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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습원을 달리는 SL후유노시츠겐호. ⓒ 서규호
일본 4개 섬 중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겨울이 매우 깁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왕국이 됩니다. 홋카이도의 구석 구석을 낭만 열차들이 운행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열차는 2월말로 2016년 시즌 운행을 마친 SL후유노시츠겐호(SL冬の湿原号)입니다. 한자로 풀이하면 SL겨울의 습원호입니다.

쿠시로 습원을 종단하는 증기기관차로 SL은(Steam Locomotive)의 약자입니다. 일본에는 이렇게 실제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면서 보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보존방법을 동태보존(動態保存)방법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정태보존은 철도박물관 등에 움직이지 않는 채로 전시된 것을 말합니다. 움직이는 실제 증기기관차! 말로 듣기만 해도 10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입니다. 
쿠시로역의 습원의 종. ⓒ 서규호
증기기관차 SL후유노시츠겐호의 선두부분. ⓒ 서규호
JR쿠시로(JR釧路駅)역에 SL후유노시츠겐호가 진입합니다. <은하철도 999호>가 출발할 때 처럼 기관차는 하얀 증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이제 은하계로 떠나야할 것 같습니다. 마치 그 철이처럼 메텔과 함께 우주의 방랑객이 된 기분이죠. 어린아이와 어른들이 기관차 앞에서 기념촬영할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보며 철도여행 전문가의 꿈을 키워 왔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기관차 맨 앞부분에 잠시 올라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기관차 맨 앞 헤드마크에는 쿠시로 습원의 상징인 두루미와 C11 171의 차량 번호가 보입니다. C의 의미는 기관차의 큰 바퀴가 3쌍 6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럼 D는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4쌍 8개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나 배우고 가네요.

이 기관차는 2000년부터 운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관차는 1940년도에 생산되어 1975년까지 전국을 누비며 실제로 운행을 한 기관차 입니다. 검은색의 투박함이 느껴지지만 오래된 고풍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답니다. 기관사 분들은 화로에 석탄을 넣기 위해 마스크를 하며 출발 준비를 합니다.
증기를 내뿜고 운행하는 열차 ⓒ 서규호
기적소리와 함께 열차는 천천히 출발해 진행 방향을 북쪽으로 바꾸면서 센모혼센(釧網本線)을 이용해 전진합니다. 가끔씩 들리는 기관사의 기적소리와 칙칙폭폭 들려오는 증기기관의 소리가 100여 년 전 청운의 꿈을 싣고 달리던 기차를 타는 기분입니다. 예전의 그 감성 그대로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체험 가능합니다. 시속 30Km 정도의 저속으로 운행을 하니 쿠시로 습원의 장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쿠시로 습원은 람샤르 조약에 가입된 자연보호 습지로 일본 내에서도 가장 넓은 습지를 자랑합니다. 동서로 폭이 최대 폭 25km, 남북 36km 면적 1만 9430ha를 자랑합니다. 넓이를 가늠하기 어렵죠? 쉽게 말해 도쿄 돔의 5600배라고 생각하면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갑니다.

습원을 가로질러 열차는 천천히 달립니다. 쿠시로강을 지날 때 운이 좋으면 여우나 두루미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천연 사파리열차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열차가 천천히 달린다고 해서 절대 창문을 열면 안됩니다. 석탄가루의 피해(?)를 받습니다. 증기기관이다 보니 아무래도 창문 안에서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승차기념 엽서. ⓒ 서규호
차내에서는 여러가지 승차 기념품을 판매합니다. 승무원 옷과 모자를 빌려 승차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 기념촬영만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탑승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는 승차 기념 스탬프도 무료로 드립니다.

차량의 의자는 리클라이닝(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것)이 전혀 안 되는 90도의 직각이지만 어차피 열차 안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여행 중 앉아서 가는 손님들은 잠시 쉬러 앉는 것이라 크게 상관은 없죠. 좀 불편해도 이것 또한 즐기면 재미 있겠죠. 모든 걸 편하게 하려는 것에서 일부러 찾는 불편함이라고나 할까요? 이 객차도 오래된 객차로 지난번 소개한 쓰가루철도의 스토브열차처럼 차내에 겨울의 추위를 잊게 해주는 스토브가 있습니다. (참고 기사 : 하얀 눈밭 달리며 사케 한 잔, 겨울 일본 기차여행)

객차 안에서는 이벤트도 진행되는데 현지 가이드 분께서 광대한 쿠시로 습원과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에 대한 네이쳐 강좌도 합니다. 여행도 하고 자연공부도 하는 1석 2조의 즐거운 철도 여행입니다.

열차가 JR쿠시로역을 출발한 지 1시간 30여 분을 달리면 종착역인 JR시베차역(JR標茶駅)에 도착합니다. 기관차는 다시 진행방향을 바꾸어 쿠시로로 출발합니다. 때묻지 않은 순백의 홋카이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겨울 낭만철도 여행! 올해는 운행이 끝났지만 2017년 겨울 이 열차를 타러 홋카이도 쿠시로로 여행을 준비해 보세요.
<운행 정보>

- 쿠시로역 출발시간 11:08 → 시베차역 도착시간 12:37
- 시베차역 출발시간 13:55 → 쿠시로역 도착시간 15:29
※ 운행기간은 홈페이지 참고(2016년 운행 메인 홈페이지) : http://www.jrkushiro.jp/sl2016/

SL후유노시츠겐호의 쿠시로습원을 달리는 모습. ⓒ 서규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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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