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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키스키역에 도착하는 오쿠이즈모오로치호. ⓒ 서규호
오쿠이즈모오로치호의 헤드마크 및 사진 전시장. ⓒ 서규호
시마네현의 내륙으로 떠나는 오쿠이즈모오로치호는 키스키(木次)역을 출발해 히로시마현의 빙고오치아이(備後落合)역까지 60.8km의 키스키선(木次線)을 운행하는 관광 토로코 열차 입니다.

조용하던 시골역 키스키역에 사람들이 모이면 저 멀리서 오쿠이즈모오로치호가 천천히 들어옵니다. 하얀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이 관광열차는 이즈모 지방의 신화 '오로치'에 대한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열차이죠. 열차 선두부분에는 헤드마크의 '오로치'라는 큰 뱀의 모양이 있습니다. 키스키역 구내에는 작은 전시실이 있는데 이곳에는 오쿠이즈모호의 헤드마크와 열차 키스키선을 운행하는 오쿠이즈모오로치호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들려도 좋을 거 같습니다.

199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열차는 3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1량은 디젤기관차가 견인을 하고 나머지 두량은 승객을 위한 객차입니다. 차량은 10시 7분 정각에 키스키역을 천천히 출발합니다.
오쿠이즈모오로치호 오픈차량 실내 모습. ⓒ 서규호
열차 안에는 관광열차에서 느낄 수 있는 목조로 된 의자와 개방형 창문 그리고 오로치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오픈 객차는 이 열차가 4월부터 11월까지만 운행하기에 자연의 바람을 만끽하라고 만들었습니다. 객차 한구석에는 스탬프 찍는 곳도 있죠. 도장을 찍으며 추억을 남겨 보세요. 열차는 천천히 시마네현의 내륙 오지로 들어갑니다.

열차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요즘 같이 시간을 초단위로 쓰는 시대, 고속전철이 달리며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이렇게 천천히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열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겠죠.

오쿠이즈모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의 여느 시골 모습과 큰 차이는 없지만 가지런하게 조림된 나무들, 그리고 정리된 논과 밭들이 약간은 일본스러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열차가 천천히 달릴 때 차내에서는 승무원이 볼거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간단한 게임 등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오로치'에 대한 전설도 설명해준 답니다.

열차가 시속 30Km 저속으로 달리며 이즈모요코타(出雲横田)역에 도착하면 이곳 오쿠이즈모산 소바를 드셔볼 수 있는 소바집 '히메노소바유카리안(姫のそば ゆかり庵)'을 만나게 됩니다. 시간이 없으니 여기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세요.

드디어 열차는 이즈모사카네(出雲坂根)역에 도착합니다. 이 역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약수인 연명수(延命水)를 드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駅舍) 바로 옆에 있고, 무려 9분의 정차시간을 드리니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약수이니 꼭 드셔보세요. 연명수가 나오는 주변에는 예전에 이 물을 먹고 백살도 넘게 살았다는 너구리 두 마리가 있습니다. 물론 모형입니다. 아마도 이 너구리들이 이 물을 먹고 오래 살아 연명수란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연명수를 드시면 연명을 하는 것인지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이즈모사카네역 연명수. ⓒ 서규호
3단 스위치백의 모습. ⓒ 서규호
'冬暖かく、夏には冷たい湧き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운 샘물!)'. 이런 좋은 물은 빨리 드셔보는 것이 좋겠죠. 이즈모사카네역의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일본에서도 몇 군데 없는 3단 스위치백에 있습니다. 스위치백이란 열차 노선의 고도 차이가 심해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것이죠.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가서 다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이 곳 이즈모사카네역은 해발 564m이지만, 다음역인 미이노하라(三井野原)역은 해발  731m입니다. 가까운 거리지만 고도 차가 꽤 심한 편이죠

열차는 천천히 아까 왔던 길로 뒤로 갑니다. 그리곤 다시 한 칸을 올라 전진합니다. 기관사분이 분주히 앞 뒤로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기관사가 한 분이라 그분이 운전을 하셔야 하기 때문이죠.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서는 이렇게 스위치백 방식이나 루프선 방식을 써야합니다. 루프선은 크게 산을 돌아 경사를 극복하는 것으로 스프링처럼 돌돌 감아가며 돌아 올라 간다고 보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 태백선의 통리-나한정 구간은 예전에는 스위치백으로 운행하였으나 지금은 루프선으로 운행합니다.
오로치 루프의 모습. ⓒ 서규호
이제 오쿠이즈모오로치호의 종착역으로 가기 전 마지막 하이라이트 오로치루프교가 보입니다. 국도 314호선의 다리로 교량의 길이가 무려 2360m이고 고저차가 105m에 달합니다. 7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대 괴물 뱀인 오로치가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닮아 오로치루프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곳 다리 중에 빨간색 아치교인 미이노하라대교(三井野大橋)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즈모사카네역에서 미이노하라역까지 불과 6.4km이지만 스위치백과 급경사로 인해 24분이 소요됩니다. 미이노하라역은 JR서일본에서 가장 높은 해발 726m이고 이곳에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오쿠이즈모오로치호의 종착역인 빙고오치아이역에 도착합니다.
운행 정보

- 4월~11월, 매주 금~일
- 1일 1왕복
http://www.hiikawa-summit.info/orochi/index.html#foods
빙고오치아이역은 과거 키스키선과 게이비선의 분기역으로 많은 직원과 전차대(기관차를 돌리는 시설), 급수탑, 저탄장 등이 있었지만 세월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한적한 시골 무인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뒤로 하고 20분 후 오쿠이즈모오로치호도 다시 키스키역을 향해 출발합니다.

이번 봄 시마네현의 관광열차 오쿠이즈모오로치호를 타러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봄을 향해 달리는 오쿠이즈모오로치호. ⓒ 서규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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