 전야제에 앞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광주공원에서 금남로까지 5.18 현장 약 3km 구간을 행진한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과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와 국가보훈처를 비판했다. 이들은 거리를 지나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가두행진에 앞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하고 싶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세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5.18을 망각하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이유들이 더욱 명증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는 정치·사회적으로 한때 외로운 섬이었지만 늘 이땅의 민주주의 역사의 앞길을 열어왔다고 자부한다"라며 "36년 전 그 구호를 외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귀한 행진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야제와 가두행진에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가족과 백남기농민대책위도 참석했다. 백씨의 아내 박경숙씨와 첫째 딸 백도라지씨, 네덜란드에서 온 둘째딸 백민주화씨, 이날 네 번째 생일을 맞은 손자 지오군은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백도라지씨는 "이렇게 귀한 자리에 우리 가족과 대책위를 초대해줘 광주시민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다들 아시다시피 아직 (아버지 문제와 관련해) 해결된 게 하나도 없고 수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백씨는 "여기 정치인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 문제는 농민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간과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라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 문제의 해결을 꼭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야제와 시민단체 주관 기념식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도 2년째 광주를 찾았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유가족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50여 명은 가두행진 및 전야제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5.18의 참상을 전한 독일 언론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가족과 외신·해직기자들도 이날 전야제에 참석했다. 힌츠페터의 손톱과 머리카락은 그가 생전 바랐던 대로 16일 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도청을 향해!" 5.18민주대행진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석한 5.18유가족, 야당 정치인, 시민들이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도청을 향해!" 5.18민주대행진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석한 5.18유가족, 야당 정치인, 시민들이 전야제가 열리는 금남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주먹밥 먹는 문재인-심상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서 주먹밥을 먹고 있다. ⓒ 권우성
5.18민중항쟁 전야제 참석한 국민의당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의원들이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반갑게 인사 나누는 주승용-우상호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민주대행진'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광주 총집결 야권, "제대로 싸워라" 질타 듣기도

이날 야권 정치인들은 광주에 총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가두행진 및 전야제에 참석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당선자 전원도 18일 합류해 기념식에 자리할 예정이다. 강기정 의원은 이날 오전 진행된 추모제에 참석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선자 전원이 가두행진과 전야제에 참여했다. 천 대표와 박주선, 장병완 의원, 김경진 당선자 등은 이날 오전 진행된 추모제에도 참석했다.

정의당도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가두행진 및 전야제에 참석했다. 새누리당은 18일 진행되는 기념식에만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광주를 찾은 야권 정치인들은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날 가두행진과 전야제 3부 사회를 맡은 백금렬씨는 "요즘 협치, 협치 이야기하는데 지금 대통령과 무슨 협치를 말하나"라며 "여기서만 팔뚝질하지 말고, 여기서만 목놓아 노래하지 말고 국회에서 단호하게, 제대로 싸워달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씨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 사람들,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야당이 야당다운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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